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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시문

잊어버립시다

두번의 봄 2020. 3. 24. 18:17

들어갑니다.
나오지는 못해요.

반으로 갈려 죽임당하고
형태는 보전했지만 인형이 되고
인형은 되지 않았지만 의욕을 뺏겨서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마치 자유로를 도보나 우마차로 다니려는 미친 놈처럼
행여나 누가 신뢰의 원칙을 깨려 하지는 않나
노심초사 하기에는 지쳤습니다.
나를 치고 지나가세요.
전방에 오비스가 있긴 하지만요.

그렇게 잘못 짚어서 망해버리면
사람은 인형이 되어버리던가요.

잊어버립시다.
우리는 애초에 사람인 적이 없어요.

저기 가로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마치 목 매단 사람처럼 진자운동을 하눈 인형을 봐요.
자기가 고뇌하는 사람인 줄 알았나봐요.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휘저어봐요.
이것도 사람인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요.

이미 깨져버려서 붙일 수도 없고
너무 건조해서 촉촉할 수 없고
너무 거칠어서 상냥할 수도 없어요.
규칙이 복잡하고 애매해요.

잊어버립시다.
우리는 애초에 사람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자동인형.
사회의 밑바닥을 까는
한낱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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