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봐요! 엄청 투명해요! 너무 맑고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질 정도예요. 그리고 내 옆에서는 오붓한 가족의 식사자리예요. 그 사람들은 내 고기로 만든 스튜를 맛있게 먹고 있어요. 맑고 깨끗한 유령은 그렇게 자신이 먹혀서 사라지는 광경을 마치 식사자리를 지키는 하인처럼 보고 있어요. 맛있나요? 맛있었어요? 그렇다면 나에게 정말 맛있는 고기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겠어요? 안 그러면 이 집에 눌러붙을거고 풀터가이스트 일으킬거야. 다들 노린내가 심하지만 기름기가 많았다고 이야기해요. 문득 슬퍼졌어요. 그래서 나는 스르륵 사라져서 어느 공원에 닿았지요. 그리고 풀밭에 누웠어요. 풀밭은 대단히 보드라워서 잠을 자기가 편하고 아름다웠지요. 그리고 그 날, 요정을 만났어요. 푸른 요정이었죠. 우울함을 가져가 주겠다..
조그만 철길을 따라서 가는 화차의 안에는 사탕무가 한 가득 찼고 그렇게 오늘 일도 마무리되었다. 내 집은 여기에서 전철로 좀 더 가야 있는 상록숲 안의 오두막. 그래서 막 도착한 여기에서 친구 삼고 있는 토끼와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고 받아온 일당과 설탕 한 포대를 다락에 밀어 넣는다. 주워놓은 나뭇가지로 난로도 켜고 이제 저녁을 요리할 시간. 아아, 피곤하다. 사탕무 밭에서 잘 여문 것을 골라서 뽑느라고 여기저기가 더 마모되는 기분이 든다. 인형이라고 해서 덜 피곤한 것도 아니고 그저 요정과 사람의 가까운 이웃 수준으로 지내다보니 기계장치로 인해 벌어지는 서로의 체력차이를 제외하면 별 차이 없지만 오늘은 유독 더 피곤해서 물을 긷으러 가는 것을 미뤘다. 그런 불편함도 상록에서 사는 즐거움이니까.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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