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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산딸기. 바구니를 채우고도 남아요. 앵두도 바구니를 채우고도 남고 체리도 바구니를 채우고도 남아요. 달콤한 여름 과일들이 사늘한 이곳에서도 잘 자라주어서 고맙고 사랑스러워요. 언제나 넉넉하게 많은 야채와 과일을 먹을 수 있지요. 오늘도 남동쪽의 아침은 분주하답니다.

저는 동료들을 따라서 바구니를 들고 시중을 들었어요. '메이, 이 나뭇가지를 잡아주렴'이라거나 '메이, 손님이 오면 좀 부탁해'라던지 제가 되도록이면 무리하지 않게 해주셔요. 다만 제가 인형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거예요. 동화 속의 소풍 좋아하는 여자아이 풍의 옷을 입고 바구니를 들고서 과수원과 농원의 여러분들을 돕는게 저, 메이의 일이에요.

의외로 저는 운전을 할 줄 알아요! 그래서 시장통으로 깡통을 몰고서 과일을 팔러 가면 다들 좋은 값을 매겨주지요. 다만 해저터널 건너서 외국 분들이 저희 과일을 사겠다고 하면 그냥 바다에 던지는 편이 낫겠다고 혹평하시더군요. 이딴 것은 내수에서나 팔린다면서요. 화가 나서 따지면 메이 씨, 상업은 상업이고 노력은 노력이지요 하는 소리가 또 돌아와요. 은근히 저는 한 성질해서 차는 관문섬에 놓고 몸만 전철 타고 남동쪽 농원에 왔지요. 농원 여러분들이 저를 오해하지 않아서 기쁘지만 누가 외국으로 빼돌리기 전에 가져오라고 하시면 난감해요!

입에 넣고 달콤해하면 귀여운 농원의 소녀인형이 오늘도 마을에 왔구나 하면서 저를 귀여워해 주시는 도매상 분이 저에게 인사를 건네죠. 요즘 싯가를 물어보면 내수는 잘 익은 여름 과일을 비싸게 사주지만 수출은 냉동시설도 없는 하유산은 인기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농원 주인이신 주인님에게 냉동시설 도입이 농장에 활력을 줄 거라고 하니까 그저 저를 쓰다듬으세요. 왜죠.

그런 셈이에요. 외국에서 오신 분들은 하유랑 거래를 하면 요정에게 홀린 거라고 다들 그러면서 주먹까지 쥐더라고요. 그나저나 여행을 오신 분들은 저랑 비슷하게 과일이 전부 농익어서 맛있다고 하고 제 눈이 유리빛으로 심하게 반짝인다고 얘기하세요. 그런데 유독 비행기나 배에다 과일을 싣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은 주인님과 싸우고 뭔가를 던지고 저 같은 기집애 인형은 좀 꺼지라고 소리쳐요.

그래도 하유산 과일은 맛있어요. 그걸로 된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