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다치아 로간 이 자식이 계속 시동이 안 걸린다. 그래서 다른 차를 빌려서 가려고 했는데 왠지 타면 안 될 것 같이 먼지가 쌓여있는 르노 5가 걸렸어. 일단 초크 안 주고 시동이 바로 걸리는 게 더 무서워. 여울오름을 올라가는 길에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귀여운 소형차는 아마도 디자이너가 번뜩인 아이디어의 산물. 안타깝게도 이 차를 디자인한 선구자는 차가 나오기 1년 전에 암으로 죽었다고 하지만 세상에 얼마나 많은 르노 5가 있고 그 중에 저주받은 것도 있겠지만 당장 하유섬에, 나한테 있을까. 뒤로 밀리는 것을 이용해서 후진 기어에 두고 클러치는 꾹 밟은 채로 시동을 걸어보려고 하지만 후진으로 시동이 걸릴 리가 있나. 일단 억지로 3단을 갈아서라도 넣고 전진으로 미끄러져 클러치 꾹 밟고 클러치 떼며..
이리로 오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아. 결국에는 너만 상처입고 도망치게 될 거야. 아무래도 따뜻한 스튜나 먹고 고양이를 안겨줄테니 조금만 쉬다 가겠어? 미안하지만 그래주기를 바라. 헤매다 굶지 않기를. 그리고 적어도 네가 타고 온 자동차에게도 쉬는 시간을 주고 서로가 나른해져서 이런 곳이 있었나 잊을 정도로 푹 쉬라고. 이런 날이 어쩌면 너에게 더 익숙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푹 쉬렴. 생각보다 그 무엇도 풀리지 않는 매일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나는 연파랑색 머리카락의 소년을 만났고 그에게 홀려서 한 동안 숲 속에서 요정처럼 지냈던 것 같다. 황홀했던 기분이 잊혀지질 않는다. 분명 반토막이 나있을 것이 분명했던 자동차의 기름 게이지도 꽉 차있었고 덕분에 헤메지 않고 숲을 벗어났다. 왠지 무..
섭씨 27도, 하유국 전체에 폭염경보가 떨어졌다. 너무 더워서 일을 못할 지경이라서 그늘로 나와 땀을 식히고 높아봐야 20도에서 23도 언저리인 하유섬의 날씨가 미쳐돌아가기에 제대로 못한다며 기상청에 따지는 사람들도 있고 이것을 또 다른 불만의 표출로 푸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또 회사에 차를 끌고와서 그 고물의 시동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에어컨을 켜고 만다. 그리고 사는 주택단지 근방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 트램을 잡아타고 중앙으로 간다. 일단 과일을 사서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은 가격표가 꺾어놓고 고기를 구워먹을까 하는 생각에는 위장이 이제 지겹지 않냐는 얘기를 하기에 그냥 구경만 하자고 하는 생각을 모두가 납득하도록 해보자. 일단 스튜를 하려면 허브 뭉치를 사야..
전기자동차 패널들은 중국이 그렇게 자동차나 배터리 산업계에 큰 영향을 못 끼칠 것이고 오히려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입장에 e-Fuel은 전기와 자원낭비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업고 중국이 에코파시즘적 시각을 가진다면 상당히 위험해 질 수 있다. 일단 중국이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들고 있고 그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전면전동화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니 자기네 편을 만들어 e-Fuel은 자원과 시간낭비라 주장하고 이에 더 나아가 중국의 번영을 위해 다른 나라는 그냥 숲으로 만들어버릴 흉계를 드러낼 지도 몰라.
하유중앙행 전철이 지금 막 궤도 구간을 벗어났다. 철도에 올라 속도를 높이는 전철이 어디로 가는지는 정해져 있으니 내가 내릴 곳만 정하면 되겠지만 도로 위의 자동차와 같이 달리던 전철이 따로 마련된 철길 위로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게 되었다. 전철 안에는 출근하는 무리와 목적지를 갖고 전철에 오른 무리, 그리고 정처 없이 그저 전철에 탄 내가 있다. 전철 안 승객 중에서 나만 목적지 없이 공허함에 전철에 올랐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뭣같아서 내릴 곳을 찾아 노선도를 보았지만 역시 내가 내릴 곳은 거기에 없는 것 같아 다시 자리에 앉는다. 무엇을 위해 전철에 올랐는지는 모른다. 그게 전부일 뿐, 뭔가 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전철은 종착역인 하유중앙역에 닿았다.
정신을 놓았나 보다. 갑자기 클러치 페달을 떼서 자동차 시동을 꺼뜨렸다.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고 빨리 가야 한다고 상향등을 번쩍이는 놈들도 있다. 어쩌겠어, 다시 시동을 켜고 비상등을 잠시 켜주는 수 밖에는 없지. 그런 상황이 요새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운전이 피곤하고 내가 가려는 곳에는 전철이나 버스도 닿지 않으니 구태여 차를 몰고 가야 한다고. 그렇게 쌓인 피로와 약한 분노는 클러치에 입질이 오는 그 느낌마저 잊게 하기에 시동을 꺼먹는 짓을 하는 거겠지. 막히는 도로에서는 여기가 하유섬이라는 것을 종종 잊게 된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 위에 정차하는 전철로 한 정류장이나 가서 내리면 집이다. 도대체 이런 의미없는 짓에 의미를 담으려고 몇 번이고 노력하는 삶이 무료하다. 일을 해도 지루하고 ..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해가 안 된다. 세상이 무엇이었나. 단순하지 않았었나. 이제는 이해조차 못하겠다. 자, 보아라. 이게 내가 원하던 바냐? 아니다. 그러면 뭘 원하는거냐? 이러는 가운데에서 내가 뭘 또 외치면 그것을 트집잡으러 득달같이 몰려올테지. 진실은 그래서야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바는 여기 없다. 진실로 바라는 바는 내가 나로 되는 것. 밖에서 바라는 바는 내가 남으로 되는 것. 마치 외계인 손 증후군처럼 내가 안팎이 따로놀고 심지어는 서로 갈등하라는 것인가. 이해를 바라려면 그 이해의 예시를 주렴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