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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폭염

두번의 봄 2019. 8. 3. 17:54
빵빵. 경적을 울린다. 여름에도 웬만해서는 23도까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외따르고 작은 섬나라 하유에도 여름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이 왔다. 나는 경적을 울린 이유만큼 왼쪽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중앙선 넘어 유턴한다. 꽤나 쉬운 작업이지만 폭염이 잡아먹는 마음 속 여유가 나를 점점 건조한 사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럴 이유가 단 하나, 폭염으로 인해 돌아버릴 것 같은 지금 상황과 공방제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안 달려 나온다는 것이 그러하다. 유턴을 끝내니 전부 경적을 울리며 내 뒷쪽의 흐름도 유턴하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 나는 중앙에서 남서로 가려던 중에 상록으로 유턴했다. 적어도 숲 속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차량운행제한 표지와 여기서부터 상록구라고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녹음으로 들어서면 낮은 가게건물과 여러모로 좋은 장소를 찾아 온 나와 같은 신세의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허나 도로는 막히지 않는다. 그렇게 가던 도중에 나는 갑자기 상록구청 쪽으로 빠져서 차를 세우고 몸만 걸어나왔다. 인구도 얼마 없고 그 인구조차도 인형이나 요정이 더 많이 잡히는 여기에서 자동차를 몰고 돌아다니는 것은 여기에 대한 모독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차를 놓고 나온다. 자동차 환기창으로 새어들어오는 그것과는 다른 상쾌함이 있고 블루크루드를 태우는 내연기관과 수소연료전지 자체의 숨길 수 없는 단점인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리는 도로를 벗어나면 누가 조용히 생을 마감하러 와도 괜찮을 서늘한 숲이 기다린다. 폭염 속에서는 그런 부류는 없고 그저 요정들이 사람들을 골리다가 깜짝 놀라거나 인형들이 무릎을 감싸고 앉아서 더 이상 걸었다간 모터가 타겠다고 짜증내는 그런 곳이 되었다. 얼마나 걸었냐고 물으면 대답을 피하는 인형 녀석은 사람으로 치면 무릎 저린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네. 여하튼 특이하게 생각해서 좋을 것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숲 속에서 더위를 식히려는 방법은 각자가 다른 만큼 굉장히 다양하다.

숲으로 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물이 고여있는 샘이 있다. 마셔도 된다는 표지판과 그 옆에 밀짚 돗자리를 깔고 누워버리는 나도 어찌보면 지금 이 폭염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지. 구청으로부터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는 이 숲 속에서 더위를 잊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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