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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대충 멸망했는데 메르헨 남매가 예전에 그토록 진부하던 월드오더가 끝났으니 정원을 꾸며보아요 하면서 요정처럼 구니까 사람들은 쟤네 단단히 미쳤군 취급하는데 어디선가 목탄차를 끌고 오고 친구라면서 최신형 안드로이드를 데려오고 농사일을 하면서 가끔씩 적을 해치우느라 마법도 쓰고.

목탄가스는요, 이렇게 타는 땔감을 넣고서 밀폐하면 안에서 불 타는 가스랑 숯이 나오는 원리랍니다 하면서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가솔린차를 모는 두 소년소녀와 하이레그 차림의 최신예 안드로이드 녀석을 믿어도 될까. 왠지 이런 세상에서 화통 단 자동차를 갖고 있을 정도면 전투력쯤은 있을테다.

그리고 우리들 앞에 적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은회색 눈동자의 안드로이드를 믿었다. 그런데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왠지 이상한데 싶을 겨를도 없이 메르헨 소년이 차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나가지 말라고 할 새도 없이 마법진이 펼쳐지곤… 이제 가던 길을 가자며 소년이 다시 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