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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정원섬 배경의 이야기

외출

두번의 봄 2019. 6. 13. 09:44
힘든 일이 있다면 그냥 풀밭에 누워 쉬면 되는 세상을 떠올린 적이 있었어요. 고양이도 있고 날씨도 서늘하고 아름다워서 여름이 없을 정도지요. 그렇게 결국 그런 장소를 찾았고 여기에서 아무도 없는 편안한 삶을 살고 있어요.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물은 맑아서 목을 축이기에 좋지요. 그리고 이따금씩 자동차를 몰고 언덕을 올라가서 지는 해를 보기도 하고 슬플 때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귀를 막고 울기도 하죠. 이런 아름답고 귀여운 일상이 항상 계속 되기를 빌며 저는 오늘도 정원으로 꾸며진 곳에서 살고 있답니다.

마을로 나가보아요. 마을에는 철길도 있고 아이스크림과 푸딩을 파는 동글동글한 트럭, 달콤한 사탕가게와 농장이 있지요. 모두가 조심스럽고 상냥해서 남을 잘 상처주려고 하지 않아요.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자기만 생각해서 저도 저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고 너무나도 행복해서 태엽이 느리게 돌아가요. 달콤하고 보드라운 것들에 둘러싸여 어쩌면 모두들 나에게 방법이 없다며 여기로 보내버린 것은 신경쓰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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