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저를 먹을래요? 어차피 당신에게 나는 하나의 케이크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저 이교도 잡탕이 싫어 뛰쳐나와 신이 없다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구원이고 신이고 없다하는 사람인데 그 의미를 나에게 무엇으로 그러니까 내가 모르거나 알고서 불쾌해진 그 의미를 비약으로 치부했군요. 맛있겠지요? 피를 좀 내볼게요. 그 달콤한 시럽이 몸에 떨어져서 당신은 나를 보고 맛있다 하시겠죠. 먹을래요? 맛있겠죠? 당신은 아무런 음식에서 느끼지 못했던 아주 달콤한 맛을 느끼고 행복해지는 그 즈음, 나는 당신의 포크에 찔려서 나에게 달콤하고 맛있다 속삭이는 당신에게 꽤 처참한 모습이 되어가며 잔인하게 먹히고 있어요. 그래요. 내가 그토록 달콤한가요? 그럼 행복하시길!
새하얀 인형. 오늘도 꿈 속에 나타나 주었지. 항상 폭 안겨서 자기를 싫어하고 있냐고 묻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 너무 순하고 귀여운 아이지만 매우 우울하고 덧없는 아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한껏 귀여워해줄 수도 없어. 나인 것 같아서, 이 아이가 우울해하는 이유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이유 같아서. 어쨌든 그 아이는 정원섬에 살고 있는 굉장히 순하고 하얀, 그리고 웃는 얼굴이 귀여운 아이. 나는 오히려 그 아이랑 만나서 여러가지 말 없이 서로를 소중한 인형처럼 데리고 노는 것을 즐겼다. 서로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누고 귀여운 옷도 입혀주고 또한 서로가 가진 새하얀 무언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했다. 모든 것이 아름답다.
뭔가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그것들을 글로 옮기면 신기하게 오타율도 낮고 언제 이렇게 썼는지도 모르는 글을 쓰고 말지만 어차피 뇌의 발작 비슷한 것이라면 나는 관자놀이에 총알을 박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진짜 발작과도 같이 지끈거리는 머리와 글을 쓰라고 빼액거리는 그 느낌은 진짜 지랄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형들과 나는 어쩌면 진짜 하려는 일이 없어서 그저 온실에서 빈둥거리는 처지이다. 보일러를 끄지 않아 스스로 굴러가는 기관차를 잡고 그러면서 온실 속을 잘 관리하면서 아무래도 재수없고 독기 서린 말을 던져대며 어떤 하나는 난감하게 만들고 어떤 하나는 상처입히겠지. 그러는 자신도 반은 인형이라서 결국 섬은 인형만 셋인 셈이 된다. 젠장맞을 이 현상 때문에 이런 글을 쓰기도 ..
고요하고 귀여운 세계와 그 한가운데에서 그 어떤 분위기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나와 곱게 갈아서 잼 병에 담아 물을 붓고 차가운 돌틈에 하룻밤 나두면 내려지는 커피와 순한 폭군인 상냥한 토끼, 그리고 월귤나무 열매의 빨간색을 가만히 지켜보며 감탄하는 나. 몽롱한 어느 섬과 그 섬에 심긴 나무들을 살펴보아요. 백리향과 복숭아, 무화과와 로즈메리, 커피와 육계, 또한 라벤더. 또한 그 곳에도 있는 토끼와 고양이, 그리고 너무 상냥하고 마음이 여리면서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유약한 요정들이 그곳에. 우울한 꿈이에요. 깨고싶지 않아. 매우 귀엽고 아름다운데다 라벤더 밭은 넓어서 마치 보랏빛 천과 같고 향기로워요. 현실이 아니고 그저 나는 꿈을 꾸고 있겠죠. 마음씨가 착하고 여린 요정들, 아니 착하고 여린 마음..
심한 우울함이 와서 일찍 잠들게 되면 희미하게 기억나는 동화적인 꿈을 꾸게 된다. 깊게 잠들기 직전, 완전히 잠든 것도 아니라서 눈을 떠서 방을 살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의식이 잠들어 있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로 말이다. 꿈에서 소심한 소년과 상냥하고 위로하기 좋아하지만 꽤 심약한 메이드와 집사 남매를 만났어 소심한 소년은 칭얼대고 심약한 도우미 남매는 다 괜찮을거라고 푹 쉬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부디 불러달라고 나를 위로했는데 나는 그 아이들이 전부 불쾌했어. 왜 이렇게 기억나는 꿈에서는 동화적인 배경에 심약하고 상냥한데다 착해서 왠지 불쾌해지는 아이들과 나는 왜 뭔가를 잃어버린건가 하는 생각에 잠겨서 잠시나마 행복해지는거지. 그리고 왜 그 아이들은 나를 보고 자기랑 같다고 할까나. 그렇게 희미하..
"저는 하자품입니다. 어서 버려주세요." 나와 어느정도 같이 있었던 안드로이드 녀석이 갑자기 에러를 뿜은 것은 한 3년 전 정도였다. 자기를 하자품 내지는 검수가 되지 않은 불량품으로 취급하며 나한테 꼭 우울한 아이처럼 안겨서 울기도 하고 내가 돌아오는 시간 즈음에는 우울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수리를 맡겨도,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냐고 그 아이에게 물어봐도 문제없다는 결과만 계속 나왔다. 안드로이드 녀석들이 우울증 걸리거나 하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고 자부하던 안드로이드 녀석들 수리에 짬이 차오른 수리기사도 '이쯤되면 평범한 사람의 우울증 수준'이라면서 모르겠다고, 리셋해드릴까 하는데 제발 이 아이 리셋은 하지 말아 줘. 그냥 우울한 안드로이드의 주인으로서 그 아이가 갸웃..
누가 대화다운 대화의 형식을 제게 알려주었으면 해요. 저는 대화다운 대화를 못하고 있고 그게 뭔지도 몰라서 사람들한테 진짜 말하는 법을 모른다고 한소리 듣는데 도대체 대화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람보다는 인형에 가까운 저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도 사람된 이상, 외람되지만 알아야 해서 말이에요. 사회성 떨어진다고, 아는 것만 많고 생각만 많고 다른 것은 다 안됐다고 듣기는 더 이상 싫어. 비유를 들면 대부분 못 알아듣더라고요. 그리고 어려운 이야기라면 테세우스의 배라던가 거짓말쟁이 크레타인같은 얘기를 말하나요? 그리고 평범한 일상은 무엇이고 관심사가 같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는거죠? 사회성이 떨어..
향기로운 차를 준비해 놨고 달콤한 과자도 준비했어요. 알아차리고 와주세요, 병든 심리의 가시덤불과 알 수 없는 명제의 숲 너머로. 숲 속, 답이 존재할 리 없는 딜레마를 헤치고서요. 여기, 내가 준비한 것들은 당신을 위한 것. 하지만 당신은 주머니칼로 나를 죽이려들고 나는 알아버리죠. 나는 있으면 안 돼. 남에게 폐만 끼치는 멍청이잖아. 그러면서 가시덤불이나 딜레마 명제의 숲을 얘기하면 나는 모를 수밖에 없어요. 나는 여기에서 줄곧 있었으니까요. 숲 속이나 숲을 가로질러 있는 곳은 모르니까 가르쳐달라고 순진하게 웃으면 목을 긋고 목을 긋고도 피가 흐르지 않아 몇 번이고 찌르고 그렇게 귀엽고 하얀 모습이 망가져버리면 그것이 매우 달콤한 악몽이겠죠. 후회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이미 망가져있어요. 애초에 망가져..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은 공포다. 그래서 그 공포를 무마하기 위해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며 관철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인정해서 해결할 수 없는 공포에 빠지는 것이나 아니면 관철의 과정에 격정이 올라오는 것이나 비슷하다면 둘 중에 하나만 하게 되었으면. 그리고 알아야 한다는 것은 그 만큼이나 많은 판단을 요구하는 복잡한 체계에 갇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이나 사람에게 실망하는 누군가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은 사람 대신에 인형을 좋아하기도 한다. 인형이 아니라 그 다른 무언가일 가능성도 높다. 대다수는 마약에 손을 대거나 재미로 사람을 죽이거나 돈에 미쳐서 무슨 일이든 한다. 이렇듯 쾌락범으로 굴러떨어지는 부류보다야 인형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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