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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떤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코스프레 하고 그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연기한다고 해도 그 누군가가 어떤 캐릭터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 만약 그 누군가가 어떤 캐릭터 그 자체로 느껴졌다면 그건 시뮬라크르적인 발상일 뿐이다.
뭔가 하나의 형태가 하나의 형태로 있으려면 본질을 알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본질을 알기 싫어하거나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겉껍질만 보고 이것은 무엇이다 결론을 내리는데 그것이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원본도 아닌 주제에 그게 진짜라고 느껴버리니까.
세상의 모든 것은 개개인에 의해 재해석된다. 그러므로 개개인이 인식하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며 개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이 섞여서 재구성된 시뮬라크르다. 어차피 우리는 자아를 벗어던지고 객관적으로 초월하지 않으면 그 어떤 진리에도 도달할 수 없다.
나는 아주 잘 구성된 시뮬라크르로 하츠네 미쿠를 든다. 음성합성 프로그램의 캐릭터일 뿐이고 모에하다는 이유로 공식이 지정한 적이 없는 상세한 설정이 붙었다. 그리고 하츠네 미쿠가 실존한다고 믿는 부류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그냥 이미지에 뭔가 덧붙여져서 또 다른 사본이 된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 그냥 시뮬라크르가 실제의 현상에서 뭔가 더 덧붙여진 사본이고 어쩌면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본질을 알 수 없거나 의도적으로 알지 않으니 결국에는 인간관계도 시뮬라크르에 불과해서 시무룩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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