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갸웃거린다. 이해가 안 된다. 세상이 무엇이었나. 단순하지 않았었나. 이제는 이해조차 못하겠다. 자, 보아라. 이게 내가 원하던 바냐? 아니다. 그러면 뭘 원하는거냐? 이러는 가운데에서 내가 뭘 또 외치면 그것을 트집잡으러 득달같이 몰려올테지. 진실은 그래서야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바는 여기 없다. 진실로 바라는 바는 내가 나로 되는 것. 밖에서 바라는 바는 내가 남으로 되는 것. 마치 외계인 손 증후군처럼 내가 안팎이 따로놀고 심지어는 서로 갈등하라는 것인가. 이해를 바라려면 그 이해의 예시를 주렴은.
일상이 호러다. 뭐만 하면 죽음이 기다린다. 옷장을 열자 기괴한 생물이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싸늘하고 축축한 날씨다. 몸의 상태는 건강하지 못하다. 안심하고 싶지만 안심하면 죽는다. 일을 하면 실수한다. 실수가 저주로 변한다. 저주로 주변에서 쓰러지는 소리 들린다. 주변의 쓰러진 이는 악령이 붙는다. 쓰러진 이가 일어나 모두를 해친다. 장소를 뜨면 안 된다. 그래서 전부 당하는 꼴을 보고 만다. 나는 더더욱 장소를 뜨면 안 된다. 내가 장소를 뜨면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장소를 떠난다. 징계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장소로 떠넘겨진다. 나까지 해쳐진다. 해쳐진 모두가 무사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이 유지될 리가 없다. 나는 정신을 놓고 그저 닥치고 있는다. 일상이 호러라서 사회가 무섭다.
누덕누덕 기우고 베고 잘라서 자, 여기까지 왔어. 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해. 더 누덕누덕 기우고 베고 잘라서 이제야 좀 정상같네. 그렇게 버텨온 하루하루가 너무 무의미해서 너무 무의미해서 너무 무의미해서 너무 무의미해서 이제는 죽고 싶어져. 무너지는데 아무도 모르고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도 없는 지금, 진짜 뭘 해야 하지 진짜 뭘 해야 하지 진짜 뭘 해야 하지 진짜 뭘 해야 하지 다 잊어먹어서 경고만 늘어나. 자, 네 손으로 나를 죽여줘. 이렇게 만든 네가 나 정도는 죽일 수 있겠지?
아무래도 내가 여러모로 여러분들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글러먹은 모양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입장에 서지도 않을 것이고 또한 그러지도 못하겠지요. 나는 원래 이랬으니까…. 아무래도 틀려먹은 삶이 모든 것을 짓누른다면 나는 우선 나라고 나를 참칭하는 것들을 베어내고 진실된 나로 살고싶다고 하겠지만 이제 그런 과정을 견디기가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내가 아닌, 하지만 내가 만들어 낸 수많은 거짓된 모습 속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일까요? 나는 이제 내가 만들어 낸 가짜 나를 구분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고 여러분들께 작별을 고해야 할 정도로 망가져서 더 이상의 희망이 없습니다. 희망이 무엇이죠? 이겨냄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이제 나는 더 이상 그 두 가지의 의미를 알 수도 없고 알 일도 없겠지요. 그나저나 심하..
어느 마을이 있었다. 인형과 요정과 사람이 함께 사는 마을.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는 아니다. 옛날 이야기라면 내가 이 이야기를 쓰고 싶지도 않았을거야. 그렇게 어느 마을을 내가 방문하게 된 것은 아마도 길을 잃고 추위에 떨다가 괜찮으면 이리로 오라는 상냥함에 이끌려서겠지. 그리고 나는 그 상냥함에 부합하는 대접을 받았다. 그 마을의 모두는 남을 보살펴 줄 여유를 가지고 있었고 마음씨는 모두 기본적으로 마음씨가 착한데다 여리기까지 했다. 어떤 아이가 긴팔 옷소매를 자꾸 잡아당기기에 무엇 때문에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아이에게 구체관절인형의 관절 비슷한 것이 보였던 것도 있고 그리고 내게 무슨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어떤 하인 복장의 누군가가 내 무릎을 살펴 쓸린 상처를 찾아내..
별난 숲이 하유섬에 있지요. 하유국 건국초기에 많은 도움을 준 요정들이 사는 곳이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록숲이 그래요. 이 곳 때문에 하유국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합성연료와 바이오연료를 선택했고 공장 대신에 정원이 되기로 선택했다고요. 내가 그런 숲에 산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지 모른다며 오늘도 숲 속의 약초나 야채를 수확하러 가요. 숲 속에 정해진 길을 따라 모든 움직이는 것들이 달리는데 숲의 입구까지 타고 온 전차삯이 미묘하게 올라서 얼마나 많은 야채를 캐야 그 정도를 벌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엄청 맛있는 녀석을 찾아서 바구니에 넣고 숲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지요. 가을은 찾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 때 나오는 약초나 야채도 그다지 종류가 많지는 않아요. 나..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것도 처음 와보는 숲에서. 숲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소리치면서 누굴 찾아도 아무도 없다. 산 속 동물들만이 무서워 도망친다. 그나마 말이 통할 요정들도 내가 무서운지 도망친다. 다 틀렸다 생각하고 눈 앞의 독버섯을 먹고 죽을 궁리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떤 요정이 조용히 갖고 사라진다. 나는 길을 잃었다. 그리고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했다. 나를 구해준다면 누구라도 좋다고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이다. 메아리일까요? 아니오, 누구라도 그래요.
오늘도 역시 실패다. 이런 실력으로는 언덕길 근처에 가기도 힘들다. 하필이면 수동변속기가 달린 자동차를 모는 바람에 이렇게 된다. 또한 여기 사는 모두가 자동차를 별로 안 좋게 본다는 것도 한몫한다. 오르막길 연습을 하고 있노라면 차라리 걸어다니라는 듯이 힐끗 쳐다보고 가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고. 사이드브레이크는 걸지 않은 채로 움직이려니 자꾸만 시동 꺼지고 뒤로 밀려서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떻게 하면 이놈의 자동차를 가만히 둘까 생각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포기는 쉽다. 그리고 재빠르게 반클러치 잡고 브레이크 밟던 발을 액셀로 옮겨본다. 조금 밀렸다가 앞으로 간다.
빵빵. 경적을 울린다. 여름에도 웬만해서는 23도까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외따르고 작은 섬나라 하유에도 여름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이 왔다. 나는 경적을 울린 이유만큼 왼쪽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중앙선 넘어 유턴한다. 꽤나 쉬운 작업이지만 폭염이 잡아먹는 마음 속 여유가 나를 점점 건조한 사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럴 이유가 단 하나, 폭염으로 인해 돌아버릴 것 같은 지금 상황과 공방제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안 달려 나온다는 것이 그러하다. 유턴을 끝내니 전부 경적을 울리며 내 뒷쪽의 흐름도 유턴하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 나는 중앙에서 남서로 가려던 중에 상록으로 유턴했다. 적어도 숲 속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차량운행제한 표지와 여기서부터 상록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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