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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시문

상자 속의 아이

두번의 봄 2015. 7. 29. 22:01
조그만 상자 안에 웅크리고 누워서
조금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요정과 이야기를 하거나하며
내 방과 같은 상자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만큼 상자에 인형처럼 예쁜 장식과 함께 넣어져서
깨지기 쉬운 예쁜 그릇처럼 소중하게 다뤄진 만큼
모두가 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 아주 많이 다르더군요.
내가 상자 안에서 꿈꾸던 동화같은 일상은
행복한 끝맺음의 동화책을 덮으면 사라지는 거였구요
내가 상자 안에서는 모르던 비극같은 현실은
상자에서 나오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닥쳐오니까요.
예쁘게 꾸며진 상자 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온 만큼
모든 것이 무섭고 힘들고 짜증나고 이해할 수 없고 모르는 것들 투성이고 알아야만 살 수 있어서
알아야 하거나 알고 싶은 것들을 꾸역꾸역 알아갔지만
이해받지 못하니까 역시 그것도 아니었어요.
다시 상자로 들어가고 싶지만 상자는 이제 너무 작아요.
작아진 상자 대신에 이제 더 큰 상자를 찾아야 하는데도
내가 넣어져 있던, 예쁘게 장식된, 지금의 나에게는 작아져버린 그 상자에
지금이라도 다시 넣어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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