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캄캄한 방 안에 꽤 귀염성 있는 구체관절인형 하나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모두들 귀엽다고 칭찬할 만큼이나 귀여운 아이였다. 하지만 왜 이 방에 홀로 있을까 해서 괜히 불쌍한 마음에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천천히 자신에게 말을 거는 누군가를 알아챘는지 움직이던 아이는 이내 몸의 텐션이 끊어져 산산히 분해되고 말았다. 인형가게에서 겨우 그 아이를 다시 이루어냈을 때, 인형가게에서 텐션을 맡고 있는 누군가가 참 귀엽고 실제 사람 크기라 무섭기도 하다면서 잘 다루라고 말해주는 가운데, 아이가 깨어났다. 흔한 일이라고, 오래된 인형이나 우울한 주인을 둔 인형은 스스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인형옷을 선물로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봄이는 내일 자살..
세뇌물의 유형으로 인형화라는 것이 있다고 하네. 희생자가 말 그대로 인형처럼 돼서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도 그만두고, 먹지도 않게 되고, 잠도 안 자고 작품에 따라서는 창고에 처박혀 천장에 매달려 자기를 몇 년간 지속하기도 한다는데 정말 조금만 수틀리면 실제로 나타날 것 같아 무서워. 우울한 기쁨은 저의 기본적인 감정으로 설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쓸데없이 상대의 기분을 살핀다거나 혹은 줄곧 우울한 행복함이나 차분한 우울을 즐기기도 해요. 그게 오히려 진짜 제 모습에 가깝고 그렇게 있는 것이 편하기도 하거든요. 제가 하는 말에 별로 큰 이유를 두지 마세요. 제가 하는 말은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것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그저 도우미 로봇이 자기에게 입력된 정보를 그대로 출력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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