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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양재로

두번의 봄 2018. 7. 5. 17:53
국도 42호선. 이 국도가 어디로 이어지는 지는 얼마나 중요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좀 난감하다. 변속기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딸각이며 실상으로 보자면 액추에이터가 대신 해주는 변속을 즐기는 꼴은 마치 내가 운전 조무사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309번 턴파이크로 들어간다.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꺾어야 하는지는 도로의 모양이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청계산 자락의 어느 풍경을 지나 잠시 배가 고파져서 의왕톨게이트에 차를 세운다. 직각주차에 익숙하지 않기에 미안하지만 남의 차를 긁는 동시에 내 차도 긁었겠지. 그렇게 편의점으로 들어가 킷캣 하나, 민트 카페라떼 하나 사서 좀 마시고 있다가 자기 차가 긁혔다고 짜증내며 그대로 서울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는 얼간이 새끼가 떠났고 나는 내가 타고 온 다치아를 살펴본다. 제길, 남 차만 긁었네. 차라리 직구해 온 이 차가 긁혀서 잠시 부산 신호동에 보내버리는 것으로 끝내면 더 좋았을 것을.

차를 몰면 AMT 특유의 울컥임이 마치 달리는 준마같지만 그것이 또한 내 운전 실력이 아직 2종 보통(자동)면허를 갓 따고 차까지 선물받아 신난 싸가지 없는 금수저 도련님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톨게이트를 하이패스 차로로 빠져나가며 800원이 빠져나간 그 느낌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나와 금수저는 차원이 다르지만 말이다. 이렇게 턴파이크가 끝나고 경기 과천인지 서울 서초인지 분간이 안 가는, 경부고속도로가 입체교차 하는 그 길에서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급차선 변경을 해버린 통에 경적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도착한 양재다. 양재꽃시장 버스정류장 옆 공영주차장에 차를 새우고 주차권을 뽑고 나는 먼저 어디로 들어갔을까.

그렇게 양재 시민의 숲에서 우선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 위령비부터 찾았다. 그런데 이곳이 붐비는 이유는 대규모의 매스커레이드 때문이리라. 그리고 나는 원래 검찰청 근처의 주상복합 단지가 있는 자리에 있어야 했지만 백화점이 무너져서 칠백 가까이 죽은 그 자리 그 자체인 금싸라기 땅을 놓치기 싫어한 나머지, 시청이 나서서 민간 건설업자에게 넘겨버린 실수로 여기에서 가면 무도회를 지켜보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위령비와 매스커레이드를 뒤로 하고 꽃시장으로 향했다. 의외로 여름이나 분화온실 제외하고는 다 닫는 겨울에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여기 양재꽃시장을 내가 또 왔다. 그렇게 나는 항상 기르면 죽이는 잉글리시라벤더와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올리브나무를 샀다. 그리고 양재에서의 일은 끝났다.

주차요금이 꽤 나오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 돈을 다 냈다. 내고 나와서 더케이 호텔 쪽으로 나오면 코스트코를 끼고 309번 턴파이크로 향하는 길이 있다. 뒷좌석에 두 식물을 태우고 나는 안산으로 돌아간다. 백미러에는 수원이나 안산으로 향하는 2층버스가 내 차를 추월해 간다 그렇게 계속 달려서 성균관대역 근방에 닿으면 아직도 내 모교인 동남보건대는 안녕할까 하며 안산 방향 램프로 진입하며 본오벌 쪽으로 지나와 갈대습지공원 및 한양대 에리카를 지나 집으로 도착하면 이제 화분을 놓야야 하겠지. 나는 이 둘을 잘 기르게 될까, 아니면 죽이게 될까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또 직각주차 하며 옆 차를 긁었고, 이번에는 내 차도 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