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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바닷가로 향합니다. 오래간만이네요.

바닷소리는 아름다워서 마음을 씻겨주지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모두에게 다르지만요. 여기까지 걸어나와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위안이 되는 기분이에요. 해안가를 따라서 놓인 철길과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지금 제가 있는 해안가의 바닷소리와 어우러져서 저를 어루만진답니다.

바닷가의 소년인형이라 해서 모두가 저를 알아봐주거나 하진 않지만 신기해하긴 해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인형 하나가 이따금씩 바다에 나와서 눈을 감고 바람을 쐬는 것이 그렇게 신기한가요. 저는 부끄러워서 그저 자리를 피할 뿐.

집은 바닷가를 따라 나있는 도로를 건너면 있는 아파트의 5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가 쉬고 잠드는 공간이 펼쳐지죠. 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바닷가와 바닷가를 따라 놓여있는 도로 위의 자동차와 철길의 열차, 그리고 사람들이 보이죠. 어쩌면 사람이 아니고 요정이나 인형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그렇다 해요. 돌보고 있는 고양이와 놀아주다가 이내 잠들고 마는 아름다운 일상을 조금 더 톺아보기를 원하지만 일단은 바닷가의 느낌과 잠든 고양이의 따스함이 기분 좋게 저를 잠들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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