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룩한 표정으로 또 하얀 소년인형은 나에게 안겨오지. 정말 성가시고 기분 나빠. 이게 나라고 인정해버리면 나는 이 아이가 되어버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고 그저 아이같은 면모의 바보 응석받이가 되라고? 나는 좀 더 알아야 해. 하지만 차라리 내가 슬프다면 자신이 멀찍이 떨어져 줄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자기를 부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못한대. 그나저나 저 새하얀 인형은 전혀 나랑 닮지 않았고 오히려 더 차분하고 수줍은데다 상냥하니 내가 아냐. 오히려 귀여운 아이라서 불쌍해. 새하얀 인형은 나에게 죽지 마라고 붙잡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더 죽게 될거라고 말하니 새빨개져서 그럼 자기를 나라고 인정하면 되지 않냐고 소리 쳐. 그런데 너는 내가 아니야. 너는 나였던 적이 없어. 나는 네가 내 모습이..
사회가 준비 안 된 누군가를 내친다면 내쳐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냥 잠만 자게 되고 공허함의 나락으로 내쳐져버리면 다른 세상으로 여행이나 가려나. 공허히 돌아다니는 것도 질려서 물려가면 취직하고 싶으나 그렇개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기성을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 할수도 없다. 그저 철밥통 지치려 아랫쪽 고혈이나 쭉쭉 빨고 겨우내 살아가는 기름벌레일 뿐일테니까. 그렇게 나는 언젠가 세종대로를 걸은 적을 떠올린다. 국가가 국민을 우롱하려던 시도를 똥으로 복수한 그 건너편 사선 20도 즈음에는 프레스 빌딩이 있다. 공익광고 기구가 그 건물 6층에 있는데 지날 적에 화염병을 던지고 싶다. 공익광고 기구가 왜 국가 기관이어야 옳은지, 네덜란드의 사례를 제외하고 말해준다면 납득하겠지만. 열차는 절연구간을 지났..
은빛이 도는 하얀 인상에 비단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진 요정 혹은 인형 소년. 어딘가의 섬에 숨어살고 있다. 꽤 귀엽게 생겼다고 듣지만 자신은 그 말을 싫어하는 모양. 기본적으로 상냥하거나 착한 성격이지만 그에 나사가 빠져서 얼빠져보인다. 적당히 말하면 도움이 되지만 너무 말해버려서 폐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말재주가 모자른 이유가 다 자기가 멍청한 탓이라고 생각하며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말하는 것에 대해 겁이 많은 편이다. 거절을 잘 못한다. 기본적으로 순하고 착해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편이지만 한 번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면 차갑게 변해버린다. 하지만 꽤 귀염성이 있어서 누군가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지만 기본설정이 망가진 덕분인지 호의 속의 악의를 걱정한다. 굉장히 순하고 신비..
자, 모두들 내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엄청 사랑스러운 세계를 꿈꾸고 있어요. 숲과 온실과 하얀 인형들과 요정들이 있는 세계예요. 하얀 꽃과 맑은 물가와 상냥한 우울함이 있는 곳이에요. 조그만 열차가 달리는 철길과 자그마한 샛길이 사랑스럽고 인형들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톱니바퀴 소리가 깨질 듯이 아름다워요. 물론 인형들의 무브먼트 소리를 듣느라 그 아이들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난감해하면서 부끄러워 하지만. 나의 집은 온실이랍니다. 온갖 향기롭고 먹을 수 있는 풀과 나무들을 심어 가꾸지요. 포근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 녀석들이 들어와서 야옹거리기도 하고 귤나무에 열매가 열려 새콤함을 즐기기도 하고 박하와 백리향 향기에 진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시 혼자 인형처럼 놓여있다가 우울함을 가져가주는 요정에게..
전철은 플랫폼을 떠났다. 그렇게 떠난 전철은 바닷가를 지나서 나를 허탈하게 했다. 바다 가까이로 와서는 그대로 짜증나서 가만히 죽을까 말까 생각하고 있었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미래가 삭제당한 어떤 젊은이가 멍청히 있다. 그리고 가만히 일어나서 바다를 보고 앉았다가 바다를 향해 한 걸음을 딛었다가 다시 뒤로 한 걸음 걷고 멍청하게 전철역이 있는 뒤를 돌아보고 계속 바닷가로 전진했다. 와다다다 뛰어가서 바닷물 바로 직전에 멈춰선다. 죽고싶어 환장한 어떤 인형은 전철로 집에 돌아온다. 누군가 있지도 않고 그저 환멸 화아안며어얼 만이 기다리는 하루하루는 이 북서쪽 바닷가의 그 어떤 느낌을 가만히 간척하고 말아서 그저 오늘 하루도 탁자에 다트핀을 꽂아 세운다. 탁 하고 박히는 그 다트핀의 소리가 경쾌하지만 그 나..
차라리 저를 먹을래요? 어차피 당신에게 나는 하나의 케이크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저 이교도 잡탕이 싫어 뛰쳐나와 신이 없다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구원이고 신이고 없다하는 사람인데 그 의미를 나에게 무엇으로 그러니까 내가 모르거나 알고서 불쾌해진 그 의미를 비약으로 치부했군요. 맛있겠지요? 피를 좀 내볼게요. 그 달콤한 시럽이 몸에 떨어져서 당신은 나를 보고 맛있다 하시겠죠. 먹을래요? 맛있겠죠? 당신은 아무런 음식에서 느끼지 못했던 아주 달콤한 맛을 느끼고 행복해지는 그 즈음, 나는 당신의 포크에 찔려서 나에게 달콤하고 맛있다 속삭이는 당신에게 꽤 처참한 모습이 되어가며 잔인하게 먹히고 있어요. 그래요. 내가 그토록 달콤한가요? 그럼 행복하시길!
뭔가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그것들을 글로 옮기면 신기하게 오타율도 낮고 언제 이렇게 썼는지도 모르는 글을 쓰고 말지만 어차피 뇌의 발작 비슷한 것이라면 나는 관자놀이에 총알을 박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진짜 발작과도 같이 지끈거리는 머리와 글을 쓰라고 빼액거리는 그 느낌은 진짜 지랄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형들과 나는 어쩌면 진짜 하려는 일이 없어서 그저 온실에서 빈둥거리는 처지이다. 보일러를 끄지 않아 스스로 굴러가는 기관차를 잡고 그러면서 온실 속을 잘 관리하면서 아무래도 재수없고 독기 서린 말을 던져대며 어떤 하나는 난감하게 만들고 어떤 하나는 상처입히겠지. 그러는 자신도 반은 인형이라서 결국 섬은 인형만 셋인 셈이 된다. 젠장맞을 이 현상 때문에 이런 글을 쓰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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