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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속에 속만 탄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 나에게 일을 떠넘겼지. 그래서 그 일을 다 해주고서 일단은 이 정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나는 그게 너는 뭐하는 꼴이냐라는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완전히 나만 욕먹고 일 더 하는 꼴을 참다 못해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렇게라도 튀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무단으로 퇴근하고 고과에 무단퇴근 몇 회가 올라가봐야 그것이 삶이라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고지증명을 낸 장소인 근처 전철역 파크앤라이드에 차 세워놓고 전철을 기다렸다. 약 10분 뒤에 남서궤도선까지 직결로 들어가는 열차가 나를 집 앞까지 데려가 주었다. 이야, 튀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하면서 집 문을 열기 전, 떠나가는 전철에 손을 흔들어 준다. 나의 결근을 위하여.

한숨 돌리기에는 역시 쇼파에 누워 팝콘을 먹는게 좋겠지. 팝콘을 먹으며 파크앤라이드에 주차된 내 차를 걱정하는 편이 좋겠지. 차를 몰고 집에 오는 편이 나았나 하면서 일단 거기까지만 생각하자. 지금 차를 가지러 회사 근처의 파크앤라이드에 갔다가는 회사를 쨌다는 사실로 양심에 찔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다 또한 회사는 의무고용기간 때문에 이를 갈 거고 말이다. 어느정도는 나도 회사를 째고 집에서 빈둥거릴 수 있는 인간이고 그걸로 나를 짤라봐라, 어차피 또 뽑을거면서 하면서 또 파크앤라이드의 내 차를 생각한다.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맞겠지만 여튼 지금은 자유다. 자유다. 자유롭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회사를 째고 팝콘을 뜯으며 집에서 막 자려고 하는 중이겠지. 내일이면 나는 분명 내 차를 가지러 파크앤라이드로 가겠지만.

정말 아침이 되자 주머니에서 떨어진 자동차 열쇠 덕분에 집 앞에서 전철을 타고 파크앤라이드에 주차되어 있는 내 차를 내가 사는 마을의 공영주차장으로 데려오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가 지금 출근하고 있지 않고있는 회사와 가까운데도 회사의 그 누군가와는 마주치지 않았다. 원체 이 나라가 이상해서 알선받은 일자리에 가서 의무고용기간 동안에 꼬박꼬박 출근하면 취직이 되고 아니면 취직이 안 되는 구조라 나는 겨우 내 물건 하나 건지려고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된다. 그 무슨 눈치랴. 나는 그냥 자동차를 갖고 나왔어. 그 엿같은 회사 근처의 파크앤라이드에서! 그리고 진심으로 일해보자고 옮겨놨던 차고지증명을 빌어먹을 회사 근처 파크앤라이드에서 내가 사는 마을 공영주차장으로 옮겨놓았다. 공무원이 째려보는 듯했지만 내 물건이 세워질 자리를 옮기는 것인데 뭐라뭐라 안 하고 옮겼으니 확인하라 하겠지.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돈은 동났고 아직도 집 앞으로 전철이 지나간다. 내 집 앞에 개구리주차 된 자동차를 빼라고 버럭거릴 선불로 내는 전화요금도 이제 나를 조른다. 그러면 뭐가 더 있을까.

공무원은 나를 째려보며 내가 엿같다고 쨌던 그 회사에 나를 다시 보낸다. 그리고 의무고용 한 달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면 지금 관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돈이 필요해. 그러니까 어디라도 좋으니 제발 일 좀 하게 해주면 감사하겠어. 그렇게 다시 찾아간 회사는 나보고 또 트램 타고 째지 말라며 휘발유값을 주는데, 농담인가. 나는 여기에서 또 일을 떠넘겨 받았다. 누군가 나에게 일을 떠넘겼지. 그래서 그 일을 다 해주고서 일단은 이 정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나는 그게 너는 뭐하는 꼴이냐라는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완전히 나만 욕먹고 일 더 하는 꼴을 참다 못해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렇게라도 튀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무단으로 퇴근하고 고과에 무단퇴근 몇 회가 올라가봐야 그것이 삶이라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고지증명을 낸 장소인 내가 사는 마을 공영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전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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