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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지루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 나는 그 어떤 느낌도 없이 어느 계절을 맞아 다들 웃음짓는 와중에 무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런 시간에도 나에게 가라고 명령하는 저 신호등과 고치지 못해 미끄러지는 클러치, 무의식적으로 저단으로 물리는 손짓이 매우 익숙하면서도 낯설게만 느껴진다.

항상 그런 느낌이 자주 드는 탓은 아무래도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얼마나 무료함이 일상인지만 알려줄 뿐이다. 그런 와중에 자동차세가 아까워 운전을 하는 한심한 꼴은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무료함은 집에서 그저 잠이나 잔다고 해서 해결되는 쉬운 것도 아닐 뿐더러 내가 사는 일들마저 무디게 만들어 버린다.

사람들은 성탄전야를 맞아 분주하다. 하유섬에서 성탄을 즐기는 것은 단지 종교적 색채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남과 나누기 좋아하는 하유 사람들이 사랑할 뿐이라고 변을 대볼까. 청신호가 켜지고 겨우 우회전, 다음 신호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나 적신호에 걸린다. 문득 틀어본 라디오에서는 항상 북서중앙로가 막힌다고만 말하지. 다음 파란불을 기다린다. 그러고 나서도 일단은 반대편에 직진하는 차는 없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박을테니까. 이렇게도 잔혹한 도로 위에도 성탄 전야라고 많은 장식을 한 꽃전차며 버스며 지나다닌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계절을 맞이한 기쁨이라도 나지 않는다는 듯이.

드디어 좌회전에 성공한다. 그리고 약속장소에 도착은 했냐고 전화를 걸기 위해 길어께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건다. 도착은 했다는데 과연 내 차를 잘 찾아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몇 분을 있었을까, 품에 선물상자를 가득 안은 요정 소녀가 달려온다. 그 중에 내 선물이 없을 것은 자명하지만 일단 나에게 차를 보내달라고 말했으니 그저 태워줄 뿐이다. 뒷좌석에 올라타는 그 아이는 일단 내 집으로 가자고 해서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니 이유를 밝혀라 하고 출발하지는 않았다. 그냥 출발하면 알게 될거라는 말에 출발하는 척을 하며 스톨을 냈다. 덜컹 꺄악.

뭐라고? 내 집으로는 안 가니까 여기서 용건 말해. 그러니까 얼굴이 새빨게 되어서는 집으로 가자며 자꾸 조르는데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입장을 굳혔다. 우으으하는 소리와 짐이 너무 많으니까 가자고 하는 것을 한사코 의심해 거부했다. 그러자 얼굴이 더더욱 새빨개지더니 갑자기 선물더미를 뒤지며 그게 어디 있지 하면서 가장 작은 상자를 나에게 건네며 이제 우체국으로 출발하라고 한다. 애초에 이렇게 나왔으면 좋았을 걸하면서 조수석에 그 상자를 놓고 가까운 우체국으로 출발한다.

우체국에 그 아이를 내려준 뒤에 나는 곧장 집 근처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갔다. 상자 중에서 가장 작은 상자를 굳이 뜯어봐야 하나 하면서 집으로 가져가기만 했다. 아무래도 저 상자를 뜯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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