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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나는 내 일주일 용돈을 탕진해가며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에 간 적이 있다. 그렇게 그곳에서 매우 감질나게 짧아져버린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지. 그렇게 낭비가 심한 여행을 마치고 8시 경이 되어서였나 수원역에 겨우 도착하기까지 어째서 과학관 한 구석의 아무도 가지 않던 천체관에 신경이 그제서야 쓰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두 주가 지나서야 이렇게 글로 완성하는 나를 용서하는 나의 아량이 있기를 빈다.

그런데 내가 즐겨듣는 노래 중의 하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오늘 같은 밤하늘을 보며
기도하듯 나를 찾던 아이들,

모두 어른이 됐다지
그렇다고들 했어
그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 밤,

가장 멀리 있어도
가장 빛나고 싶던
이 조그만 몸은
갈 곳이 없으니

나는 다시 홀로
허공에 남아버렸어."

그렇다. 아마도 천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식어버린 아이들 출신의 어른이 있다면 그 환멸의 계기가 2006년에 있었던 명왕성 퇴출이었을게다. 그 이야기를 나중에 들은 아이들은 더이상 사라질 수 있는 별에는 집중하기 싫어하게 된 것이고 사라지지 않을 자신의 앞가림이나 하게 되었는지도. 나도 역시 이 '창렬'이란 단어로 압축할 수 있는 지금의 환멸로 가득한 세태를 알고 있다. 누군가의 이름을 달고 편의점 도시락이 나왔건만 양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적어 도시락의 상표가 된 누군가의 이름은 환멸과 감질남의 대표명사가 되었다. 나에게는 국립중앙과학관 자기부상열차가 그리도 창렬하게 느껴졌다.

분명 1993년 대전 엑스포는 초라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곳에 엑스포 다리를 건너면 모르겠지만 과학관 너머로 바라보는 자기부상열차 선로가 끊긴 폐허를 바라보면 그렇게 사람들이 보고 싶어했던 박람회가 이러했는가하는 기분이 드는 정도로 피폐하다. 그렇게 모두에게 잊혀지고 관리조차 버거워져서 버려지는 것들이 추억이라면 없는 것도 낫고 세계 박람회 따위는 척결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발끈하자 새끼손가락이 아프다. 푸른 요정이 정신차리라고 물었겠지. 그렇게 사라져버린 일종의 기억이나 필요없어진 기억조차 추억할 수 없게 창렬스러워진 자기부상열차가 나는 이해할 수 없고 씹어삼킬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명왕성을 다시 얘기하자면 퇴출 사유인 즉슨, 비슷한 행성 여러개가 같은 궤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행성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하기 애매하고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 때문이다. 나는 명왕성 퇴출 당시에는 우선 학교라는 격투장에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잘 알지는 못했지만 당시에 집에서 구독하던 어린이 과학잡지로 그 소식을 자세히 전해들었다. 참 안타까운 것이 세계천문연맹은 명왕성을 위하여 행성의 정의를 수정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명왕성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이나 되어서 아직도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정도로 망가진 나처럼 행성에서 쫓겨나 왜행성으로 분류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행성이었지만 행성에서 쫓겨난 명왕성에게 심심한 미안함을 전하며 올해 8월 24일을 기해 행성으로서 작위를 잃은지도 10년이 된 명왕성에게 '같이 또 다시, 홀로 허공에 남아버렸군'이라고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