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수줍은 은빛 머리카락에 회색 눈동자를 가진 인형 남자아이. 녹는 표정으로 걱정 마라고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데 나는 그 아이가 뭐라고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서 제발 나를 아프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죠. 그러자 나를 와락 껴안는 그 아이는 모든 것이 잘 될테니 고민은 마라고 진심으로 바라주지요. 하지만 이 아이는 인형이고 내가 아니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하얀 아이는 나는 당신이라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 미쳤다고 얘기하죠. 그러면 말 없이 눈을 살포시 감고 눈물을 흘리죠. 그리고 나긋하게 '저는 당신이고, 당신은 저예요. 제발 부정하지 마세요'하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하지요.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나 마저도 나를 안고서 조용히 울고있는 이 하얀 인형소년이 ..
안녕? 오늘도 나를 찾아와 주었지요. 그렇게 깨질 것 같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씨로 우울한 행복을 담아서 하루를 살면 세상은 조금이나마 반짝여요. 하지만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섬세함과 여린 마음씨가 그대로 드러나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모두 나를 병들었다고 하면서 귀찮아하고 나를 내칠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여기 박하차와 바삭바삭한 과자를 준비했어요. 박하차가 싫다면 커피를 드릴게요. 그러나 혼자만의 티타임. 너무 외로워서 숲으로 들어가면 달콤한 향기를 지닌 종 모양을 한 하얗고 귀여운 꽃무리가 나를 영원한 꿈 속으로 데려다 주겠죠. 안녕.
…오랜만이에요. 이제 밀물이 들어와요. 누에섬에 들어와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가라는 사이렌. 서둘러 나가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어요. 탄도항 쪽으로 가면 나는 싫어요. 왜냐하면 여기 그대로 몇 시간이고 있고 싶어요. 사람은 두렵고 도로는 좁아요. 화성 쪽으로 나가면 오히려 더 무서워요. 이제 그만 나를 붙잡고 쥐어흔들래요? 참 귀찮군요. 이제 다시 썰물이 되어서 나는 탄도항 쪽으로. 모두 떠나버린 이 조그마한 어항에는 아무도 없이 그저 작전 해안이라는 것으로 군인들에게 총 안 맞게만 숨어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지요. 자동차 시동을 켜고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바닷둑을 건너가겠죠.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