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모두들 내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엄청 사랑스러운 세계를 꿈꾸고 있어요. 숲과 온실과 하얀 인형들과 요정들이 있는 세계예요. 하얀 꽃과 맑은 물가와 상냥한 우울함이 있는 곳이에요. 조그만 열차가 달리는 철길과 자그마한 샛길이 사랑스럽고 인형들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톱니바퀴 소리가 깨질 듯이 아름다워요. 물론 인형들의 무브먼트 소리를 듣느라 그 아이들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난감해하면서 부끄러워 하지만. 나의 집은 온실이랍니다. 온갖 향기롭고 먹을 수 있는 풀과 나무들을 심어 가꾸지요. 포근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 녀석들이 들어와서 야옹거리기도 하고 귤나무에 열매가 열려 새콤함을 즐기기도 하고 박하와 백리향 향기에 진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시 혼자 인형처럼 놓여있다가 우울함을 가져가주는 요정에게..
전철은 플랫폼을 떠났다. 그렇게 떠난 전철은 바닷가를 지나서 나를 허탈하게 했다. 바다 가까이로 와서는 그대로 짜증나서 가만히 죽을까 말까 생각하고 있었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미래가 삭제당한 어떤 젊은이가 멍청히 있다. 그리고 가만히 일어나서 바다를 보고 앉았다가 바다를 향해 한 걸음을 딛었다가 다시 뒤로 한 걸음 걷고 멍청하게 전철역이 있는 뒤를 돌아보고 계속 바닷가로 전진했다. 와다다다 뛰어가서 바닷물 바로 직전에 멈춰선다. 죽고싶어 환장한 어떤 인형은 전철로 집에 돌아온다. 누군가 있지도 않고 그저 환멸 화아안며어얼 만이 기다리는 하루하루는 이 북서쪽 바닷가의 그 어떤 느낌을 가만히 간척하고 말아서 그저 오늘 하루도 탁자에 다트핀을 꽂아 세운다. 탁 하고 박히는 그 다트핀의 소리가 경쾌하지만 그 나..
누가 대화다운 대화의 형식을 제게 알려주었으면 해요. 저는 대화다운 대화를 못하고 있고 그게 뭔지도 몰라서 사람들한테 진짜 말하는 법을 모른다고 한소리 듣는데 도대체 대화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람보다는 인형에 가까운 저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도 사람된 이상, 외람되지만 알아야 해서 말이에요. 사회성 떨어진다고, 아는 것만 많고 생각만 많고 다른 것은 다 안됐다고 듣기는 더 이상 싫어. 비유를 들면 대부분 못 알아듣더라고요. 그리고 어려운 이야기라면 테세우스의 배라던가 거짓말쟁이 크레타인같은 얘기를 말하나요? 그리고 평범한 일상은 무엇이고 관심사가 같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는거죠? 사회성이 떨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은 공포다. 그래서 그 공포를 무마하기 위해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며 관철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인정해서 해결할 수 없는 공포에 빠지는 것이나 아니면 관철의 과정에 격정이 올라오는 것이나 비슷하다면 둘 중에 하나만 하게 되었으면. 그리고 알아야 한다는 것은 그 만큼이나 많은 판단을 요구하는 복잡한 체계에 갇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이나 사람에게 실망하는 누군가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은 사람 대신에 인형을 좋아하기도 한다. 인형이 아니라 그 다른 무언가일 가능성도 높다. 대다수는 마약에 손을 대거나 재미로 사람을 죽이거나 돈에 미쳐서 무슨 일이든 한다. 이렇듯 쾌락범으로 굴러떨어지는 부류보다야 인형에 매료..
반드시 5월에 들어올거라고 큰소리치던 언론과는 달리 출고지연으로 6월 중순에야 들어와서 운행을 시작한 경원여객의 2층버스이다. 평일에는 안산과 강남을 잇는 3102번에서, 공휴일에는 중앙역과 대부도를 잇는 300번에서 볼 수 있는 이 버스는 통근시간에 터져나가는 강남행 버스와 경치가 좋고 시청도 제대로 못 가니 안산에서 나간다고 협박하는 대부도를 위한 그런 2층버스일테다. 2층으로 쌓은 만큼이나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고 2층에서 보는 시화방조제의 풍경이 어떨지는 상상 이상일 것으로 안산시에 2층버스가 도입된 것은 축하해 마지않을 일이다. 정확한 2층버스 시간표는 안 나왔지만 여튼 두 대만 2층버스이니 그만큼이나 뜸하게 다니겠지 싶고 이 2층버스가 양재꽃시장과 양재시민의숲, 의왕톨게이트 정류장을 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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