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이나 뭔가를 태우면 나오는 합성가스를 철과 반응시키면 합성석유가 되고 합성석유를 증류하면 나프타가 나오는데 거기에 알코올을 섞고 제올라이트와 반응시키면 고옥탄가의 휘발유가 된다. 너무 많이 외웠다. 하지만 이 탓에 또 항의 문건이 하유제당 에너지부 앞으로 왔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화석연료 안 쓴다고 기만하는 꼴이 참 보기 좋다는 투의 가리비 기름 회사의 서신인데 이 나라 어느 숲 속 요정들에게 화석연료 팔아먹는 불한당이라고 린치를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아아 피곤하다. 얼마 전에는 하이브리드에 염증이 나서 팔아버리고 공방에서 올드 피아트의 레플리카를 하나 샀다. 주문 취소분이고 싸게 드린대서 차를 팔은 값으로 또 차를 사다니 이런 바보가 다 있나. 귀엽고 동그란 눈을 가진 작은 차를 몰고 상록숲에..
논밭이 가득한 남부의 어떤 마을입니다. 자동차를 몰고 어디로든 가도 싶었기에 일단은 어디론가 나온 것이죠. 모내기가 끝나고 박하는 꽃이 지는 서늘한 여름의 정경이 펼쳐지는 그 풍경을 경쾌하게 달리다가 문득 정차대에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봅니다. 길을 잃어서요. 이내 차에 다시 타고 우회전. 쭈욱 펼쳐지는 낮은 주택단지를 지나 어느 박하밭이 펼쳐집니다. 내려서 향기를 맡으려고요. 이런 풍경이 있는 삶은 정말 아름답지요. 주인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자생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즉석에서 물을 끓이고 박하잎을 띄워서 박하차를 즐기고 조금 수확하기도 해요. 어차피 집에 도착하면 시들어서 난감해지겠지만. 향이 좋아서 멍하니 그 곳에 있습니다. 조그만 멧밭쥐와 장난 치기 좋아하는 요정이 박하밭에 나타나고 여기에서 멍..
다시끔 공기구멍에 불을 댕긴다. 그리고 맨 윗쪽의 뚜껑을 열어 나무토막을 집어넣고 공기구멍에 죽어라고 풀무질을 한다. 적어도 연기가 피어오를 정도는 해야 자동차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목탄가스가 나오는 관에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하고 그 관을 엔진 쪽에 끼워 겨우 목탄차에 시동을 걸었다. 안 걸려서 오늘 하루도 버리나 했다. 상록숲에 살면서 목탄차를 몬다는 것은 거의 요정들에게 돌 맞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영역의 일이지만 나는 구태여 이 방법을 선택했다. 일단 상록숲 안에는 요정들의 부탁으로 주유소가 없고 솔방울과 나뭇가지는 구하기 쉽다. 그리고 여차하면 뭔가를 구워먹을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누군가의 스쿠터에도 화통을 달아줬는데 별 불만이 없다는 얘기도 들었고, 화..
역시 실패다. 오늘도 옆 차를 박을 뻔했다. 그러나저러나 하유에서 차고지 증명을 엄격하게 하고 있어서 다른 넓은 곳에 세우기도 힘들다. 이렇게저렇게 커다란 중형차를 모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운전한 지 몇 년 안 된 입장에서는 주차가 하기 너무 힘든 법이다. 덕분에 공영보험 쪽에서는 가입자들에게 운전법 연수를 해주고 있고 해보았지만 강사가 주차에 노이로제 있냐고 버럭거릴 정도면 나는 틀렸어. 일단 전면주차는 잘 하겠는데 평행주차와 후면주차는 늘지를 않는다. 일단 뒤를 봐야 한다는 문제도 있고 그 때문에 불안함이 커서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 있겠지.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으로 겨우 라인에 들어가면 수정을 최소화 하라는 강사의 불호령이나 듣고 이건 좀 너무하다고 말하면 강사는 오늘 퇴근한다는 말과 함..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서늘한 여름 한낮이었어요. 날이 좋아서 공영주차장에서 스쿠터를 꺼내왔죠. 시동이 걸리려나 모르겠는데 여하튼 걸려줬으면 좋겠네. 좀처럼 탈 일이 없고 많이 걸어다니니까 자동차세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주유할 검 타려고요. 시동이 계속 걸리다 말다해서 뒤로 밀면서 겨우 걸었어요. 일단 주유소로 갑니다. 휘발유를 넣겠죠. 그리고 딸려있는 편의점에서 충분한 간식거리와 물을 사서 짐칸에 넣지요. 그리고 언제 기름값이 올랐나요 하면서 영수증을 찡그린 얼굴로 확인하고 돈 내고 출발. 많이 올라서 기분이 좀 상하네요. 주유소를 벗어나서 트램과 함께 달리는 도로를 따라 남동구 표지판이 나올 때까지 계속 스로틀을 당깁니다. 파도에 잠기는 낮은 다리를 건널거예요. 잠수교 입구에 있는 해일이나 풍..
오늘도 차를 몰고 사탕무가 자라는 너른 밭으로 들어간다. 설탕이 만들어지는 그 장소를 지나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굴뚝 너머로 합성석유 공장이 있다. 설탕 만드는 곳에 합성석유 공장은 왜 있냐 하겠지만 여긴 하유섬이다. 중동산 원유를 아예 안 들여온다고. 그 안에서 모두와 인사하며 사탕무 찌꺼기를 알코올로 만든 것을 메타포밍 반응기에 넣고 제올라이트 촉매가 어떻게 반응되는지 그려진 도표를 지나 새로 도입된 또 하나의 메타포밍 반응기를 본다. 공장 내부에 은근히 자리가 많아서 놓을 자리는 충분했다고 하네. 나는 여기에서 휘발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는 입장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알코올에 의한 나프타 개질은 마법이다. 솔직히 나프타에 알코올 섞고 제올라이트 촉매를 넣어 반응시키면 옥탄가가 올라간다는 것이 ..
전철이 이제 숲 속으로 들어가요. 하늘하늘한 인형옷이 마음에 들지만 얼룩이 지면 이 예쁜 옷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어쨌든 숲은 언제나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무서워요. 거리에는 낮은 건물들과 즐거운 사람들과 슬픈 표정의 사람들이 서로 엇갈려가고 저 중에서 누군가는 오늘 숲에서 목을 맬 수도 있지요. 참 슬픈 일이야.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와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턱을 괴고 무료해하면 여기가 참 조용하고 쉴 만하구나 느끼지만 그 뿐이에요. 제 집은 여기가 아니고 하유섬 사람들은 서로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데다 소심하고 수줍어서 서로 친구가 되는 것도 꺼리니까요. 커피가 쓰네요. 달콤한 디저트도 시켜놨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요. 숲 속을 걷습니다. 언제는 숲 속에서 목..
거칠게 시동이 걸리는 자동차는 이내 클러치만 붙여져서는 설설 기어가고 있었다. 기어가는 속도로도 여기서는 충분히 다닐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을 달리며 경쾌함과 서늘함에 감탄하다가도 갑자기 큰 길이 나오면 액셀을 밟고 기어를 올릴 준비나 해야 한다는 것이 큰 문제에 지금 졸고있다는 아주 큰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굴러가다가 이내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너무 졸려서 더 이상 운전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숲을 나가려면 자동차로 곧장 5분이면 가지만 너무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시동을 켜놔도 검댕이 나오지 않는 기름만이 하유섬에서 팔리기에 괜찮지만 일단은 한스 피셔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은 접어두자. 히터를 틀고 차 안에서 자고 싶지만 그럴 여지도 없다. 빨리 숲을 벗어나야지 하지만 졸..
트램이 가질 않는다. 바로 앞의 신호가 빨간색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고 트램이 도로교통이고 철로 위를 달리는 버스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들은 경적을 울려댄다. 남서해안의 주택단지를 지나면서 가장 불편한 것이 트램이 가질 않으면 자동차들이 트램 뒤에 붙는다는 것이지만 여기를 지나지 않으면 고속도로로 나가기 힘들다. 물론 시험정원 정도를 구경하면서 조금 늦게 가면 되겠지만 한눈 파는 셈인데다 자동차를 몰면 트램이 신호를 기다리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있어야 하겠고. 남북고속도로는 소통원활이다. 소통원활한 가운데서 상록숲 방향으로 나가는 마지막 출구로 나가 여울오름으로 가려고 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용천과 숲 속의 수줍은 사람들이 참 곱지만 일단 자동차의 연료 눈금이 E를 가리킬 때까지 좀 버텨줬으면 좋겠다. 일..
한숨 속에 속만 탄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 나에게 일을 떠넘겼지. 그래서 그 일을 다 해주고서 일단은 이 정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나는 그게 너는 뭐하는 꼴이냐라는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완전히 나만 욕먹고 일 더 하는 꼴을 참다 못해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렇게라도 튀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무단으로 퇴근하고 고과에 무단퇴근 몇 회가 올라가봐야 그것이 삶이라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고지증명을 낸 장소인 근처 전철역 파크앤라이드에 차 세워놓고 전철을 기다렸다. 약 10분 뒤에 남서궤도선까지 직결로 들어가는 열차가 나를 집 앞까지 데려가 주었다. 이야, 튀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하면서 집 문을 열기 전, 떠나가는 전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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