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국 정부는 의욕적으로 관문암초를 매립해서 만들, 해저터널로 본섬과 이어지는 공항 계획과 북서쪽 사탕무 농장과 설탕 공장이 있는 곳에 합성연료 공장을 세울 계획을 원조로 요청했다. 또한 이 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차 강요할 것이고 국제의결을 보이콧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했고 이런 원조를 나중에 어떻게 갚을거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내각에서는 이 모든 것은 원조로 해결하되 하유섬에 필요한 것들이고 나중에 하유섬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그 빚을 갚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그 예언은 매우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정말로 2035년이 오면 모든 내연기관의 생산이 불법화되고 이퓨얼은 금지될까? 나는 저 두 가지 모두 지금 상황에서 따져보자면 정합성 떨어지는 말이라고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일단 인프라가 문제고 어쩌고 정합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있지만 굳이 내가 정합성이라는 것에 집착하며 사는 인간도 아니고 인간이 플라스틱이나 기타 화학제품의 필요성만 잘 알고 있다면 함부로 내연기관 생산을 모조리 불법화하고 이퓨얼마저 금지할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출 수 없음은 물론이고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산업을 운영하고 누릴 수 있는지 생각을 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이퓨얼도 에너지를 축낸다고 금지하라는 놈들이 외부에서 오는 송전선 끊고 신재생에너지만으로 공단을 굴리라고 하면 무리수라고 할 것이 뻔하거..
폐유를 얻었다 → 제약분야에 쓰고 싶고 순도가 높은 시약을 얻고 싶다 → 폐유로는 어림도 없으니 일단 열분해 해서 합성가스라도 만들자 → 야 우리가 뭐 태운다고 에코파시스트 처들어 옴 → ??? 폐유를 얻었다 → 에코파시스트 무서우니 발전기 돌리는데 쓰고 싶다 → 폐유로는 어림도 없으니 일단 열분해 해서 합성가스라도 만들자 → 야 우리가 뭐 태운다고 에코파시스트 처들어 옴 → ??? 폐유를 얻었다 → 에코파시스트 무서우니 활용이고 뭐고 버린다 → 야 우리가 뭐 버린다고 공무원 처들어 옴 → ???
트램이 가질 않는다. 바로 앞의 신호가 빨간색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고 트램이 도로교통이고 철로 위를 달리는 버스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들은 경적을 울려댄다. 남서해안의 주택단지를 지나면서 가장 불편한 것이 트램이 가질 않으면 자동차들이 트램 뒤에 붙는다는 것이지만 여기를 지나지 않으면 고속도로로 나가기 힘들다. 물론 시험정원 정도를 구경하면서 조금 늦게 가면 되겠지만 한눈 파는 셈인데다 자동차를 몰면 트램이 신호를 기다리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있어야 하겠고. 남북고속도로는 소통원활이다. 소통원활한 가운데서 상록숲 방향으로 나가는 마지막 출구로 나가 여울오름으로 가려고 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용천과 숲 속의 수줍은 사람들이 참 곱지만 일단 자동차의 연료 눈금이 E를 가리킬 때까지 좀 버텨줬으면 좋겠다. 일..
버스를 타고 전철역까지 나가고 있다. 이딴 크리스마스는 빨리 지나갔으면 해서 동쪽의 와이너리에 와인을 사러간다. 일단은 원하는 맛을 정해놓고 전철을 타고 가다가 한 번 갈아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서 와인 두 병 정도를 사고는 집에 돌아가서 퍼마시는게 목적이다. 전철이 연착이다. 그리고 버스도 그랬지만 전철도 성탄빛으로 반짝였다. 기분이 퍽 상하고 갈아타는 역의 환승통로도 성탄빛으로 빛나고 갈아탄 열차도 성탄빛, 지하에서 전철이 나오자마자 보인 것도 성탄 트리다. 기분이 더 나빠져서 볼을 부풀리고 말 없이 혼자 삐치고 내릴 역을 놓칠 뻔한다. 도착한 와이너리. 드라이는 싫다고 했는데 포도 농사가 망해서 스위트는 없다는 통에 싸울 뻔했다. 어쩔 수 없이 드라이한 것으로 두 병을 안아들고 또 다시 집으로 향한다..
조금은 캄캄한 방 안에 꽤 귀염성 있는 구체관절인형 하나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모두들 귀엽다고 칭찬할 만큼이나 귀여운 아이였다. 하지만 왜 이 방에 홀로 있을까 해서 괜히 불쌍한 마음에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천천히 자신에게 말을 거는 누군가를 알아챘는지 움직이던 아이는 이내 몸의 텐션이 끊어져 산산히 분해되고 말았다. 인형가게에서 겨우 그 아이를 다시 이루어냈을 때, 인형가게에서 텐션을 맡고 있는 누군가가 참 귀엽고 실제 사람 크기라 무섭기도 하다면서 잘 다루라고 말해주는 가운데, 아이가 깨어났다. 흔한 일이라고, 오래된 인형이나 우울한 주인을 둔 인형은 스스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인형옷을 선물로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봄이는 내일 자살..
하유중앙행 전철이 지금 막 궤도 구간을 벗어났다. 철도에 올라 속도를 높이는 전철이 어디로 가는지는 정해져 있으니 내가 내릴 곳만 정하면 되겠지만 도로 위의 자동차와 같이 달리던 전철이 따로 마련된 철길 위로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게 되었다. 전철 안에는 출근하는 무리와 목적지를 갖고 전철에 오른 무리, 그리고 정처 없이 그저 전철에 탄 내가 있다. 전철 안 승객 중에서 나만 목적지 없이 공허함에 전철에 올랐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뭣같아서 내릴 곳을 찾아 노선도를 보았지만 역시 내가 내릴 곳은 거기에 없는 것 같아 다시 자리에 앉는다. 무엇을 위해 전철에 올랐는지는 모른다. 그게 전부일 뿐, 뭔가 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전철은 종착역인 하유중앙역에 닿았다.
정신을 놓았나 보다. 갑자기 클러치 페달을 떼서 자동차 시동을 꺼뜨렸다.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고 빨리 가야 한다고 상향등을 번쩍이는 놈들도 있다. 어쩌겠어, 다시 시동을 켜고 비상등을 잠시 켜주는 수 밖에는 없지. 그런 상황이 요새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운전이 피곤하고 내가 가려는 곳에는 전철이나 버스도 닿지 않으니 구태여 차를 몰고 가야 한다고. 그렇게 쌓인 피로와 약한 분노는 클러치에 입질이 오는 그 느낌마저 잊게 하기에 시동을 꺼먹는 짓을 하는 거겠지. 막히는 도로에서는 여기가 하유섬이라는 것을 종종 잊게 된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 위에 정차하는 전철로 한 정류장이나 가서 내리면 집이다. 도대체 이런 의미없는 짓에 의미를 담으려고 몇 번이고 노력하는 삶이 무료하다. 일을 해도 지루하고 ..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해가 안 된다. 세상이 무엇이었나. 단순하지 않았었나. 이제는 이해조차 못하겠다. 자, 보아라. 이게 내가 원하던 바냐? 아니다. 그러면 뭘 원하는거냐? 이러는 가운데에서 내가 뭘 또 외치면 그것을 트집잡으러 득달같이 몰려올테지. 진실은 그래서야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바는 여기 없다. 진실로 바라는 바는 내가 나로 되는 것. 밖에서 바라는 바는 내가 남으로 되는 것. 마치 외계인 손 증후군처럼 내가 안팎이 따로놀고 심지어는 서로 갈등하라는 것인가. 이해를 바라려면 그 이해의 예시를 주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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