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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Little Fluffy Clouds

두번의 봄 2020. 10. 29. 22:50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안개가 낀 북서쪽의 아침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난방은 틀 정도가 아니지만 그래도 여튼 사늘한 그런 날씨가 계속해서 자동차 시동을 괴롭게 하다니. 부다닥과 씨름하기를 몇 시간, 결국 헤어드라이어까지 동원해서 시동은 걸었으나 이번에는 기름 게이지가 E에 가까운 것이 문제려나. 일단 가까운 주유소에서 디젤을 넣어야 되겠네.

안개는 걷히지를 않는다. 안개등 따위가 있지도 않은 진짜 옛날 차라 딤라이트를 켜고 안개를 헤쳐 주유소에 도착해 디젤 가득 채워달라고 하면 하유국 특유의 합성디젤이 가득 차의 연료통에 들어간다. 낡은 디젤차를 몰 수 있는 비결이 이거라고 하면 다들 놀라지만 그 합성디젤 만드는 공장 대변인 하다가 여러 소리 듣기 싫어서 일을 그만 두고 쉬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무엇도 말하기 싫고 그냥 잔말 없이 가득 넣었으면 돈 내고 출발이다. 안개가 걷히지 않는 고속도로, 안개 낀 날의 불쾌한 물냄새, 매캐하지 않은 기계식 디젤의 역설적인 매연이 오늘 하루 가야할 곳을 점지해주듯 흐렸다. 안개는 그렇게 오묘하게 푸른빛에서 보랏빛으로 요상하게 변해가며 내가 목적지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속도로 출구 표지판은 치암베르도 방면이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나가면 상록숲이다. 상록숲으로 가서 여울오름을 오를 것이다. 하유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 그리고 하유섬의 식수원인 그 산 위로 올라가면 적어도 구름이라도 잡을까 하고. 내연 자동차에 돌을 던지는 요정들이 있긴 하지만 문제가 되랴, 긁히는 것은 내 차다. 그렇게 트램 선로가 깔린 흙길을 따라 표지판이 나올 때까지 천천히 나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여울오름 입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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