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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대가 들어온다. 하유는 철도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또한 내각에서도 장려하는 바이지만 여느 나라와 같이 자동차가 없지는 않다. 그것도 블루크루드 도입 이후로 더 늘었다. 때문에 고장나는 차도 많고 대부분은 그냥 휘발유차에 에탄올을 넣었거나 경유차에 휘발유 넣었거나 하는 경우로 차라리 누르시지요 수준의 고장이다. 하유에서 자동차 전체를 오버홀하려면 공방에 보내는 수밖에 없고 그러면 보증수리 깨져서 눌러버리라는 차주가 많기 때문이다.

하유에서 자동차를 몬다는 것 자체가 아주 가혹한 일이다. 하유국 내각이 합성석유 만들겠다고 협약 맺고 장비를 들여오고 주유소를 몇 군데 만들고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에 대한 수입허가를 내린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하유 사람들이 정원에 산다는 자부심도 강하고 뭔가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전기차에서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도 있고 새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차도 같이 데려와서 블루크루드를 주유하고는 부조가 쩔어준다며 정비소로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그냥 몇 번 조여주는 시늉만 하다가 이번은 무료고 그냥 타고 다니다보면 부조가 안 느껴질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물론 어쩔 수 없다. 여기에서는 화석연료는 구할 수 없고 합성연료 뿐이라서. 일단은 그렇게 돌아가도 며칠 후에 멱살 잡으러 오거나 하면 나는 일단 공장견학을 권하지만 무슨 공장견학이냐, 여기 수리를 하긴 하는거냐 하는 얘기를 듣는다. 나라 정책이 그런데 나보고 어쩌라고.

배기가스가 안 나온다고 하면 배기구에 젖은 천을 물려놓고 풀악셀을 밟은 뒤에 천이 마른 것을 보여주면 안 믿고 머플러 갈아달라고 한다. 여기에 적응 못하는 인간들이 자주 하는 짓이다. 그러면 나는 여권 좀 보자고 하고 몇몇은 외국인이라 납득하고 말지. 배기가스 안 나오는 내연기관차는 없다고, 분명 소리가 있을테니 알아들으시라고 하면 이해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전기차에 기름을 넣으시지 그래요 하면 더더욱 이해를 못할 것이다.

항만에서 깽판 부리는 인간이 도항거부된 자동차를 굳이 몰겠다고 꼬장부려서 배기가스 검사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도항거부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 배기가스가 너무 나와서 개조를 하거나 연료통을 비우거나 도항거부 당하거나 셋 중에 하나일 터이다. 개조를 하면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고 연료통을 비우라 하면 똑같은 디젤 아니냐면서 어이없어 하는 경우도 있고 하니 아예 배기가스 검사를 하고 판정을 내린다.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고 바로 연료통 내려놓고 하유국 규제를 통과시켜 주려고 블루디젤 사러 가려는 첫 단계로 차를 들려고 하자마자 뭐하는 거냐고 따귀부터 맞았다. 항만 공무원들이 여기 규정이다, 화석연료는 하유에서 못 태운다 그러면 세상에 화석연료 없는 데가 어딨냐고 막 화를 내고 결국에는 차와 함께 추방당하겠지.

오늘 하루에만 꼬장부려서 추방되거나 경찰에 잡혀간 녀석이 너무 많다. 가게를 닫고 내일 오라는 표지를 걸고 전철로 집에 가는 와중에도 오늘의 찝찝함이 끝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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