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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답답함에 대하여_2017.05.07

두번의 봄 2017. 5. 7. 22:26
답답함이란 무엇일까. 그저 꿈틀대지 못하여 힘들어하는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자면 내가 아메바같다. 또한 이제 이 도시를 유명하게 해준 열정의 축제는 막을 내렸고 나는 그 축제의 첫 날, 그 개막식을 보며 뭉클했지만 나에게 그 정도의 열정이 있는가 묻는다면 'Ne'라고 대답하겠다. 에스페란토로 '아니오'라는 뜻이다.

문득 생각나는 것은 세이부 철도이다. 2005년에 사장이 증권 허위기재로 잡혀들어가서 상장폐지되어 2014년 지주회사가 상장함으로 재상장하기까지 굉장한 시도; 그래봤자 웃는 상의 세이부 30000계 전동차지만 여튼 도전을 했고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이라는 토코로자와로 향하는 "팔일째, 비가 그치기 전에" 타고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흔한 노란색 전동차가 구르는 외곽의 철도일 것이다. 나는 첫 해외여행지였던 일본 토쿄에서 그 철길과 마주했고 이케부쿠로의 숙소에서 메지로를 지나 토시마와 신쥬쿠를 나누는 구의 경계를 넘어서 나카이역 근방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 판단하고 세이부 이케부쿠로선 열차에 몸을 싣고 하마터면 고쿄에 가겠다는 일정을 빼면서까지 토코로자와에서 이케부쿠로로 갈 뻔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금방 알고 부끄러워진 나는 타카다노바바로 가는 반대편 열차를 타고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고쿄에 갔고 토쿄역에서 니시닛포리역, 그리고 나리타 공항으로 갔다지.

어째서 이런 두서없는 생각이 이어져 가는 것인지 마치 나카이에서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데 세이부 철도의 유일한 자사 노선 환승역이라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상황도 있을 법하다는 것이 답답한 것인가. 이런 상황은 은근히 지금도 나에게 현재진행형이라서 수원역으로 바로 데려다 줄 수인선 잔여구간이 미개통인 친절에 안산선 열차를 타고 금정역으로 가서 계단을 올라가 경부선 열차로 수원역에 가야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답답함의 일종이려나.

"어쩌면 언어 쪽에 재능이 있을지 모르는, 음에도 조예는 있지만 표현 방법을 모를 뿐인 어떤 소년은 그냥 자신을 폐품취급하며 지내왔고 지금은 전문대에서 관광일본어를 전공하고는 히키니트가 되었어. 자기 자신이 무섭대."

나의 상황을 제대로 요약하자면 지금 이렇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아닌데 폐품취급하고 당하며 히키니트. 답답하다. 답답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 방 안을 서늘하게 만들고 많이 돌아다니는데도 오히려 짜증나고 답답한 기분은 차오른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의욕이 없는 시체 혹은 좀비라고 봐도 옳겠지. 내가 정말 무언가를 이루고 크게 성공하고 다른 이의 신임을 받는 위치가 되어도 태국의 수도는 꾸룽텝마하나콘아몬나따나꼬신마힌타라유타야마하딜록폽롯파랏라차따니부리롬우돔랏차니웻마하사탄아몬피만아와딴사팃사타까띠야윗사누깜쁘라싯이며 스리랑카의 수도는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코테이며 브루나이의 수도는 반다르스리브가완이라고 미쳐 날뛸지도 모르는 입장이다.

답답함을 어떻게 풀면 좋을까, 오늘도 역시 답답해서 답답함이 더하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