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와 헝가리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서로 나눠갖는 것이 사람의 욕심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오랜 시간 모르는 척이나 광신으로 알던 이들 모두가 그 모두가 벽이 무너지는 것으로 알아갔을 때 쯤에 모든 일들이 일어났지요. 우선 체코는 봄을 맞았습니다. 모든 것이 소생하였으나 억지로 붙여진 나라와는 떨어져 친한 사이 정도는 되었습니다. 헝가리는 가을을 맞았습니다. 40년 전 죽은 양심적인 정치인의 장례가 그제야 치러졌지요. 크고 노란 낫과 망치도 그 때 즈음 사라졌나. 그리고 빨간 장미로 변해갔겠지요.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이 모두가 전부 불모라서 아무도 자신 및 남을 믿지않고 도시만 좋아하고 온갖 자학이나 아집에 빠져서 나도 결국 이런 사람들과 섞이고 뭐 어쩌고저쩌고 하니 그들과 비슷해져서 멍청한 망둥..
하얀색 인상의 자동인형이나 요정. 소심하고 착한 성격. 겁쟁이에 혼자있기 좋아하는 특성. 누가 나를 인형처럼 다뤄준다면 좋겠어. 소중히 다뤄지는 인형처럼 서로 같이 놀면서 머리도 빗겨지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혀지기도 하고 비밀을 간직하기도 하고 외롭거나 살아있지 않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고. 내 마음을 깃들인 새하얀 인형에게는 상냥하게 대해주면서 내 마음을 모르는 다른 이에게는 상당한 궤변론자로 찍힌 저는 내 마음을 깃들인 그 인형에게 내일 죽을거라고 말해두었어요. 그러자 그 아이는 갑자기 눈이 죽더니 같이 갈거라고 나에게 조용히 말해요. 정원처럼 꾸며진 봄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섬에 사는 내 마음을 깃들인 착한 인형들은 그 마음을 자신들에게 깃들인 사람이 굉장히 괴팍하다는 사실과 그 괴팍함이 일상에..
다 틀렸습니다. 냉대의 한 가운데인데 날씨는 아직도 낮에 덥고 밤과 새벽에 춥습니다. 어떤 의사소통의 이론도 나와 어떤 이해를 맞추지 못해서 땅에 떨어진다면 세상의 모든 의지여, 이제 나를 그만 죽여주세요. 더 이상 내가 바라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즉, 곧 죽을 생각입니다. 눈 내리는 북쪽과 더운 남쪽을 여행하는 것은 이제 영원한 꿈에서 가능할테죠. 언어는 제가 제일 잘하는 것이자 가장 못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표현조차 남의 일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의지여, 모든 이를 전부 사랑하게 만들어버려요. 어차피 세상이 말로 되는 것과 생각으로 되는 것으로 명쾌히 나누어진다면 차라리 희망없음에 나는 죽으려합니다. 결국 내가 좋아하던 그 여행의 친구와도 작별이겠군요. 그 친구를 소중히 하고..
아무래도 시대가 변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후퇴의 조짐이 보이는 지금을 살기가 두렵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영원히 싫어하고 편가르기에 힘을 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나는 관에 눕고 싶어진다. 내가 살아가는 여러 이야기를 존재하게 하는데 앞서 그런 과정을 거쳐왔고 서로의 마음없이 그런 과정을 원하는 껍질 벗지 못한 이간질을 좋아하는 벌레들이 허우대 멀쩡한 사람에게 기생하며 올바르지 않은 방식의 행동을 부추긴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미친 것일까 말이야. 신경쓰기는 싫지만 어쩌면 그게 고착으로 변해서 서로는 자멸할 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모두는 신경질적으로 약한 쪽을 건드리고 뜯어내어 서로가 약하지 않음을 반대로 증명하는데 이어서 서로의 추악함에 서로 뒹굴며 죽어가고 있다. 지리멸렬일지도 모르겠지..
얼마 전의 일이다. 나는 내 일주일 용돈을 탕진해가며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에 간 적이 있다. 그렇게 그곳에서 매우 감질나게 짧아져버린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지. 그렇게 낭비가 심한 여행을 마치고 8시 경이 되어서였나 수원역에 겨우 도착하기까지 어째서 과학관 한 구석의 아무도 가지 않던 천체관에 신경이 그제서야 쓰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두 주가 지나서야 이렇게 글로 완성하는 나를 용서하는 나의 아량이 있기를 빈다. 그런데 내가 즐겨듣는 노래 중의 하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오늘 같은 밤하늘을 보며 기도하듯 나를 찾던 아이들, 모두 어른이 됐다지 그렇다고들 했어 그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 밤, 가장 멀리 있어도 가장 빛나고 싶던 이 조그만 몸은 갈 곳이 없으니 나는 다..
지나치게 사람다운 안드로이드를 상상해본다. '나리'라고 이름붙여진 이 아이는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췄고 사람과 똑같이 배우고 행동하는 가운데 사람의 감정이 경험에 의해 나온다는 가설을 응용한 방식의 감정표현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세상을 보자마자 좌절해버렸다.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불쾌함 그 자체이고 자신도 경험이 없이 내던져진 꼴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불쾌한 골짜기 효과가 작용해서 그 아이를 제대로 보살펴주거나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고 이 아이는 그 누구에게 자기 이름도 못 가르쳐주고 고물이 되게 생겨버렸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온 곳은 이 아이가 만들어진 곳이었고 연구진들 모두 이 아이의 로그를 뒤지면 깜짝 놀랄테지. 결국에는 연구진들이 나리를 돕기 시작한다. 그냥 모자..
이제야 왔나보네요. 여기에 앉아서 쉬기로 해요. 뭔가 떠오르지 않아 필요없이 짜증을 내기보다 여기 앉아서 박하차를 마셔요. 어차피 여기 안에서는 변하는 것이 전혀 없을거예요. 쉬려고 바깥을 뒤척이던 중에 나는 그냥 여기저기 쏘다니며 전혀 연관성없는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안산과 시흥의 시경일 것이고 좀 더 걸으면 오이도가 나올 것이고 시화호와 인천광역시 송도국제도시를 향해있는 황해를 사이에 끼고 장장 12.7km의 바닷둑이 있다. 그러니까 시화호는 오래전에는 바다였다. 적어도 그랬다. 안산시 도로의 무법자라는 태화상운 소속의 123번 버스가 방금 바닷둑을 건너갔다. 대부도로 들어가는 그 길을 버스로 들어가는 것이 오늘 처음이다. 그렇게 방조제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 멀리로 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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