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그저 바다로 가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잘 안 되면
다시 하려고도 했는데 역시
실제적이지 못한 내 자신이 화가 되어
그 모든 것을
불사르고 폐허로 만들고 어쨌든 차분한
내 자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과분한 것들
많이 알아야 하는 쓸모없는 것들
나를 괴롭히는데

결국에는 과묵하고 유약한 인형인걸까
떠올리면 그게 정답인데 아닌 모순.

모순이라는 어떤 싹과 마을을 벗어나는 버스.
그리고 알력다툼.
또한 상자 속에 갇혀 부정당하는 마음씨 여린 인형.

아무리 상자에서 꺼내줘도 나에게
우울한 미소만 줄 뿐이야.

그 아이는 우울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미안하다
하는데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내 목에 낫이.
우울한 미소를 띈 유약한 인형이 나를 죽이려 해.

다시 한 번 보아 줘.
내가 상상하는 세상.
조그만 모형정원 비슷할거야.
노면전차와 숲과 작은 마을과 상냥하고 우울한 인형들.
아기자기하고 동화같지만
한 편으로는 슬프고 우울한데
한 편으로는 촉촉하고 조심스러운
그 느낌을 알고 있을까.

하지만 그 마저도
나는 소중한 보물상자에 넣어놓고
나를 사납게 하고 있어.

그럼 나는 어디에 있지?
네가 보기에는
나는 무엇이니?
무슨 성격이니?
어떤 이야기를 하니?
어떤 모습이니?
어떤 것을 잘 하니?

겉으로 보이며 우울하지 않은 상태의 내 모습은
결코 진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너지지 말라며
우울한 미소를 지을까,
차라리 숨길 바에야 죽으라고 명령할까.

알고 싶기는 해.
내가 왜 우울한지.
유쾌함과 무례함을 끌어올려서라도
우울함을 가리고 살아야 하는지도.

촉촉하고 서늘한 섬을 정원으로 만들고
그 속에서 내가 가만히 죽어갈 수 있기를.

아니,
촉촉하고 서늘한 날씨의 정원으로 꾸며진 섬에서
나는 영원히 죽지 못하기를.
죽어도 멀쩡하게 아물어 살아나서
아름다운 정원 속에서도 고통받기를.

그것도 혼자서.

'작문 > 시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 속의 뇌 - 포트넘과 보드리야르가 맞았다  (0) 2018.04.15
괴로운 요리  (0) 2018.04.12
무료 이상  (0) 2018.03.29
모른다면 모름지기 멍청하다 할 수 있는 시  (0) 2018.03.13
붙잡혔다  (0) 201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