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대가 들어온다. 하유는 철도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또한 내각에서도 장려하는 바이지만 여느 나라와 같이 자동차가 없지는 않다. 그것도 블루크루드 도입 이후로 더 늘었다. 때문에 고장나는 차도 많고 대부분은 그냥 휘발유차에 에탄올을 넣었거나 경유차에 휘발유 넣었거나 하는 경우로 차라리 누르시지요 수준의 고장이다. 하유에서 자동차 전체를 오버홀하려면 공방에 보내는 수밖에 없고 그러면 보증수리 깨져서 눌러버리라는 차주가 많기 때문이다. 하유에서 자동차를 몬다는 것 자체가 아주 가혹한 일이다. 하유국 내각이 합성석유 만들겠다고 협약 맺고 장비를 들여오고 주유소를 몇 군데 만들고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에 대한 수입허가를 내린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하유 사람들이 정원에 산다는 자..
전철이 이제 숲 속으로 들어가요. 하늘하늘한 인형옷이 마음에 들지만 얼룩이 지면 이 예쁜 옷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어쨌든 숲은 언제나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무서워요. 거리에는 낮은 건물들과 즐거운 사람들과 슬픈 표정의 사람들이 서로 엇갈려가고 저 중에서 누군가는 오늘 숲에서 목을 맬 수도 있지요. 참 슬픈 일이야.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와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턱을 괴고 무료해하면 여기가 참 조용하고 쉴 만하구나 느끼지만 그 뿐이에요. 제 집은 여기가 아니고 하유섬 사람들은 서로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데다 소심하고 수줍어서 서로 친구가 되는 것도 꺼리니까요. 커피가 쓰네요. 달콤한 디저트도 시켜놨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요. 숲 속을 걷습니다. 언제는 숲 속에서 목..
거칠게 시동이 걸리는 자동차는 이내 클러치만 붙여져서는 설설 기어가고 있었다. 기어가는 속도로도 여기서는 충분히 다닐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을 달리며 경쾌함과 서늘함에 감탄하다가도 갑자기 큰 길이 나오면 액셀을 밟고 기어를 올릴 준비나 해야 한다는 것이 큰 문제에 지금 졸고있다는 아주 큰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굴러가다가 이내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너무 졸려서 더 이상 운전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숲을 나가려면 자동차로 곧장 5분이면 가지만 너무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시동을 켜놔도 검댕이 나오지 않는 기름만이 하유섬에서 팔리기에 괜찮지만 일단은 한스 피셔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은 접어두자. 히터를 틀고 차 안에서 자고 싶지만 그럴 여지도 없다. 빨리 숲을 벗어나야지 하지만 졸..
트램이 가질 않는다. 바로 앞의 신호가 빨간색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고 트램이 도로교통이고 철로 위를 달리는 버스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들은 경적을 울려댄다. 남서해안의 주택단지를 지나면서 가장 불편한 것이 트램이 가질 않으면 자동차들이 트램 뒤에 붙는다는 것이지만 여기를 지나지 않으면 고속도로로 나가기 힘들다. 물론 시험정원 정도를 구경하면서 조금 늦게 가면 되겠지만 한눈 파는 셈인데다 자동차를 몰면 트램이 신호를 기다리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있어야 하겠고. 남북고속도로는 소통원활이다. 소통원활한 가운데서 상록숲 방향으로 나가는 마지막 출구로 나가 여울오름으로 가려고 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용천과 숲 속의 수줍은 사람들이 참 곱지만 일단 자동차의 연료 눈금이 E를 가리킬 때까지 좀 버텨줬으면 좋겠다. 일..
버스를 타고 전철역까지 나가고 있다. 이딴 크리스마스는 빨리 지나갔으면 해서 동쪽의 와이너리에 와인을 사러간다. 일단은 원하는 맛을 정해놓고 전철을 타고 가다가 한 번 갈아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서 와인 두 병 정도를 사고는 집에 돌아가서 퍼마시는게 목적이다. 전철이 연착이다. 그리고 버스도 그랬지만 전철도 성탄빛으로 반짝였다. 기분이 퍽 상하고 갈아타는 역의 환승통로도 성탄빛으로 빛나고 갈아탄 열차도 성탄빛, 지하에서 전철이 나오자마자 보인 것도 성탄 트리다. 기분이 더 나빠져서 볼을 부풀리고 말 없이 혼자 삐치고 내릴 역을 놓칠 뻔한다. 도착한 와이너리. 드라이는 싫다고 했는데 포도 농사가 망해서 스위트는 없다는 통에 싸울 뻔했다. 어쩔 수 없이 드라이한 것으로 두 병을 안아들고 또 다시 집으로 향한다..
하유중앙행 전철이 지금 막 궤도 구간을 벗어났다. 철도에 올라 속도를 높이는 전철이 어디로 가는지는 정해져 있으니 내가 내릴 곳만 정하면 되겠지만 도로 위의 자동차와 같이 달리던 전철이 따로 마련된 철길 위로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게 되었다. 전철 안에는 출근하는 무리와 목적지를 갖고 전철에 오른 무리, 그리고 정처 없이 그저 전철에 탄 내가 있다. 전철 안 승객 중에서 나만 목적지 없이 공허함에 전철에 올랐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뭣같아서 내릴 곳을 찾아 노선도를 보았지만 역시 내가 내릴 곳은 거기에 없는 것 같아 다시 자리에 앉는다. 무엇을 위해 전철에 올랐는지는 모른다. 그게 전부일 뿐, 뭔가 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전철은 종착역인 하유중앙역에 닿았다.
정신을 놓았나 보다. 갑자기 클러치 페달을 떼서 자동차 시동을 꺼뜨렸다.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고 빨리 가야 한다고 상향등을 번쩍이는 놈들도 있다. 어쩌겠어, 다시 시동을 켜고 비상등을 잠시 켜주는 수 밖에는 없지. 그런 상황이 요새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운전이 피곤하고 내가 가려는 곳에는 전철이나 버스도 닿지 않으니 구태여 차를 몰고 가야 한다고. 그렇게 쌓인 피로와 약한 분노는 클러치에 입질이 오는 그 느낌마저 잊게 하기에 시동을 꺼먹는 짓을 하는 거겠지. 막히는 도로에서는 여기가 하유섬이라는 것을 종종 잊게 된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 위에 정차하는 전철로 한 정류장이나 가서 내리면 집이다. 도대체 이런 의미없는 짓에 의미를 담으려고 몇 번이고 노력하는 삶이 무료하다. 일을 해도 지루하고 ..
한숨 속에 속만 탄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 나에게 일을 떠넘겼지. 그래서 그 일을 다 해주고서 일단은 이 정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나는 그게 너는 뭐하는 꼴이냐라는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완전히 나만 욕먹고 일 더 하는 꼴을 참다 못해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렇게라도 튀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무단으로 퇴근하고 고과에 무단퇴근 몇 회가 올라가봐야 그것이 삶이라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고지증명을 낸 장소인 근처 전철역 파크앤라이드에 차 세워놓고 전철을 기다렸다. 약 10분 뒤에 남서궤도선까지 직결로 들어가는 열차가 나를 집 앞까지 데려가 주었다. 이야, 튀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하면서 집 문을 열기 전, 떠나가는 전철에..
별난 숲이 하유섬에 있지요. 하유국 건국초기에 많은 도움을 준 요정들이 사는 곳이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록숲이 그래요. 이 곳 때문에 하유국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합성연료와 바이오연료를 선택했고 공장 대신에 정원이 되기로 선택했다고요. 내가 그런 숲에 산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지 모른다며 오늘도 숲 속의 약초나 야채를 수확하러 가요. 숲 속에 정해진 길을 따라 모든 움직이는 것들이 달리는데 숲의 입구까지 타고 온 전차삯이 미묘하게 올라서 얼마나 많은 야채를 캐야 그 정도를 벌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엄청 맛있는 녀석을 찾아서 바구니에 넣고 숲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지요. 가을은 찾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 때 나오는 약초나 야채도 그다지 종류가 많지는 않아요. 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바닷가로 향합니다. 오래간만이네요. 바닷소리는 아름다워서 마음을 씻겨주지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모두에게 다르지만요. 여기까지 걸어나와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위안이 되는 기분이에요. 해안가를 따라서 놓인 철길과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지금 제가 있는 해안가의 바닷소리와 어우러져서 저를 어루만진답니다. 바닷가의 소년인형이라 해서 모두가 저를 알아봐주거나 하진 않지만 신기해하긴 해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인형 하나가 이따금씩 바다에 나와서 눈을 감고 바람을 쐬는 것이 그렇게 신기한가요. 저는 부끄러워서 그저 자리를 피할 뿐. 집은 바닷가를 따라 나있는 도로를 건너면 있는 아파트의 5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가 쉬고 잠드는 공간이 펼쳐지죠.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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