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27도, 하유국 전체에 폭염경보가 떨어졌다. 너무 더워서 일을 못할 지경이라서 그늘로 나와 땀을 식히고 높아봐야 20도에서 23도 언저리인 하유섬의 날씨가 미쳐돌아가기에 제대로 못한다며 기상청에 따지는 사람들도 있고 이것을 또 다른 불만의 표출로 푸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또 회사에 차를 끌고와서 그 고물의 시동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에어컨을 켜고 만다. 그리고 사는 주택단지 근방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 트램을 잡아타고 중앙으로 간다. 일단 과일을 사서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은 가격표가 꺾어놓고 고기를 구워먹을까 하는 생각에는 위장이 이제 지겹지 않냐는 얘기를 하기에 그냥 구경만 하자고 하는 생각을 모두가 납득하도록 해보자. 일단 스튜를 하려면 허브 뭉치를 사야..
전철로 출근하는 이른 아침이다. 회사에 차를 두고 퇴근했기에 오늘 아침은 전형적으로 길가에서 열차를 기다려 상록숲을 지나 설탕공장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따라 표준궤의 철궤도를 따라간다. 550mm 승강장에 맞춰진 저상전차가 이제 막 상록숲을 벗어나 북동구청역에서 승객들이 대부분 내리고 사원증을 보여주고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웬일인지 공장 안이 조금 부산하다. 메모지가 없어졌다니 혹은 회의 도중에 함부로 자리를 뜨지 말 것이라는 팍팍한 규율이 떨어졌다. 못 보던 누군가가 우리 공장 사원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도대체 누구일까 빨리 잡아서 경찰에 넘겨야 정신이 나가지 않을텐데 하면서 내 일에도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 기분 전환 겸 폐기의 발생정도를 보려 사탕무밭으로 나가 현..
1. 서로 포개어지는 크기의 각각 다른 길이를 가진 깡통 두 개를 준비합니다. 2. 작은 깡통의 바닥을 뚫고 격자를 놓습니다. 3. 큰 깡통의 밑둥에는 재를 덜어낼 구멍을, 윗둥에는 연기가 나갈 구멍을 뚫습니다. 4. 격자를 놓은 작은 깡통 반대쪽에 밀폐가 가능한 뚜껑을 답니다. 5. 큰 깡통의 밑둥에 뚫은 재를 덜어낼 구멍에 밀폐가 가능한 뚜껑을 답니다. 6. 작은 통과 큰 통을 포개고 서로의 틈을 철판으로 때웁니다. 7. 포갠 통을 보았을 때, 재를 덜어낼 구멍에서 조금 위로 떨어진 곳에 불을 댕길 구멍을 뚫고 관을 집어넣습니다. 8. 연기가 나가는 구멍에 관을 집어넣습니다. 9. 끼워맞추기가 모두 끝났으면 서로 붙도록 땜질합니다. 10. 적당한 크기의 땔감을 위로 넣고 불을 댕깁니다. 11. 연기가..
애매하고 심약한 사람들만 한가득 사는 조그만 섬나라에 살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쉬는 날에는 자동차를 몰고 온통 숲인 동네로 놀러가고 돌아가는 길에는 섬의 북쪽에서 자란 사탕무로 만든 설탕을 사고 자동차에 합성연료를 가득 채워 돌아간다. 설탕과 합성연료가 이 섬나라 경제의 근간이다. 그 근간에 하나를 더해서 원예상품을 넣기도 하는데 그 누구도 차관으로 꽃과 나무를 가져가고 싶어하지는 않으니 그건 아니다 치고. 일단은 오늘도 일이 없어서 방정리를 마치고 다시 프론트에 앉는 형편이다.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일을 하는데 더 이상 토를 달면 안 되겠지만 관문구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비행기 환승승객들과 무비자 입국자는 내가 돌봐야 하는 이 호텔의 주 고객들이다. 국제터미널에서 멀리 떨어진 편이라 어떻게..
삶은 언제나 막막해서 울게 해요. 아무리 귀엽고 포근한 인형일지라도 많은 것에 실망하면 이토록 가치를 잃던가요. 다들 포곤한 티타임을 준비하지만 그것조차 나는 기쁘지 않아. 언제나 그렇듯 실망에 가득찬 매일매일을 보내러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촉촉한 살갗의 느낌이 전해졌어요. 우울 요정이 나를 껴안고서 울다 잠이 들었거든요. 고마워요 나의 친구. 하지만 나는 당신을 위로하기에 너무 여리답니다. 그러니까 부디 일어나주세요. 지협을 건너 향기로운 풀과 과일을 팔러 자동차를 몰면 다들 시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숲으로 돌아가는 줄로 알고요 시장에 가면 이상하게 가격을 낮게 부르는 사람들이 싫어요. 그래서 그냥 땔감이나 화통에 더 넣고 지협을 또 건너서 내 온실에 숨죠. 인형들은 항상 조용하고 상냥하답니다. 귀..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안개가 낀 북서쪽의 아침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난방은 틀 정도가 아니지만 그래도 여튼 사늘한 그런 날씨가 계속해서 자동차 시동을 괴롭게 하다니. 부다닥과 씨름하기를 몇 시간, 결국 헤어드라이어까지 동원해서 시동은 걸었으나 이번에는 기름 게이지가 E에 가까운 것이 문제려나. 일단 가까운 주유소에서 디젤을 넣어야 되겠네. 안개는 걷히지를 않는다. 안개등 따위가 있지도 않은 진짜 옛날 차라 딤라이트를 켜고 안개를 헤쳐 주유소에 도착해 디젤 가득 채워달라고 하면 하유국 특유의 합성디젤이 가득 차의 연료통에 들어간다. 낡은 디젤차를 몰 수 있는 비결이 이거라고 하면 다들 놀라지만 그 합성디젤 만드는 공장 대변인 하다가 여러 소리 듣기 싫어서 일을 그만 두고 쉬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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