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아직도 풀지 못한 여러가지가 정체되어 한창 막히는 도로와 같은 형국이 되었다. 앞을 다시 보았다. 안개가 짙어서 아무런 형상도 보이지 않는, 또한 볼 수도 없는 정도이다. 이런 삶이란 도로는 항상 지나기 힘들다. 경적을 울린다고 해도 메아리 쳐서 괴롭다. 그 메아리가 계속 도로 위에서 울려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안개가 짙은 나머지 차선도 보이지를 않는다. 이런 장난도 장난이 없다. 이대로 곧장 나가다가는 차선을 어기고 사고가 나고말 터. 좀 어떠랴.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긴 한가. 샛길로 가자하니 안개가 자욱해서 그것도 안 된다. 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또한 민폐가 된다. 샛길로 가면 위험하다. 모두가 이 길로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를 돌릴 생각도 못한다..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것도 처음 와보는 숲에서. 숲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소리치면서 누굴 찾아도 아무도 없다. 산 속 동물들만이 무서워 도망친다. 그나마 말이 통할 요정들도 내가 무서운지 도망친다. 다 틀렸다 생각하고 눈 앞의 독버섯을 먹고 죽을 궁리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떤 요정이 조용히 갖고 사라진다. 나는 길을 잃었다. 그리고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했다. 나를 구해준다면 누구라도 좋다고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이다. 메아리일까요? 아니오, 누구라도 그래요.
아무래도 아무것도 되지 않아. 다들 다른 곳을 보고 있고 얼마나 더 움직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아주 멀리 나갔어요. 그리고 내 태엽이 다 풀렸어요. 태엽이 조금 감기고 이내 태엽이 다 되어 풀리는 동안, 멎어가는 나를 소중히 다루는 사람들. 그 때, 나는 깨달았어요. 두 번 다시 내 태엽은 감길 일도 없고 다시 내 태엽을 감아줄 사람도 없고 태엽을 감지 않은 채로, 그냥 그렇게 되어서 내 태엽은 망가지고 그저 움직이지 않아 얌전하고 꿈꾸는 듯한 아주 정교하고 귀여운 인형이 되어 버린 것을.
돌아버립니다. 응암을 지나왔는데 응암.이제 나는 봉화산으로 향합니다. 적어도 돌아나가지는 않는 처음의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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