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지? 갑자기 잠들어버린 느낌이 든다. 왠지 흑발에 회색 눈을 가진 마녀…가 싫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적의를 띈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으나 일단 가만히 있는다. 쉬익하고 달음박질로 달려와 내 턱을 쥐고 속삭인다. "왜 나하고만 안 떠들어 줘? 나도 잡담 좋아해." ??? 이것 외에 대답을 못 하겠다. 그러자 마녀는 더 싫은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대답을 강요했다. 어차피 서로 만난 적도 없잖아? 짐작이 가는 대목은 채팅의 난봉꾼 하나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저 자식…인가? "자아, 대답 안 하면 이 꿈을 날름 먹어서 너를 여기 가둘거야. 근사하지?" 씨발 멘헤라 마녀가 달라붙을 줄 알았다면 잘 좀 다룰 걸. 그렇다고 해도 명백히 내가 어쩔 수 없는 초자연적인 상황에 놓고 거의..
1. 이륜차 및 마이크로카는 자동차의 태동기 형태로 제작이 용이하며 안전성은 비록 태생상 취약하나 저가격에 고출력 발휘가 가능하다. 2. 현재 선진국 중에서 이륜차 및 마이크로카 규제가 심한 곳은 대한민국이며 이 때문에 효성오토바이가 일부분 지탱하던 창원시의 경제가 박살난 사례가 존재한다. 3. 이륜차도 명백히 과세 대상이며 보험가입의무도 받고 안전운전의 의무도 받는데 태생상 위험하다는 이유로만 도로 이용에 있어 제약을 받으며 이것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4. 제작이 비교적 쉬운 이륜차 및 마이크로카 시장은 진입문턱이 낮고 향후 이들이 자동차 산업의 발전 토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오늘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조그만 스쿠터가 있답니다. 얼마 전에 차 사이로 추월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어서 좀 더 빠르게 달려갑니다. 어쨌든 작은 섬나라고 답답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자동차세 아깝지 않으려면 일단 타고 다니는 수밖에 더 있을까요. 목적지가 단 하나여도 일단은 그렇게 동쪽으로 가봅니다. 남동쪽의 어느 과수원에 도착하는데 지금 시절에는 과일이 없는데 어떻게 오셨냐고 메이라는 인형 여자아이가 달려와 묻죠. 그냥 들러보려고 왔다 하면서 미리 주문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요. 차라리 지금은 시장에 가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버려요. 시내도로는 골치아파요. 의외로 트램과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 더욱 그래요. 남서로 넘어온 이상에는 공원도 들르고..
세계는 대충 멸망했는데 메르헨 남매가 예전에 그토록 진부하던 월드오더가 끝났으니 정원을 꾸며보아요 하면서 요정처럼 구니까 사람들은 쟤네 단단히 미쳤군 취급하는데 어디선가 목탄차를 끌고 오고 친구라면서 최신형 안드로이드를 데려오고 농사일을 하면서 가끔씩 적을 해치우느라 마법도 쓰고. 목탄가스는요, 이렇게 타는 땔감을 넣고서 밀폐하면 안에서 불 타는 가스랑 숯이 나오는 원리랍니다 하면서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가솔린차를 모는 두 소년소녀와 하이레그 차림의 최신예 안드로이드 녀석을 믿어도 될까. 왠지 이런 세상에서 화통 단 자동차를 갖고 있을 정도면 전투력쯤은 있을테다. 그리고 우리들 앞에 적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은회색 눈동자의 안드로이드를 믿었다. 그런데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왠지 이상한데 싶을..
남영역을 두고 앞뒤로 우리는 욕하면서 걸어갔다. 일제 가고 미제가 들어앉은 군 주둔지, 호텔처럼 우리들 속에 숨어든 물고문 시설, 진압의 효율을 위해 다 불살라버린 그 옥상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결국 그래도 우리는 한양도성의 허물어진 안쪽으로 아직 저감장치가 안 나왔다는 핑계를 대곤 언젠가는 과태료가 왕창 나오겠지 하며 차종이 무엇이건 쓸 수 있어 좋겠다 싶은 범용 디젤차 촉매 얘기만 하다가 단속에 찍혔다. 진짜 우리는 전진하고 있는건지, 어쩌면 거대한 후퇴만을 하고 있는건지. 사람 죽어야 뭔가 변한다고는 말하는데 빈한한 거대한 후퇴 앞에서 뭘 더 보태나. 졸렬하게도 인간은 대단한 포도가 아니라서 위대한 썩음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타고 있던 5등급 경유자동차를 세우고 세워져 있는 누군가의 전기자..
그렇게 또 뭐가 잘 안 되고 말았네요. 일단 햇빛이 좋으니 잠을 청해보고 고양이가 찾아오면 쓰다듬고 그래도 안 되면 길 건너의 마을로 가서 사람들과 무엇이 좋은거냐고 말을 얹고 오기로 해요. 하지만 여튼 간에 일단은 그 무엇도 하기 싫어서 그저 뒹굴거리다가 심심한 고양이가 제 등에 올라와서 식빵을 굽고 말지요. 내려 와. 그렇게 자동차와 전철이 다니는 길을 건너와서 미안해요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러는데 좀 무언가 도움을 주시겠어요 하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대부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죠. 찾아낸 여러 개의 답변 중에서 산책을 하거나 바닷가에 가거나 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저는 많이 지쳤거든요. 이런 식으로 많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도 나는 그냥 남서쪽에 사는 인형이라고요. 지루해져서 무작정 전철을 ..
오래된 성에 사는 외롭고 우울한 생령인형 하면 되나요? 혼 자체는 인간인데 몸이 구체관절인형이라서 다들 귀신 붙은 인형이라고 도망가는데 오늘도 전부 도망가버렸어 하고 혼자 밝고 근사한 티타임 테이블에 앉아서 우는 불쌍한 아이 말이에요. 오늘도 사람들은 내가 낡은 성의 귀신붙은 인형이라고 도망갔어.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살아있는 사람이었으면 더 싫어했을 거면서 다들 왜 나한테 심하게 구는지 모르겠어. 이제 티타임이고 뭐고 즐겁지 않을 지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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