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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국에는 군대가 없다. 군대를 만들고 외국 군대를 주둔하는 것이 폭력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나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한의 준무장은 하고 있는데 그들이 특수경찰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비칭인 전투경찰이나 폭력경찰로 부른다.

특수경찰, 일명 특경은 군사경찰 느낌으로 존재하며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대테러 업무를 주로 맡아서 움직인다. 하지만 누가 연료도 합성해서 쓰고 내세울 산업은 원예와 관광 정도인 작은 섬나라를 테러 대상으로 삼는다고 처들어 오겠는가. 여태까지 진짜 총은 쏴보지도 못한 만약의 대비책이다.

생긴 이유가 걸작인데, 솔직히 하유국 사람들은 군대 창설을 내각 차원에서 저지시킨 역사도 있고 허구한 날 경찰이 성난 사람들에게 잘잘못과 원한을 배로 따져서 린치당하기 일쑤였는데 이 와중에 하유에도 공항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제 때문에 관문섬을 매립해서 공항을 만들고 공항이 생기는 관문섬과 본섬격인 하유섬을 잇는 해저터널을 지을 계획이 세워졌다. 하지만 하유의 산업이 테러조차 일어나지 않을 수준으로 다른 나라들 보기에 상당히 보잘 것 없고 그나마 있는 합성석유 산업도 다른 나라에서 도입한 것이라 하유국 정부는 동반자 협정에 의거한 우방인 대한민국과 일본에 손을 벌린다. 그런데 상대편에서 들고 온 협상 카드는 '무상이나 반값에 지어줄테니까 우리 쪽에서 거저주는 무기를 가져가라'는 것이어서 첫 협상은 결렬되었다. 하유국 외무부 장관이 하유에는 군대가 없으니 무기를 사도 쓸모가 없다고 했지만 이걸 상대측에서 굽히지 않은 결과였다.

그렇게 아쉬운 대로 한 쪽이 잃어줘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 다른 곳을 알아볼까 하는 와중에는 협정 관계도 없고 믿을 수 없으니 내각은 우왕좌왕했고 결국에는 두번째 협상에서 하유산 모종을 사가고 우리에게 빚을 내라고 했지만 이도 결렬, 세번째로 합성석유 반응기를 한국에서 사갈테니 지어달라는 요구도 무시되고 결국 하유국 내각은 쓰지도 않을 자동권총과 미사일 체계를 받고 공항과 해저터널을 짓도록 해줬다. 문제는 받은 무기는 당장 쓸 수도 없고 어디에 처분하기도 곤란한 물건들이라 도대체 어떻게 할거냐 하다가 마침 남미에서 들어오는 온갖가지 테러 소식에 착안, 대테러부서를 경찰 안에 만들기로 한다.

그 일이 참 그렇게 된게, 하유 사람들은 일반 경찰도 별로 좋게 보지를 않고 심지어 일순간 일이 잘못 돌아가면 주민들이 린치를 하는 대상이기도 한데, 특수경찰은 그보다 더한 혐오의 대상이다. 실제로 하유국 내각에서는 특경을 일반 경찰로 격하하고 그 어떤 준군사조직도 두지 못하게 하자는 의제가 매년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