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약속에 늦다

두번의 봄 2019. 7. 19. 14:07
이상하지. 나는 분명히 시간표를 지켜서 승강장에 나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열차가 문 닫고 떠난거 있지? 그래서 오늘은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하니 자기도 길이 막히거나 잘못 튀어나온 자동차를 박아서 그럴거라고 생각하니까 천천히 오래. 아니, 열차를 놓쳤다고 트램이 자동차를 박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찌되었든 다음 열차는 엄청 기다려야 있는 모양이고 나는 그렇게 최소 개찰시간 네 시간 안에는 내가 가는 방향의 전철이 오겠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내가 타야 할 전철은 정말 늦게도 40분 뒤에 도착했다. 완전 늦은 것이다. 이렇게 늦어버린 이상에야 엄청 미안하다고 해야 하겠지.

전철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하유섬이 마치 정원이라도 되는 양 아름다웠고 자동차와 같이 달리는 병용구간을 지나쳐 지하로 들어가며 급행으로 달리는 모양은 시원하고도 어두컴컴한 느낌. 그리고 다시 전철은 지하를 빠져나와서 숲의 바로 옆 쪽으로 내달리며 이윽고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한다. 내려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그리고 화난 얼굴의 인형 하나. 왜 이렇게 늦었냐고 뭐라 하는 아이에게 열차를 놓쳤다고 말하고 누그러지는 인형소녀의 표정과 함께 그 아이가 하는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뭐 먹을거냐고 말하고 나는 메뉴를 고른다. 자기가 낸다고 해서 더더욱 아니라고 하니까 일단은 내가 내겠다고 몇 번을 말하지. 하지만 결국에는 얻어먹는구나. 여름에서 23도 이상으로 더워지는 일이 없는 여기는 참 마법으로 가득하다. 내가 여기 특제 타르트를 거저 얻어먹다니.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와 재회한 기분이 바로 이것일지 나는 모르겠다.

'작문 > 하유 배경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록숲에서 길을 잃다  (0) 2019.07.22
마음이 차분해지는  (0) 2019.07.20
물방울 모양의  (0) 2019.07.18
파크 앤 라이드  (0) 2019.07.15
공방에서 이런 일 저런 일  (0) 201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