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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조그만 스쿠터가 있답니다. 얼마 전에 차 사이로 추월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어서 좀 더 빠르게 달려갑니다. 어쨌든 작은 섬나라고 답답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자동차세 아깝지 않으려면 일단 타고 다니는 수밖에 더 있을까요. 목적지가 단 하나여도 일단은 그렇게 동쪽으로 가봅니다.

남동쪽의 어느 과수원에 도착하는데 지금 시절에는 과일이 없는데 어떻게 오셨냐고 메이라는 인형 여자아이가 달려와 묻죠. 그냥 들러보려고 왔다 하면서 미리 주문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요. 차라리 지금은 시장에 가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버려요.

시내도로는 골치아파요. 의외로 트램과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 더욱 그래요. 남서로 넘어온 이상에는 공원도 들르고 아는 사람도 만나고 싶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군요. 그리고 스쿠터를 타고 옥내주차장을 이용하는 별난 녀석이라는 눈빛을 받으면서도 일단 마트에 들릅니다. 우유와 과자를 사서 안 만나려고 했던 아는 사람을 찾아갈 거예요.

초인종이 울립니다. 헬멧을 벗고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고 하며 우유와 과자를 더 반가워해요. 그럴 만도 하겠죠. 당신의 친구가 북서에서 남서로 고속도로를 스쿠터로 달려 왔는데 당신은 여름에 지쳤고 또 일자리도 없어서 내가 온 기쁨보다 현재가 비참한 데에 더 마음이 가는 거겠지요. 그러면 나와 과자하고 우유를 먹으며 많은 얘기를 나눌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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