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조그만 스쿠터가 있답니다. 얼마 전에 차 사이로 추월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어서 좀 더 빠르게 달려갑니다. 어쨌든 작은 섬나라고 답답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자동차세 아깝지 않으려면 일단 타고 다니는 수밖에 더 있을까요. 목적지가 단 하나여도 일단은 그렇게 동쪽으로 가봅니다. 남동쪽의 어느 과수원에 도착하는데 지금 시절에는 과일이 없는데 어떻게 오셨냐고 메이라는 인형 여자아이가 달려와 묻죠. 그냥 들러보려고 왔다 하면서 미리 주문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요. 차라리 지금은 시장에 가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버려요. 시내도로는 골치아파요. 의외로 트램과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 더욱 그래요. 남서로 넘어온 이상에는 공원도 들르고..
세계는 대충 멸망했는데 메르헨 남매가 예전에 그토록 진부하던 월드오더가 끝났으니 정원을 꾸며보아요 하면서 요정처럼 구니까 사람들은 쟤네 단단히 미쳤군 취급하는데 어디선가 목탄차를 끌고 오고 친구라면서 최신형 안드로이드를 데려오고 농사일을 하면서 가끔씩 적을 해치우느라 마법도 쓰고. 목탄가스는요, 이렇게 타는 땔감을 넣고서 밀폐하면 안에서 불 타는 가스랑 숯이 나오는 원리랍니다 하면서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가솔린차를 모는 두 소년소녀와 하이레그 차림의 최신예 안드로이드 녀석을 믿어도 될까. 왠지 이런 세상에서 화통 단 자동차를 갖고 있을 정도면 전투력쯤은 있을테다. 그리고 우리들 앞에 적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은회색 눈동자의 안드로이드를 믿었다. 그런데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왠지 이상한데 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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