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충전시켜놨던 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천천히 내달린다. 소리 없는 그 느낌이 좋다만 앞으로 누가 지나가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용함에 취해서 졸면 안 된다. 그렇게 차를 몰아서 일단 환승주차장에 세워놓고 다시 열차에 오른다. 여기에서는 파크 앤 라이드가 일상이라 이렇게 해도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서도 하유에서는 화석연료 대신에 합성연료를 쓰는 나라이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표어가 돌아다니고 선하고 순진하고 차분한 국민성의 사람들은 그것을 잘 지켜주니까 그런 애매함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파크 앤 라이드가 불편한 점은 내 자동차가 계속 충전기에 꽂혀있는 통에 계속 내게 차 빼달라고 연락이 오는 정도이다. 그런데 나도 사실은 설치 중인 그 옆..
아닌 중에 갑자기 찾아온 녀석들을 본 그 밤에 기절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저 시중의 평범한 자동차가 싫다고 공방까지 찾아온 손님 앞에서 기절을 해도 예의가 아니겠지. 그래서 일단 미니의 레플리카로 주문한 그 분들이 가시고 나는 한숨 돌려보려고 가슴쪽을 움켜잡고서 침대로 향했다. 누가 놓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먹어요'라는 쪽지와 함께 세인트존스워트인가 하는 풀 한 묶음이 침대 머리맡의 스툴 위에 놓여있었다. 어느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고맙네. 그렇게 다시 밀린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서 직원들을 다시 부르고 몇 개월 만에 드디어 집 대문을 나섰다. 내가 직접 조립한 미니에 시동을 걸고 북서쪽 공방으로 향했다. 밀린 주문이 많아서 언제 철판을 두드리고 엔진을 받아서 달고 자동차정비소에 보내서 배기..
기상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철은 정시에 출발했고 그렇게 출근하면 내 자리에 누군가 뭔가를 확인해 달라고 쪽지를 놓지. 사흘을 쉬어서 모두의 눈치가 보이는데 모두들 출석카드나 찍읍시다 하면서 또 무의미한 나날이 또 지나가는 것인가 하며 나른한 하품을 한다. 지난 사흘 간의 즐거움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면 그저 일에나 집중하자 하면서 몸에 해로운 독한 커피를 마시고 진짜로 일에 집중한다. 길가의 자동차와 트램이 아직 덜 깬 나에게 이제 괜찮냐고 물어보는 성 싶고 준비해야 하는 여러가지 기획이나 샘플을 살펴본다. 그러다가도 쏟아지는 것이 졸음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겨내는 수밖에는 답이 없다. 즐거움을 위해서만 일하는 누군가는 없겠지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그렇게 따분하면 자동차로 출근할까 생각하며 5부제에 걸..
전철은 병용궤도의 한 가운데에서 멈춘다. 춤추듯 집으로 돌아가 불을 켜고 마무리 작업을 끝내고 잠에 드는 그런 일상, 식상하지만 나쁘지 않다. 그런 식으로 언제나 초고를 쓰고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자동차를 타고 나가는 일상이다. 어차피 모두들 10시에 출근해서 17시면 전부 퇴근하니까 이게 일상일 뿐이지만. 출근은 역시 그렇듯이 버스 아니면 전철이다. 집 앞의 정류장에 버스가 먼저 오면 버스를 타고 전철로 갈아타고 전철이 먼저 오면 병용궤도를 천천히 달리다가 중앙의 지하까지 급행으로 내달리는 전철을 목적지까지 타고 가는 식이다. 아침 출근도장을 찍고 교정받은 기삿거리를 정리하고 틀린 사실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도자료와 대조하고 우선 내가 쓰는 언어인 영어로 작성해 공용어부에 넘기면 각각 한국어와 일본어,..
언덕을 달려나온다. 내려오면서 기어를 바꾸고 다 내려오면 또 기어를 바꾼다. 공방제 자동차가 재미있고 하유국 산업 중에서 꽃과 나무하고 제일 거리가 먼 산업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 와중에도 이걸 또 수출하고 그러다니. 그래, 이게 사는거지. 차고에 차를 세워둔다. 자동차는 즐기는 목적이지 실용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고 골치 아프다. 집으로 돌아와서 내일 출근할 준비와 전철 시간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면 전철을 타고 중앙의 일자리로 출근한다. 서류는 챙겼고 오늘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체크하며 회사에 출근체크를 찍고 바로 만나야 할 첫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걱정하는 전화를 거니 차가 밀린다나. 자동차 회사 미팅인데 차가 밀려..
힘든 일이 있다면 그냥 풀밭에 누워 쉬면 되는 세상을 떠올린 적이 있었어요. 고양이도 있고 날씨도 서늘하고 아름다워서 여름이 없을 정도지요. 그렇게 결국 그런 장소를 찾았고 여기에서 아무도 없는 편안한 삶을 살고 있어요.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물은 맑아서 목을 축이기에 좋지요. 그리고 이따금씩 자동차를 몰고 언덕을 올라가서 지는 해를 보기도 하고 슬플 때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귀를 막고 울기도 하죠. 이런 아름답고 귀여운 일상이 항상 계속 되기를 빌며 저는 오늘도 정원으로 꾸며진 곳에서 살고 있답니다. 마을로 나가보아요. 마을에는 철길도 있고 아이스크림과 푸딩을 파는 동글동글한 트럭, 달콤한 사탕가게와 농장이 있지요. 모두가 조심스럽고 상냥해서 남을 잘 상처주려고 하지 않아요. 여기에 오기 전까지..
급행 시간에 댔다. 열차에 올라 도로 위를 같이 달리던 구간이 끝나면 내달리기 시작한다. 아직 시간은 많다. 하지만 오늘은 급행을 타고 출근한다. 열차는 정시 도착했다. 그렇게 북서쪽의 직장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소규모 중심지에서 부도심의 풍경을 지나면 경계선 녹지 근방에서 지하로 들어가 시내의 역 한 곳에 정차하고 이 열차는 급행이라 앞으로 두세 역에만 정차한다고 네 개의 공용어로 알리며 문을 닫고 출발한다. 오늘의 신문을 읽으며 열차가 내달리는 양 옆으로 지나가는 중앙의 풍경과 한 번 더 지하로 들어간 뒤에 나오면 나오는 온통 나무와 푸르름이 가득한 곳을 빗겨가는 차창, 그리고 다음 역은 내가 내려야 할 곳이다. 안녕하시오. 그렇게 도착하면 반겨주는 이는 청소부 뿐이다. 일찍 오셨다며 그렇게까지 일..
달콤한 산딸기. 바구니를 채우고도 남아요. 앵두도 바구니를 채우고도 남고 체리도 바구니를 채우고도 남아요. 달콤한 여름 과일들이 사늘한 이곳에서도 잘 자라주어서 고맙고 사랑스러워요. 언제나 넉넉하게 많은 야채와 과일을 먹을 수 있지요. 오늘도 남동쪽의 아침은 분주하답니다. 저는 동료들을 따라서 바구니를 들고 시중을 들었어요. '메이, 이 나뭇가지를 잡아주렴'이라거나 '메이, 손님이 오면 좀 부탁해'라던지 제가 되도록이면 무리하지 않게 해주셔요. 다만 제가 인형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거예요. 동화 속의 소풍 좋아하는 여자아이 풍의 옷을 입고 바구니를 들고서 과수원과 농원의 여러분들을 돕는게 저, 메이의 일이에요. 의외로 저는 운전을 할 줄 알아요! 그래서 시장통으로 깡통을 몰고서 과일을 팔러 가면 다들 좋은..
사늘한 여름과 하얀 겨울 날씨가 전형적이라 히터는 필요하지만 에어컨은 필요 없는, 철도와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자동차 없이도 살 만하지만 자동차는 있어야 하는 1,210.5 제곱킬로미터의 작고 이상한 섬나라. 내가 사람들을 통솔하고 데리고 다녀야 하는 나라다. 사람들은 하유국에서 추방될 수도 있는 룰을 들은체 만체하고 여울오름 물에 동전을 던지다 걸려서 추방당하거나 상록숲의 나무를 함부로 꺾어서 벌금을 물거나 상냥한 가이드가 사실은 자동인형이라는 사실에 놀라서 기절하거나 혹은 함부로 대하다가 경찰에 잡혀가는 등 아주 난장판이다. 그래서 오늘부로 사표를 냈다. 외국인 문제 때문이냐고 하면 고개 끄덕일 수밖에. 사표는 수리됐다며 수고했다고 나가보란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도시의 풍경을 본다. 여느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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