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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예쁘게 꾸며져서는 나는 온실에 있는 의자에 놓여져서 온실에 들어오는 모두에게 귀여움 받았어요. 스스로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기껏 귀여운 자세를 잡아놨는데 누가 움직였다고 저를 꾸며준 누군가가 화를 낼까봐 가만히 있죠.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이 난다고 말해요.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난다고 말해요. 당연하지요. 제 안은 라벤더 꽃을 말린 것과 민트 잎을 말린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언제나 향이 옅어지는 일이 없이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나지요. 그래요. 향기는 있지만 저는 살아있지 않고 저에게 마음은 없어요.

온실은 항상 반짝여요. 아름답고 순진해서 그냥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면 약간 서늘하고 따뜻해요. 어차피 온실 속 인형이라 가만히 있기 힘들면 가끔씩 온실을 돌보고 온실에 들어오는 모든 누군가에게 언제나 여기는 따뜻하다고 말하죠. 손을 잡으려 하면 재빨리 뿌리쳐야 해요. 인형이라서 저를 무서워하고 싫어하게 되니까요.

함께 온실을 돌보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 온실 바깥은 무섭고 외로운데다 공포로 가득한 곳인가봐요. 그래서 나는 온실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온실 속의 꽃과 나무와 풀을 돌보고 예쁘게 꾸며져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함께 온실을 돌보는 사람들이 오늘도 하얗고 귀엽다고 하면서 내일 보자며 온실 바깥으로 나가면 오히려 더 아름다운 온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같이 온실을 돌보는 누군가도 오지 않고 온실을 보러오는 누군가도 오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탓에 온실 바깥에서 뭔가가 들어오면 큰일이 날 거라고 생각하고 온실을 지키기 위해서 누가 들어오려고 하면 온실을 돌보는데 쓰는 도구로 겁을 줘서 쫓아냈고 그런 탓에 나는 온실을 여전히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좀 무서워요. 온실 바깥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이 좀 늘어났거든요.

온실 입구를 걸어잠그고 온실 온도를 조금 낮추고 환기창은 미세하게 열어놓았지요. 왠지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아서 더 무서운 가운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해졌어요. 다만 바깥이 내가 보던 바깥과 달라요. 온실과 어느정도 어울리는 나무와 풀이 있었는데 다 없어졌고 그대로인 것은 제가 있는 온실 뿐인데다 온실 바깥의 사람들은 나를 막 잡아먹고 싶다는 듯이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미안해요. 나를 잡아먹어봤자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나는 향료 맛 밖에는 나지 않을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제가 온실에 그대로 있는 동안 무슨 일을 당한걸까요. 궁금해서 언젠가는 온실 밖으로 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온실 바깥은 무섭고 외로운데다 공포로 가득한 곳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