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마법의 섬나라가 있어요. 편하게 운전할 수 있어서 숲 속으로 소풍을 가기도 해요. 내연기관을 싫어하는 요정들이 가끔 돌을 던지려고 하는 것만 조심하면 숲은 고요하고 잠들기 좋아요.

마법의 섬나라 사람들은 순진하고 탈속적이라서 돈으로 사기보다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편을 택하죠. 서로에게 신세를 졌다면 스튜를 만들어서 상대에게 찾아가는 귀여운 사람들이에요.

마법의 섬나라 남서쪽 해안가에 트램이 다니는 좁은 길가 임대주택단지에 제가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살고 있어요. 여기에서 살기에는 모두가 양보하려고 하고 과하게 친절하고 선량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동화적인 면모가 몇몇 사람들에게는 안 맞나봐요.

동화적이고 탈속적인 사람들이 사는 하유국에 오라는 귀화장려 포스터가 있긴 해요. 하지만 이 마법의 섬에서 일하려고 왔다가 자기 할 일만 끝내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합성석유 설비를 짓던 사람들이 그랬는데 계속 대사관에서 여기에서 꺼내달라 소리치고 난리를 쳤댔나.

겨우 동화 같은 곳에서 동화 같은 삶을 사는 탈속적인 사람들을 만나며 자동차를 몰면서 살고 있지만 왠지 기운이 빠지는 아주 즐거운 나날이 계속되었어요. 바닷가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지만 여기는 내가 사는 곳.

지루한 거겠죠?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하유섬은 너무 작아서 버스로 두 시간만 가도 가장 북쪽의 사탕무밭에 도착해요. 상록숲은 자동차를 몰고가야 좋지만 엔진 소리에 민감한 요정들이 돌을 던지곤 해요.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자니 내가 가진게 없어요.

'작문 > 하유 배경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섭씨 27도, 폭염경보의 하유섬에서  (0) 2023.07.08
우울 속의 광시곡  (0) 2022.12.06
또 드라이브  (0) 2022.11.07
도망의 이유  (0) 2022.08.31
오토루트 아 라 무드  (0) 202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