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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들 내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엄청 사랑스러운 세계를 꿈꾸고 있어요. 숲과 온실과 하얀 인형들과 요정들이 있는 세계예요. 하얀 꽃과 맑은 물가와 상냥한 우울함이 있는 곳이에요. 조그만 열차가 달리는 철길과 자그마한 샛길이 사랑스럽고 인형들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톱니바퀴 소리가 깨질 듯이 아름다워요. 물론 인형들의 무브먼트 소리를 듣느라 그 아이들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난감해하면서 부끄러워 하지만.

나의 집은 온실이랍니다. 온갖 향기롭고 먹을 수 있는 풀과 나무들을 심어 가꾸지요. 포근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 녀석들이 들어와서 야옹거리기도 하고 귤나무에 열매가 열려 새콤함을 즐기기도 하고 박하와 백리향 향기에 진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시 혼자 인형처럼 놓여있다가 우울함을 가져가주는 요정에게 귀엽다고 쓰다듬어지면 왠지 그 기분이 소중해.

이런 가운데에서 나는 온실에 틀어박혀서 우울해 하며 햇빛을 쬐거나 풋잠을 자면서 누군가의 손을 잡는 꿈을 꿔요. 로즈메리 향기보다 더 은은하고 포도보다 더욱 달콤하고 인동꽃처럼 덧없는 기분에 차나무에 난 새 잎을 바로 달여내어 마시는 차와 같이 차분해요. 그런 느낌이 나쁘지 않아 온실 유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내 가슴에 손을 살포시 얹고 눈도 살포시 감으면 좋은 꿈을 꾸게 돼요. 화사한 체리 꽃이 피어있는 어느 거리와 체리가 나오는 어느 늦봄의 그 거리를 꿈꾸죠. 그리고 자기 이름은 봄이라고 가르쳐주는, 왠지 소심하고 순한데다 우울하지만 상냥하고 착한 하얀 아이와 마주쳐요. 만나면 왠지 불쾌하지만 꿈 속에서 그 아이는 좋은 친구라서 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요.

그렇게 나는 참혹한 현실을 떠나 아름다운 꿈을 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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