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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룩한 표정으로 또 하얀 소년인형은 나에게 안겨오지. 정말 성가시고 기분 나빠. 이게 나라고 인정해버리면 나는 이 아이가 되어버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고 그저 아이같은 면모의 바보 응석받이가 되라고? 나는 좀 더 알아야 해.

하지만 차라리 내가 슬프다면 자신이 멀찍이 떨어져 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자기를 부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못한대. 그나저나 저 새하얀 인형은 전혀 나랑 닮지 않았고 오히려 더 차분하고 수줍은데다 상냥하니 내가 아냐. 오히려 귀여운 아이라서 불쌍해.

새하얀 인형은 나에게 죽지 마라고 붙잡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더 죽게 될거라고 말하니 새빨개져서 그럼 자기를 나라고 인정하면 되지 않냐고 소리 쳐. 그런데 너는 내가 아니야. 너는 나였던 적이 없어. 나는 네가 내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해 마지않아!

그렇게 말했더니 인형은 새빨간 상태에서 갑자기 허옇게 질리더니 울어버려. 매우 서럽게 울면서 내 마음대로 자기를 부정하고 아예 흉측하게 부수고 찢어발기래. 그런 와중에도 자기는 틀림없이 내 모습이니까 이제 받아들이래. 그런데 미안해. 확실히 너는 귀여운 소년인형이고, 내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