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또 드라이브

두번의 봄 2022. 11. 7. 17:25

여기는 낮은다리 위. 오늘도 믿음직한 다치아 로간 녀석과 자동차세 아깝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여기로 와버렸다. 바닷물이 아래로 출렁거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은, 그렇지만 왕복 4차로의 바닷둑 같은 낮은다리 위에는 남동에서 북동으로 바로 가려는 이들이 이 다리를 건너 지나간다. 문득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쬐고 클러치 조작에 지쳐가면서도 일단 놓았다 붙였다가를 반복하며 나아간다. 어차피 들어왔으면 끝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나갈 수가 없다. 그런 점을 노려서 여기에 일부러 온 것이기도 하지만 도중에 정차대에 세워서 커피라도 한 잔하고 북동쪽에 있는 카페가 많은 그 거리를 향해 가는 여정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핑계거리를 잘 찾았다 싶다. 그렇게 바닷물이 잔잔하게 바로 밑으로 찰랑이는 해수면에 닿을락말락할 그 다리를 달려나간다.

그렇게 도착한 북동구 카페거리이지만, 갈 곳은 단골가게인 네스토 데 피고 외에는 더 있을까. 그곳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항상 시키는 것은 카페 아메리카노와 레몬 타르트. 항상 까치 둥지를 뜻하는 이곳에 와서 타르트를 깨작이는 작은 행복이 있었지만 이제 이런 느낌을 순순히 무언가로 바꿔서 표현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레몬 타르트의 맛, 상록숲과 가까이 있어서 느껴지는 숲 가까이의 상쾌함이 어느새부터인가 느낌이 잘 안 와닿게 되었다. 처음 하유섬에 와서 여권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즈음과 하유국이 두 가지의 국제교통협약을 비준했단 소리를 듣고 운전면허를 교환했을 때처럼 두근거림도 없다. 어쩌면 이렇게 좀비 같을 수가 있을까 하면서 감흥 없이 레몬 타르트만 다 먹다니 목이 메이는군.

돌아가는 길은 편하게 고속도로를 타고서 흐름에 맞춘다. 어느 나라와는 다르게 두 바퀴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으면 환영하는 이 작은 섬나라의 고속도로에도 밤이 찾아오고 이제 잠시 후면 집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에 닿는다.

'작문 > 하유 배경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 속의 광시곡  (0) 2022.12.06
마법의 섬나라, 하유  (0) 2022.11.13
도망의 이유  (0) 2022.08.31
오토루트 아 라 무드  (0) 2022.06.14
12 CE 2872 번호판을 단 은빛 다치아 로간  (0)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