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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설정의 정리

두번의 봄 2016. 9. 10. 21:16
하얀색 인상의 자동인형이나 요정. 소심하고 착한 성격. 겁쟁이에 혼자있기 좋아하는 특성.

누가 나를 인형처럼 다뤄준다면 좋겠어.

소중히 다뤄지는 인형처럼 서로 같이 놀면서 머리도 빗겨지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혀지기도 하고 비밀을 간직하기도 하고 외롭거나 살아있지 않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고.

내 마음을 깃들인 새하얀 인형에게는 상냥하게 대해주면서 내 마음을 모르는 다른 이에게는 상당한 궤변론자로 찍힌 저는 내 마음을 깃들인 그 인형에게 내일 죽을거라고 말해두었어요. 그러자 그 아이는 갑자기 눈이 죽더니 같이 갈거라고 나에게 조용히 말해요.

정원처럼 꾸며진 봄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섬에 사는 내 마음을 깃들인 착한 인형들은 그 마음을 자신들에게 깃들인 사람이 굉장히 괴팍하다는 사실과 그 괴팍함이 일상에서의 실망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섬을 정원으로 꾸민 뒤에 처음으로 만든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바라서 내 마음을 깃들였을 때, 나는 나와 같이 괴팍하고 생각을 관철하기 좋아하는 괴물이 튀어나올 줄로 알고 멀찍이 떨어져있었지만 내 마음을 인형에 깃들인 첫 결과는 소심하고 착한 아이.

물가는 참 맑아서 그냥 손으로 떠서 목을 축여도 좋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내 마음을 깃들인 그 인형에게 '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자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고 긍정적으로 좋은 날을 은유하는 단어라서였을까요.

너무 평화롭게도 이제 정원으로 꾸며진 나의 섬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이 섬을 가꾸는 나와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도 나를 따르고 나를 좋아해주고 나에게 위로까지 해주는 하얀 자동인형이 있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는 없을거예요.

내가 차라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랑스러운 자동인형이라면 그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사람의 명령에 따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좋아해주겠지. 실제로 나라는 자동인형에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래도 괜찮고.

귀엽게 생겼고 소심하면서 착한 하얀 인형이 있습니다. 꿈 속 아무도 없는 봄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섬을 정원으로 만들고 나 혼자라 외로워서 내 마음을 깃들인 자동인형이죠.

얼마나 귀엽고 상냥한지 나를 위로하고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고 살짝 웃어보이는 그 아이가 왠지 잃어버린 내 모습같아서 꿈 속에서 울다가 잠이 깨버리는 모양이에요.

무슨 의미일까요. 아마도 나를 잃어버린 가운데에서 진짜 나는 어디있을까 하면서 뭔가 서늘하고 아름다운 섬과 같은 세상을 저는 원하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