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동차는 털털거려요. 아무래도 여기까지 오는데 가스가 부족해서 그럴 거예요. 하는 수 없이 내려서 목적지인 산 위의 낮은 나무들이 많은 곳으로 걸어가요. 달고 새콤한 열매가 많아서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곳이에요.

불씨를 살리는데 가스는 요긴해요. 낙엽과 나무껍질, 먹으면서 생기는 쓰레기 같은 것들을 꽉 잠기는 통에 넣고 물에 재워놓으면 불이 붙는 가스가 생기는데 이 정도 꾀가 없으면 정원섬에서 혼자 사는 저는 불도 오래 못 피우고 쓸모없다며 가져가라던 자동차를 고쳐서 섬으로 데려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다만 그것 때문에 제가 주기적으로 섬 밖으로 나와서 열매를 팔아야 하지만요. 마을로 나가기는 싫지만 어쩌겠어요. 그리고 작은 나무에서 열리는 빨갛고 새콤한 열매는 마을에서 비싸게 사줘요. 산이 사늘하고 구름이 낮게 끼어서 그런지 산 위에서 무리지어 자라기 때문에 별로 흔하지는 않다고 했다가 이게 얼마나 귀한 열매냐고 해서 그저 수줍은 가운데 머쓱해 할 뿐.

열매를 모으는데 갈퀴를 쓰곤 하지요. 손으로 하나하나 따면 아프고 얼마 따지도 못해요. 그리고 상처 그 안으로 기계장치가 드러나면 자동인형이라는 것이 들켜서 기분 나쁘니까 꺼지라는 소리도 듣고요. 그래서 갈퀴를 쓰곤 하는데 그러면 손에 상처도 덜 나고 정말 쉽게 모아지지요. 그렇게 열매가 빨갛고 윤기가 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왠지 보석같다고 생각하기도 해보고 지쳐서 풋잠에 빠지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마을 사람들이 제가 따고 있는 열매를 비싸게 사주며 저에게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는 꿈도 꾸다가 울면서 일어났지요. 어느새 해가 지려고 해서 바구니를 바라보니 고맙게도 바구니는 가득 차있었지요. 누가 나를 도와줬을까 상상하며 산 아래로 내려오니, 아차. 자동차가 멈춰서서 걸어 올라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브레이크를 풀고 밀어서 겨우 제가 잠드는 유리온실 근처로 왔지요. 가스를 채워넣어야 하겠지만 미터기 눈금도 풀려있는게 그래서 그냥 잠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냥 잠들어버린 나머지 마을로 나가는 배는 가벼웠어요. 택시를 타는데 얼마나 돈을 쓰게 될까 걱정하고 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소년인형이 월귤을 팔러왔다며 또 남겨먹으러 들지도 몰라요. 일단 택시를 잡는 것도 힘들었고 택시기사가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해서 괴로웠고 제 물건을 사라고 상인 몇 명과 흥정을 했는데 또 남겨먹었어요. 후려친 주제에 이 정도도 안 받을 거라면 꺼지라고 소리치지요. 어쩔 수 없지요. 버럭거리고 주겠다는 돈이라도 받는 수밖에. 이게 다 제가 인형이라 생기는 일이니까요. 거기에 아무리 상냥하고 우울한 사람들만 산다고 해도 맞는 말인 마을이 있는 큰 섬에서도 상인들은 자기 몫이 너무 중요한가요. 아닐거예요. 그 사람들도 사실은 다른 나라에 나가는 냉동 과일을 상자에 담아 항구로 보내는데 무역상들이 가격을 후려치는 꼴에 지쳤을지도요. 오늘 벌은 돈은 연료상에 가서 가스 한 통을 사는데 허비했어요. 그리고 마을의 생쓰레기도 좀 가져왔고요.

드디어 자동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아침으로는 전에 구워놓은 흑빵과 요정들이 선물한 꿀로 대충 때웠지요. 자, 이제 1단을 놓고 클러치를 살살 놓으며 액셀을 주면서 열매를 모으러 출발해요. 자동차가 다시 움직이니 기뻐요. 다만 저는 왜 이런 기계 하나 때문에 마을로 나가야 할까요. 사실은 저도 기계라서 쉽게 지치지는 않는답니다. 자동인형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자동차 때문에 마을로 나가듯이 마을의 사람들도 서로에게마저 조심스러운데 아예 자신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온 동떨어진 존재가 곤란할지도 모를 모양이에요. 그저 이해해요.

'실패 > 정원섬 배경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걸어서  (0) 201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