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로 오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아. 결국에는 너만 상처입고 도망치게 될 거야. 아무래도 따뜻한 스튜나 먹고 고양이를 안겨줄테니 조금만 쉬다 가겠어? 미안하지만 그래주기를 바라. 헤매다 굶지 않기를. 그리고 적어도 네가 타고 온 자동차에게도 쉬는 시간을 주고 서로가 나른해져서 이런 곳이 있었나 잊을 정도로 푹 쉬라고. 이런 날이 어쩌면 너에게 더 익숙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푹 쉬렴. 생각보다 그 무엇도 풀리지 않는 매일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나는 연파랑색 머리카락의 소년을 만났고 그에게 홀려서 한 동안 숲 속에서 요정처럼 지냈던 것 같다. 황홀했던 기분이 잊혀지질 않는다. 분명 반토막이 나있을 것이 분명했던 자동차의 기름 게이지도 꽉 차있었고 덕분에 헤메지 않고 숲을 벗어났다. 왠지 무..
겨울이라 일도 없고 심지어는 심심해지는 농한기가 찾아왔다. 차에 기름 넣으러 들어간 주유소에서 다른 나라는 연료합성에 관심도 없는 모양이라며 신문을 보다 나랑 눈 마주쳐서 무안해 하는 주유소 주인과 주유기가 탁 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금씩 민물은 얼기 시작하고 바다는 비열차가 커지는 때다. 그렇게 기름값을 내고 낮은 다리를 건너 카페가 많이 들어선 북동쪽의 골목으로 향하는 시간. 어차피 이런 느낌은 자동차세도 아깝고 이렇게 작은 섬나라에서 갈 곳도 없으니 그러는 것이지만 일단 나는 배도 고프고 어느샌가 나라가 정원같다고 놀러오던 사람들도 끊겨 내 돈도 없어지는 형편이라 힘들어서 도저히 운전 말고는 다른 취미를 갖기 힘든 탓도 있으리라. 하지만 조수석에 타고 있는 폭신한 동화풍의 옷을 입은 인형소녀가 ..
오늘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조그만 스쿠터가 있답니다. 얼마 전에 차 사이로 추월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어서 좀 더 빠르게 달려갑니다. 어쨌든 작은 섬나라고 답답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자동차세 아깝지 않으려면 일단 타고 다니는 수밖에 더 있을까요. 목적지가 단 하나여도 일단은 그렇게 동쪽으로 가봅니다. 남동쪽의 어느 과수원에 도착하는데 지금 시절에는 과일이 없는데 어떻게 오셨냐고 메이라는 인형 여자아이가 달려와 묻죠. 그냥 들러보려고 왔다 하면서 미리 주문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요. 차라리 지금은 시장에 가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버려요. 시내도로는 골치아파요. 의외로 트램과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 더욱 그래요. 남서로 넘어온 이상에는 공원도 들르고..
오래된 성에 사는 외롭고 우울한 생령인형 하면 되나요? 혼 자체는 인간인데 몸이 구체관절인형이라서 다들 귀신 붙은 인형이라고 도망가는데 오늘도 전부 도망가버렸어 하고 혼자 밝고 근사한 티타임 테이블에 앉아서 우는 불쌍한 아이 말이에요. 오늘도 사람들은 내가 낡은 성의 귀신붙은 인형이라고 도망갔어.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살아있는 사람이었으면 더 싫어했을 거면서 다들 왜 나한테 심하게 구는지 모르겠어. 이제 티타임이고 뭐고 즐겁지 않을 지경이라고!
삶은 언제나 막막해서 울게 해요. 아무리 귀엽고 포근한 인형일지라도 많은 것에 실망하면 이토록 가치를 잃던가요. 다들 포곤한 티타임을 준비하지만 그것조차 나는 기쁘지 않아. 언제나 그렇듯 실망에 가득찬 매일매일을 보내러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촉촉한 살갗의 느낌이 전해졌어요. 우울 요정이 나를 껴안고서 울다 잠이 들었거든요. 고마워요 나의 친구. 하지만 나는 당신을 위로하기에 너무 여리답니다. 그러니까 부디 일어나주세요. 지협을 건너 향기로운 풀과 과일을 팔러 자동차를 몰면 다들 시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숲으로 돌아가는 줄로 알고요 시장에 가면 이상하게 가격을 낮게 부르는 사람들이 싫어요. 그래서 그냥 땔감이나 화통에 더 넣고 지협을 또 건너서 내 온실에 숨죠. 인형들은 항상 조용하고 상냥하답니다. 귀..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안개가 낀 북서쪽의 아침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난방은 틀 정도가 아니지만 그래도 여튼 사늘한 그런 날씨가 계속해서 자동차 시동을 괴롭게 하다니. 부다닥과 씨름하기를 몇 시간, 결국 헤어드라이어까지 동원해서 시동은 걸었으나 이번에는 기름 게이지가 E에 가까운 것이 문제려나. 일단 가까운 주유소에서 디젤을 넣어야 되겠네. 안개는 걷히지를 않는다. 안개등 따위가 있지도 않은 진짜 옛날 차라 딤라이트를 켜고 안개를 헤쳐 주유소에 도착해 디젤 가득 채워달라고 하면 하유국 특유의 합성디젤이 가득 차의 연료통에 들어간다. 낡은 디젤차를 몰 수 있는 비결이 이거라고 하면 다들 놀라지만 그 합성디젤 만드는 공장 대변인 하다가 여러 소리 듣기 싫어서 일을 그만 두고 쉬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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