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것 같았지요. 대전 가는 급행 아닌 급행열차 객차 안에서 나는 당최 무슨 생각으로 지루히 앉아 있었는지. 신탄진철교를 넘어가면 군급 동네에 처음으로 들어왔다는 담배공장, 그리고 고속철도와의 합류지점 후, 대전에 도착합니다. 모두들 대전은 그냥 볼 것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좀 다른데요. 참 푸르러서 좋습니다. 시내버스가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만요. 적당히 비싼 푯값에 적당히 먼 곳. 나는 그렇게 항상 들르는 으능정이와 그 안의 성심당과 정부대전청사와 그 건너편의 한밭수목원과 그 옛날에는 엑스포 회장으로 들어가는 다리로 향하며 가만히 갑천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갑천을… 노려봅니다. 폐허가 된 한빛탑 주변에서 눈을 돌려도 국립중앙과학관 쪽으로는 가지 않을겁니다. 볼 것이 없으니까..
섬은 아름답다. 다만 그것 뿐이라서 슬플 뿐이다. 오늘도 정원을 가꾸고 온실을 돌보고 숲을 산책하며 열매를 모으고 물가에서 마실 물을 길어왔다. 그리고 아이와 요정, 동물들과 함께 폭신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불을 지펴놓은 채로 내리는 바람에 철길을 따라 혼자서 내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붙잡아서 차고까지 몰고가며 철길 위로 놓인 전깃줄이 아직 팽팽한가 살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섬은 빛났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계속 그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차고에 도착했을 즈음에 나는 피곤해져서 잠시 근처 풀밭에 누웠어. 그리고 예전 기억이 한데 뒤섞인 악몽을 꾸었다. 이 섬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사람들이 하유라는 섬나라로 갈 때, 나도 그 안에 있었지만 의외로 사람들과 같이 살기 싫었던 나머지, 나만 통나무 배를 타고..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 온실 속에 살아요. 세상을 잘 몰라요. 세상이 무서워요. 지쳐서 쓰러지면 여우가 폭신해. 목 마를 때면 샘이 눈 앞에. 우울하지만 반짝이는 세상 속 왕자님같은 인형은 어느새 세상 밖으로 끄집혀졌어요. 보통의 못생긴 아이로 현실을 살면 이렇게 형편없어지던가요. 조금 더 걸어가면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현실 속에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어떤 온실 속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이 있었어요. 죽어서 다시 자신의 온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행복.
푸른 요정은 오늘도 우울해한다. 창가에 비치는 바다가 너무 예뻐. 바다는 푸르고 아름다워 하다가 나를 바라보고는 서로를 인형이라고 생각하고서 몸짓을 지어주고 서로 귀여운 옷도 입혀주며 놀면 좋을까 하길래 인형을 다루듯이 그 아이를 움직여 나름대로 귀여운 포즈를 잡아주고 볼을 주물거렸더니 싫은 소리를 내며 저리 가라고 하는 푸른 요정의 칭얼거림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지 생각을 하면서 그저 무료하게, 푸른 요정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갸웃거리며 나를 보길래 쓰다듬어 주었고 눈을 살포시 감으며 미소짓는 귀여운 모습을 봤는데 왠지 덧없었다. 그런 놀이에 어울려주는 것보다는 일단 바깥에 나가보는 것이 낫겠지. 옷자락을 잡으며 싫은 표정 짓는 푸른 요정을 뿌리치고 바깥으로 나왔나..
인천행에 화가 나서 영등포역 중앙차로에서 88번을 탔네. 수틀리면 부천으로 못 간다네. 수틀리면 날뛰는 버스와 함께 순무가 유명한 외딴 섬의 터미널로 간다네. 아이고 오늘 내 출근길도 망했네. 아이고 오늘 내 출근길도 망했네. 전화 걸어나보자. 아 계장님 죄송해요. 버스가 날뛰어서 부천 가는 버스가 강화도로 갔어요. 참게탕 점심 먹고 퇴근하면서 순무랑 새우젓 사가요. 조공을 바치오니 이 불쌍한 중생 구원하소서. 살펴보면 배차간격 비슷하네. 살펴보면 경로도 비슷한 버스가 순무가 유명한 외딴 섬의 터미널로 간다네. 아이고 오늘 내 출근길도 망했네. 아이고 오늘 내 출근길도 망했네. 전화 걸어나보자. 아 계장님 죄송해요. 버스가 날뛰어서 부천 가는 버스가 강화도로 갔어요. 지키려면 공격하고 방어하면서 강화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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