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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요! 엄청 투명해요! 너무 맑고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질 정도예요. 그리고 내 옆에서는 오붓한 가족의 식사자리예요. 그 사람들은 내 고기로 만든 스튜를 맛있게 먹고 있어요. 맑고 깨끗한 유령은 그렇게 자신이 먹혀서 사라지는 광경을 마치 식사자리를 지키는 하인처럼 보고 있어요.
맛있나요? 맛있었어요? 그렇다면 나에게 정말 맛있는 고기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겠어요? 안 그러면 이 집에 눌러붙을거고 풀터가이스트 일으킬거야. 다들 노린내가 심하지만 기름기가 많았다고 이야기해요. 문득 슬퍼졌어요. 그래서 나는 스르륵 사라져서 어느 공원에 닿았지요. 그리고 풀밭에 누웠어요. 풀밭은 대단히 보드라워서 잠을 자기가 편하고 아름다웠지요.
그리고 그 날, 요정을 만났어요. 푸른 요정이었죠. 우울함을 가져가 주겠다고 찾아왔지만 이내 가슴에 손을 얹고 슬픈 표정으로 당황해 했죠. 괜찮아. 나는 이미 죽었고 심지어 내 가족에게 스튜가 되어 먹혔지만 네 잘못이 아냐. 괜찮아. 푸른 요정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스윽 스쳐지나가요.
그렇게 나는 퇴치되기를 기다리며 구천을 떠돌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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