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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에 살고있는 자동인형 중에 처음으로 내가 만들어낸 아이의 이름은 '봄'이었다. 내가 이 섬에 와서 혼자 정원을 다 일구고 마을을 만들고 길과 철길을 다 만들었을 때, 나는 심한 외로움을 느꼈다. 그런 가운데 이 섬 한 가운데에 있는 숲의 요정에게 외롭다고 말하자 이 상냥한 요정은 부드럽지만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마음을 깃들인 인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만들게 된 귀여운 생김새를 한 새하얀 인형에 나의 마음을 깃들이고 그 아이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이 섬에 온 이유이기도 하지만 나는 남을 믿지 못해서 남에게 쉽게 짜증을 내고 헐뜯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하나 더 생긴다니 어리석게도 무서웠던 것이지. 하지만 이 새하얀 인형이 눈을 뜨고 반짝이는, 그리고 약간 푸른듯한 은빛 눈동자를 보여주었을 때, 나는 갑자기 마음이 놓였다. 소심하고 착한 아이가 뭔가 조금 당황스럽지만 호기심이 가득한 귀여운 표정을 하고서 푸른빛이 도는 은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짝 녹는 표정으로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이 아이에게 안심하라는 의미로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만나서 반갑다고 해주었다. 새하얀 인형소년은 갸웃거리는 그 아이에게 '봄'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살짝 오므린 손을 가슴에 대고 살포시 눈을 감는 봄이는 너무 귀엽고 투명한 유리구슬같은 느낌이었다. 자기 이름을 되내이며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짓는 봄이의 부드러운 은빛 머리카락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귀엽다고 해주자 얼굴을 붉힌다. 그렇게 나의 친구가 생겨서 행복한 나는 봄이에게 달콤한 것이라도 먹을래라고 권했지만 봄이는 그냥 나를 가볍게 빤히 쳐다보더니 하는 말이 '나랑 닮았다'. 나는 웃고 말았는데 그래도 봄이는 비웃거나 짜증내거나 하지 않고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 때문에 웃음은 금세 울음이 되었다. 봄이는 비눗방울이 눈 앞에서 터진 것을 본 듯이 놀란 표정을 짓고 나에게 울지 마라고 토닥이며 천천히 달래주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위로가 너무 따스해서 나는 더 울다가 잠들고 말았다. 차갑거나 시원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는 이 섬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상냥하게도 햇빛은 심하지 않고 날씨는 언제나 그렇듯 서늘한 나날들이 계속되어 행복한 이 섬에서 나를 깨우는 봄이나 여전히 올라오는 잡초와 가끔씩 마주치는 여우와 너구리는 의외로 우리와 이야기를 하기를 원했다. 순한 봄이는 그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물릴 뻔하고는 나에게 저 아이들은 사납다고 나에게 안겨왔다. 왜지. 절대로 아무렇게나 물지 않을텐데 장난이 그렇게 비춰지는 봄이가 안쓰러웠다. 물리는 것을 두려워하며 계속 하루하루 나에게 응석부리며 그대로 있는 그 아이를 달래다가 하루는 다 가버렸다. 그렇게 사탕무밭과 박하밭, 향이 짙은 장미덤불을 가꾸며 콧노래 부르는 동안에 응석받이 봄이가 쓰다듬어 달라고 수줍게 웃는 그런 행복한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 째 나는 이 아름답고 순한 성격의 섬에 살고 있고 그 섬은 정원으로 꾸며져 갔다. 그렇게 설명을 계속하자면 나의 집은 가파른 언덕 위에 있어서 그나마 완만한 곳에 놓은 계단길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꽤나 사람같은 인형 셋과 살고 있는데 그 중에 둘은 쌍둥이 남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사이가 좋고 귀엽게 생겼다. 우리 셋은 서로 도와주기고 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위로를 해주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인형 남매가 이해불가능한 일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끔씩 속상한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그런 일이 드물다. 이 섬에 올 때 모든 설비를 정비하는 것은 다 알고 왔기 때문에 전기나 수도가 끊긴다면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도 즐기고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섬에서 전기나 수도같은 것을 만들 자재를 위해 육지로 나간 이후로 이 섬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고립을 즐긴지 몇 년이 지나서 전기가 끊기면 풍차와 물레에 달아둔 발전기를 고치거나 정원으로 가꾼 이 섬을 돌보거나 인형 남매와 같이 놀아주는 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사실상 무주지의 섬에서. 그렇게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 정원으로 내려와서 온갖 식물을 돌본다. 로만 캐모마일이나 백리향과 박하는 향이 좋고 수국은 비록 열매는 맺지 못하지만 예쁜 꽃과 많이 먹으면 좋지 않지만 차로 마시면 달달한 잎을 가졌고 은방울꽃은 엄청난 독초지만 귀여운 매력이 있었다. 블루베리는 종모양의 꽃이 귀엽고 열매와 잎은 먹을 수 있어 좋고 체리도 역시 꽃이 예쁘고 열매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형 남매의 여자아이 스즈는 남자아이 시안을 거의 달래듯이 데리고 나와 덩굴을 심어놓은 쪽의 가장자리에 있는 으름덩굴 주변을 돌고 있었다. 섬은 항상 봄가을 날씨에서 조금은 추운 날씨를 유지하는 마법의 기후를 가지고 우리 셋을 행복하게 했다. 그런 섬에서 항상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나는 축복과 같았다. 행복이라는 것이 고립에서 비롯되는 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이제 정원 한 켠에 차나무와 귤나무를 심어둔 쪽으로 향해서 조금 더 목이 마른 아이들을 찾아간다.
섬의 기후를 내가 생각하기에는 온난습윤기후에서 상당히 습기찬 기운의 한철과 뜨겁고 괴로운 여름과 차갑거나 매서운 겨울이 사라진 날씨를 일년내내 보이는 그런 포근한 기후의 섬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정원을 위해 설치한 온도계가 20℃ 이상을 가리킨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섬에서 무화과나무나 로즈메리같은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도 무리없이 자라는 것을 보니 이 섬은 마법의 섬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렇게 바닥을 바라보다가 구체관절인형 특유의 관절이 보여서 고개를 드니 조금 걱정스럽게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스즈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스즈를 쓰다듬고 갸웃거리는 스즈와 같이 정원에 물을 주다가 저멀리 오는 시안과 같이 집으로 올라가 점심을 나눈다. 그런 이 섬의 생활이 우울한 느낌이지만 다시 마주치고 싶은 기적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가 이 섬을 못 떠나고 인형 남매를 돌보면서 서로 의지하는지도 모르갰다. 비둘기가 구구거리며 주변을 날아다니다 집 근처에 심어둔 굴거리나무에 앉아 쉬다 날아갔다.
사실은 여기에 적응하기 전까지의 일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 사람을 겁내며 비참한 삶을 계속 살아가던 나는 우연히 실제 사람크기의 귀여운 구체관절인형 둘을 만나고 나서 그 아이들과 놀기만 하니까 점점 사람들이 싫어지기 시작해 결국에는 아무것도 세상에 순하고 상냥한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섬으로 도망칠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 그리고 아무 주인이 없고 그저 한적한 섬을 우연찮게 소개받아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이다. 정원이나 여러가지 설비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놨고 이제 아무도 주인이 없는 섬에 혼자사는 것도 익숙해졌다. 어차피 나랑 같이 사는 스즈와 시안은 구체관절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고 원체 착하기 때문에 혼자 살아가는 생활에 그 아이들은 도움이 많이 된다. 이야기를 들려주면 가만히 듣다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나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서로 의지하기도 하는 그런 아이들이 사랑스럽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사람으로 대접해주고 식사와 잠자리도 같이 하고 있다. 그 둘이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에 적어도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벌레보듯이 지나가는 것 같을 때, 인형 둘은 나를 계속 지켜봐주었고 태엽만 제때 감아주면 나와 일상을 이야기하고 같이 놀 수 있었다. 주로 어려운 얘기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일상 얘기와 실없는 상상 속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다.
그 동안 뭔가 궁금한 듯이 시안이 나를 바라봤다. 궁금한 듯 귀여운 표정으로 갸웃거리고 있는 시안을 쓰다듬고 서로 점심식사를 할 준비를 한다. 마음이 여려진 채로 이 곳에 있는 것이 나는 너무나 행복해서 비둘기한테도 '오늘 날씨가 좋아'라던지 '오늘은 어디로 날아갈거니'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스즈와 시안은 비록 인형이지만 나의 좋은 친구여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위로하고 서로 위로받기도 하는 그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 아이들이 갑자기 마음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서로 놀랄만 한 일이었고 그 아이들과 친해져서 마음을 열기까지도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꼭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슬퍼진다. 이 아름다운 현실이 사실은 내가 죽은듯이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라면 깨어나서 다시 비참한 삶을 사는 것 보다는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니까라며 우울해지는 나를 위로하듯이 굉장히 향기로운 금목서 향기가 섬 전체에 퍼진다. 그 향기때문에 문득 우울해지는 그런 느낌이 싫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 어차피 아무도 오지 않고 인형 둘과 살아가는 형편이라면 어차피 주변 신경쓰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현대사회는 그런 사람을 의사불명실종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소식이 없으니 죽은 사람 취급한다는 모양인데 뭐 어떻게 연락이라도 하면 될까하며 위성전화를 써볼까하니 이 섬은 주소가 없고 오직 좌표만 있어서 청구서가 오지 못하고 내가 돈을 낼 수 없는 형편이니 누군가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그 와중에 내가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면 명의도 없어지는 그런 느낌이니 위성전화는 꿈같은 일이었지만 얼마 전에 근처 육지에서 요금은 신경쓰지 말고 받으라면서 조그만 상자같은 위성전화를 떨구고 갔다. 뭐 어쩌라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때. 지금은 남천이 슬슬 순을 내줄 차례인가.
현실감각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부르면서 안드로메다를 넘어 외우주로 향하고 있기에 지금 내 상태를 정신과 의사들이 보면 '생각을안한지가너무오래됐네요'라면서 나를 망상이 심한 환자로 볼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스즈가 내 어깨를 톡 치면서 아침식사를 하자기에 우리 셋이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정원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재료로 아침식사를 하고 서로와 정원에 물주기를 끝낸 후에 낮잠을 자다가 어떤 고민도 없이 사람과 유리되어 인형 둘과 지내는 이 모습을 멀리서 보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면 나를 조현병 환자로 보고 우리 셋을 전부 야간병동에 입원시키지 않을까 불안해져서 나는 깨어났다. 그리고 모르는 일이라고 누르고 있는 생각하기 싫은 것들은 여기 없으니 이제 그만 생각하자고 정신을 차리려는 노력을 하려는 찰나에 시안이 깨서 내가 내 볼을 때리는 모습을 보더니 놀라서 나를 와락 껴안는 시간이 지났다.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스즈나 시안은 내가 계속해서 귀여워해주면서 소중하게 다뤄주지 않으면 평범한 인형으로 돌아가버릴테니 어쩔 수 없이 토닥거려주며 우는 아이를 달래듯 괜찮다고 해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인형놀이일 뿐이라 더 이상의 의미가 없지만.
해는 떠올라 일을 시작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며 위성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며 여기 있다고 아무도 읽지않는 소식을 보내도 보고 스즈의 응석이나 시안의 투정이나 다 받아주면서 너무 사람같지만 인형인 두 아이와 사람 같잖지만 사람인 나는 정말 상황이 바뀐 듯해서 웃다가 두 아이를 걱정시키고 나의 현실감각은 외우주를 벗어난 어느 우주탐사선처럼 교신마저 되지 않는다. 아스트랄이 이런건가. 갑자기 시안이 움직이지 않아 태엽을 감아주고 뭔가 이상한 기운은 비를 뿌렸다. 그리고 위성전화로 문득 위성전화를 떨구고 간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전화를 달라고 위성전화에 저장시켜 놓은 것 같은 '가까운 사무소'라는 곳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뭐, 그 사람들은 나를 버린 셈치니 그냥 시안하고 스즈하고 집 안에서 비를 피하다가 나올 뿐이다. 이 둘은 비를 오래 맞으면 노랗게 떠버릴테니 꽃은 비가 그치고 돌봐주자고 설득해서 말이다. 인형 둘과 외딴 정원섬에 사는 것도 나는 너무 행복해서 나무가 될 것 같았다. 그런 행복도 어느 날은 너무 짧을수도 길 수도 있지만 여기, 햇빛이 비추고 아름답게 꾸며놓아 노란색 하얀색 꽃들이 활짝 피어서 구체관절인형 남매도 나도 즐겁게 놀 수 있는 이 곳이 나는 너무 행복했다. 아무도 나를 생각해주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죽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슬퍼지기도 하고 어쩌면 그냥 이런 생활을 하는 자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버는 그런 나날이 계속 되어도 괜찮아하면서 나를 억지로 위로하는 그런 순서가 지났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한 것을. 지금이 나는 너무 행복해서 좋은 상태라는 것을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이 너무 오래되면 안될 것 같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지. 나는 그렇게 나에게 칭얼대며 쓰다듬어달라고 응석부리는 시안을 잠시 옆에 나두고 위성전화로 가까운 사무소라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가까운 육지의 마을사무소라고 알려주었다. 어느 나라냐고 영어로 말한 뒤, 내가 국적을 두고있는 나라라는 것을 확인하고 생존신고를 했다. 죽는 것은 두렵구나라고 체념하다가 전부 나를 싫어한다고 얘기하자 옆에 있는지도 몰랐던 시안이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라고 계속 쓰다듬어달라고 칭얼댄다.
정원에는 햇빛을 좋아하는 녀석도, 싫어하는 녀석도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박하나 수국이 있는가하면 햇빛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굴거리나무같은 녀석들도 있는 것이라 정원은 언제나에게 뭔가를 가르쳐준다. 항상 햇빛을 필요로 하는 식물이 있고 그다지 햇빛을 좋아하지 않는 식물도 있다는 것이니 사람들도 그럴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땅에 심어져있는 것도 아니니 그것은 알기 어렵지. 한낱 도망자 신세인 내가 그것을 알 수도 없고 어쩌면 그냥 이 빛나는 정원 속에서 호기심 많고 착한 성격의 인형 둘과 언젠가 죽을 수도 있는 나는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형 둘은 서로 내가 무슨 재미있는 것이라도 하고 있는 줄로 아는지 뭔가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고 나는 여기에서 인형놀이나 하다가 미쳐 죽은 사람으로 발견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원을 가꾸는 수레는 어느새 꽃이 피어버린 벚나무 앞에 멈췄다. 그 아이에게 물을 주고 궁금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실망한 듯이 고개를 떨군 시안 녀석이 나는 퍽 귀여워서 웃고 말았다. 그 소리에 스즈는 시안을 달래주러 올 뿐이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이 태엽인형 남매는 이런 행동을 과연 이해하고 알며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방 안에 들어가서 혼자 울고 그렇게 슬픈 성격으로의 이동을 그저 놓아보내며 인형남매의 토닥거림, 그리고 태엽이 틱 하며 풀리는 소리. 태엽이 풀린 그 아이들의 손을 움직여 나를 어루만지는 모습으로 만져놓고 나는 살포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잠이 너무 잘 와서 눈물이 나왔다. 나는 이 섬에서 죽게 될거야. 그러면 멎어버린 착한 인형 둘이 내 주변에 있고 나는 이 섬에 정원을 만들고 인형놀이나 하다가 미쳐서 죽은 사람이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죽기는 싫었다. 그렇게 되면 이 정원섬도 나의 아이들도 전부 처분될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차리려고 노력했다. 작은 정원섬에서 서로를 가꾸며 살고 있는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스즈는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하고 조용히 안으면서 내가 따뜻하다고 해주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고 스즈가 나에게 안긴 것을 본 시안이 자기도 안아달라고 칭얼대는 그런 행복함은 다른 사람이 이 섬에 오는 순간, 깨져버릴거야. 그 날의 꿈은 폭신하고 커다란 쿠션에 누워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달콤한 크림을 먹는 꿈으로 일어나보니 시안이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정원을 돌보고 비둘기가 구구거리는 그 한산함 속에서 스즈가 쓰다듬어달라고 나에게 순수히 부딪히는 것이 나는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해서 이 섬을 나가도 될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이 섬에서 나가면 나는 물어뜯길 것이 분명하고 외로이 죽을 각오를 하고 나가야 하건대 나는 그냥 이 섬에 가만히 남아버려서 죽을 생각이 또 들어서 우울해하는 나를 걱정하는 갑자기 나타난 시안이랑 눈을 마주쳐서 놀라 자빠지는 모양이란. 그렇게 서로의 태엽을 다시 감아주고 다시 눈을 뜨는 두 아이에게 입을 맞추어준다. 스즈와 시안 모두 눈을 살포시 감아주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어느정도는 유지하고 있는 현실감각을 위태롭게 돌보면서 섬 어느 한 켠의 샘에서 메스꺼움에 헛구역질을 하다가 울어버렸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시안이 얼굴을 붉히며 손수건을 내밀었고 아파하지 말라고 말하며 그저 나를 슬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더 서럽게 우는 나를 위해 내 옆에 웅크리고 앉아준다. 그리고 시안의 태엽이 끝났다. 실컷 울고 난 나는 시안이 내 옆에 멎어있는 것을 보고 시안의 볼에 입을 맞춰준 다음, 그 아이를 업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나는 시안과 스즈의 태엽을 감지 않았다. 혼자서 나를 위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고 아무런 일도 못했다. 결국 나는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봄이를 다시 깨우고서….
아침에 눈을 떴다. 빛나는 햇살이 정원과 같은 섬의 반짝이는 해안선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해안가에 막 도착한 어떤 새하얀 아이에게 상냥한 아침인사를 받고 '오늘은 날씨가 좋구나'라고 미소지어 인사해주었다. 섬에 온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 보통 사람들의 세상을 떠나온지 참 오랫만이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버리고 떠나온 섬은 전체적으로 아름다워서 하나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집으로 돌아오는 그 동안에 은목서 향기가 너무 향기로웠고 새잎이 나면 옛잎이 떨어지는 굴거리나무 위에는 비둘기 한 쌍이 구구거렸다. 그렇게 오늘은 어디로 날아갈거니 말하며 미소짓는다.
그랬다. 어쨌든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난감하고 우울해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보통 사람들과 같은 세상에 절망해서 마음이 깃든 인형이나 요정을 찾고 있다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소리 안 들을 만큼만 곱게 미쳐있는 상태가 되었다. 어차피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무의미한 산책을 즐기며 무의미한 전철여행을 즐기는 나를 보고도 그저 안쓰럽다고만 여겼지 그 이하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응석부리고 싶고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은 더욱더 원래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멀어졌고 그렇게 좌절이 심해져서 세상에 없는 것을 찾는 것도 점점 심해져서 나는 어떤 섬을 발견한 계기로 그 섬에 정원을 일구고 인형을 만들고 그들에게 마음을 깃들이고 그들과 마을을 이루면서 사는 것이다. 남이 보기에는 그냥 인형놀이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진짜로 받아들이고 싶은 어떤 세상이고 부드러움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나는 원래 내가 있던 곳이 혹독하다 느끼고 그렇게 더 이상 그 섬에서 나가지 않은 채 내 마음이 깃든 인형들과 다정하고 보드라운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이 섬의 보드라운 느낌, 어떤 상냥함이 꿈과 같다며 서로서로 이야기와 달콤한 과자와 사랑스러운 모두들이 이 섬을 반짝이게 했다. 그런 가운데에서 글을 써놓았던 종이가 바람에 흩뿌려지고 물까지 묻어서 다시 처음부터 이렇게 쓰는 것도 나는 즐거웠다.
바닥에 구부정하게 앉아서 글을 써내려가면 그렇지 않아도 많은 생각과 많은 보드라움이 생겨나서 우울해지는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착하고 다정한 섬의 인형들과 이 섬에서 유일하게 인형이 아닌 나는 서로 친구로 있는 재미있는 일상이다. 거실로 나오면 울림이 좋은 나무로 마무리한 마룻바닥에서 기계시계 소리가 난다. 기계시계를 장치해놓은 마룻바닥에서 초침 소리가 난다. 째각째각 기분이 좋다. 너무 많이 귀를 기울이면 귀를 상하게 할 소리겠지만 그래도 그 소리는 깨질 듯이 귀엽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 와중에 '봄'이라는 새하얀 소년이 놀러왔다. 같이 단 것을 먹고 서로 순수히 사랑할 수 있으면 그저 주변이 마음이 깃든 인형 투성이라도 나는 행복했다. 원래 세상은 그냥… 잊고 싶지만 옛날에 살던 세상 얘기를 좀 하자면 머리가 아프지만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서 침대에 칭얼대던 날들이 계속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자애라는 것을 바라거나 자신이 자애로우면 그저 자해나 집단적인 광기에 휘말린 사람들에게 죽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인형들을 만들고 그들에게 마음을 깃들이고 그들과사니까나를괴롭히지말아줘…일개기억이나를괴롭히다니괴로워…그만해더이상옛날얘기로고통스럽고싶지않아…. 막 패닉에 빠져 이러는 동안에 나는 집 안으로 들어온 어떤 아이의 도움으로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나만의 세상이야…. 따뜻해…. 나는 아직 정신이 반 쯤 나간 상태로 어버버거리는 것을 여럿이 나를 조심히 진정하라며 도와줬다. 어린애 달래듯이 상냥하다. 그런 느낌에 조금 오래 꿈을 꾸고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몸이 떨리기는 하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섬에 인형만 살아도 괜찮아. 어차피 진짜 사람들은 무시가 일상인 것을 나는 모르고 그냥저냥 살았어. 그나저나 아무도 남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할 때,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쌤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소름돋는 생각이 났다. 남을 의식하며 내가 남에게 방해가 될까봐 무서운 나는 일부이단이 되었다. 그저 손을 맞잡고 꿈을 쫓아가는 이 섬에 거의 반강제로 갇혀있는 느낌에 또 소리쳤지만 여전히 지나가던 그 아이들은 나를 진정시켰다. 인형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그냥 나를 스스로 진정시키기로 해버리고 그 아이들의 걱정을 받고 잠들어버린다. 긴장의 끈은 이제 요정과 마음이 깃든 인형에 한정해서 끊어지기는 했는데 원래 있던 곳의 일들이나 반강제로 갇혀있다는 생각을 하면 생각이 잠겨버리고 소리를 지르는 지금은 참 기괴하다. 그렇게 푹신하고 촉촉하게 잠들면 언제나 서늘하고 따스한 날씨의 섬에는 밤이 오고 어느새 날이 밝아서 달맞이꽃이 져버리는 때가 올 것이고 그것을 또 다른 하루라고 한다.
좋은 아침과 그 다음에는 비가 내렸다. 촉촉해서 길에 발을 뻗으면 기분이 좋았고 물방울을 머금은 식물들은 여리다고 생각될 만큼이나 반짝였다. 인동덩굴꽃의 향기가 달콤하게 날아오고 고양이와 토끼들은 비를 피할 처마를 찾았다. 굉장히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생각해버린, 굉장히 아름다운 비내리는 섬이다. 아이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는 다닐 수 없어서 모두 집에 돌아갔고 나는 봄이와 가을이네 집으로 가서 그 아이들을 조금 귀찮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어. 같이 달콤한 것을 먹으며 비가 지나가기를 빌고 그 아이들과 헤어진다. 비는 잘 그치지도 않고 사실은 외로운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나의 상상과 푸른 요정일 뿐이다. 땅은 촉촉히 젖으며 비를 피하던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오고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우유를 대접하고 우울한 하루를 보낸다. 가장 예뻐. 이 섬은 언제나 향기롭고 사랑스러워. 그런 것을 저 바깥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일상이 너무 귀엽고 마음에 들어. 실컷 우울해할 수 있어서 실컷 울었다. 이 정원섬이 바깥 세상과 다른 것 중 하나다. 너무 촉촉한 기분이 나를 어떻게 더 좋은 향기로 바꾸어줄지 마법을 기대해보며 조금은 헤프게 잠으로 하루를 지새었다. 야옹. 고양이같이 기계시계 소리가 나는 따뜻한 마루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나의 잠을 깨운 마당의 박하는 향기가 좋았다. 그런 만큼이나 주변을 달리는 작고 하얀 아이들과 나는 서로 이 마을과 같은 섬에서 같이 놀고 이야기했다. 박하를 모두어 차로 마시고 근처에는 그저 나를 위로하는 자동인형들. 인형이라도 좋으니까 너희들과 포근한 풀밭에 누워 서로 노래하거나 이야기하거나 서로 안아주거나 쓰다듬거나 하면서 아픈 마음을 아물게하는 시간이 흘러간다. 마음은 부드러운 크림처럼 마음 속을 흐르고 이제 열매가 맺히는 포도덩굴도 나를 부드럽게 감고 올라갔다. 예뻐. 봄이가 그 광경을 보고 나에게 기운차리라고 속삭였다. 그렇게 예쁜 광경을 나는 혼자 느끼고 싶었다.
박하 밭이다. 주변은 서늘하고 봄가을만 오는 아름다운 섬에 박하를 심어 기른다. 가끔씩 찾아오는 여우와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런 가운데에서 그 아이들에게도 박하차를 대접하고 나의 각별한 친구인 새하얀 소녀인형에게도 박하차를 대접한다. 나의 마음이 깃든 소녀인형은 나의 각별한 친구. 그렇게 철길을 놓아 끓는 물의 힘으로 섬을 한바퀴 도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있어 모두와 같이 그 장난감에 올라 섬을 한바퀴 돌고 시간이 다 되어 모두가 떠나는 이 섬에는 나 혼자 놀 것이 가득하다. 행복해. 하지만 그 행복도 내 고민이 쌓여 나를 도피하게 만드는 어떤 모순과 고민이다. 기관차를 움직이기 위한 솔방울을 모으고 여우를 위해 유부를 튀기고 고양이를 위해 물고기를 잡고 나의 각별한 친구인 소녀의 모습을 한 자동인형을 수리하기 같은 일들을 한다. 사실 소녀인형 뿐만 아니라 이 섬에는 내가 수리해야 할 인형들이 너무 많다. 이 섬에 사는 귀여운 소녀도 예쁜 소년도 내가 다 고쳐야 하는 자동인형들이라서 그런 아이들 중에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멎어버린 아이가 있다면 태엽을 감아주고 입을 맞춰서 다시 움직이게 해줘야지.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면 고장났을테니 움직일 수 있게 고쳐놔야지. 이 아이들도 마음이 깃들었으니 움직이고 싶어할거야. 그리고 숲에 살면서 낯을 가리지만 상냥하고 착해서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요정이 가끔씩 나를 찾아오면 모두를 행복하게 해달라고 박하차를 대접할 뿐,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그렇게 보내는, 사랑스럽지만 우울한 나날을 나는 쓰고 싶었던지도. 이렇게 내가 주인공으로 아무도 없고 나와 마음이 깃든 인형, 여우와 고양이, 그리고 요정이 나오는 이야기. 아름답게 정원처럼 꾸미고 박하를 기르면서 나는 여기에 살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이따금 죽으려고도 했고 이 섬에 도망쳐오는 것도 조금은 슬펐다. 그리고 나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우울함을 조금씩 가져가주던 푸른 요정과 주황빛 불여우 한마리, 새하얀 소녀인형과 새하얀 고양이가 나를 위로해주었고 곧 각별한 친구가 되어주었어. 그래서 힘을 내고 많은 상상을 했다. 섬을 한바퀴 도는 철길과 사랑스러운 자동인형이 사는 마을, 그리고 요정이 사는 숲을 말이다. 전부 다 반짝여서 가끔씩 내가 기관차에 지펴놓은 불을 끄지 않아서 열차가 저절로 움직이는 날에는 섬 반대편에 사는 아이들도 나에게 놀러오기도 하고 인형마을의 몇몇은 나 대신에 기관차를 몰아주기도 해주었다. 그렇게 상냥한 섬마을이 완성이 되었고 모두들 행복하다. 나는 이 섬에서 박하를 기르고 정원을 가꾸면서 과일과 풀만 먹으면서 마음을 순수히하는 연습을 하곤 한다. 여우가 와서 내 식사를 다 먹어치워도 괜찮아. 나는 굶어죽어도 좋으니 마음껏 먹어줘. 다 네 거야하고 마음을 비우거나 요정이 와서 심술을 부려도 괜찮아. 조금 아프면 되는거야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자동인형들이 실수를 해서 나에게 다시 마음을 거둬가라고 안겨와도 괜찮아. 실수한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해보렴하며 나 자신은 괜찮지 않은 상태로 계속 곪아서 아픈데도 괜찮아. 곧 편안해질거야 하면서 마음이 녹아내리는 그런 일상이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인형마을의 소년에게 울면서 쓰다듬어달라고 할 정도지만 느낌은 너무 부드러운 생크림같아. 귀엽고 달콤해.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언제나 우울함은 따뜻하고 폭신한 잠자리같다. 좋은 꿈을 꾸는 느낌같아서 마치 상냥하고 부드러운 어떤 위로같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철길은 조금씩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나의 마음이 깃든 그 인형들에게 열차가 오면 피하렴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아이들의 순수함에 위로받기도 한다. 여우는 참 복슬복슬해서 좋은 베개가 되어주기도 하고 가끔씩은 나에게 위로를 하고는 달아나기도 하는 굉장히 영리한 아이. 상냥하고 귀여운 인형들과 어쩌면 착한 여우는 정말 나를 생각하면서 어떤 위로를 해주어야 옳을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들이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상하지 않다고 해도 계속 아껴온 짜증과 슬픔이 넘쳐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태엽을 감는 아이들과 그저 마음 그 자체의 마음으로 움직이는 아이들의 걱정과 고양이들의 야옹거림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다들 고마워'라고 중얼거리듯 대답하며 그저 모두를 귀여워하고 인형마을로 내려가서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보채는 것도 너무 슬프고 아름다워서 문제가 되었겠지. 그것도 그런 것이 나만 사라져가는 세계에서 내가 있었다는 표식을 남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나는 이 섬에 숨어들어왔고 섬 전체를 최대한 섬의 원래 생태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정원으로 만들어 내 마음을 깃들인 인형들을 만들어 인형마을을 만든 것이지. 살짝 창문 너머로 들리는 아주 얇은 유리로 만든 풍경은 바람에 흔들려 울리고 이 유리온실 속의 정원도 이제 이른 노을에 지고 있었다. 우울한 마음의 부드럽고 상냥하면서 슬픈 달콤함은 마치 춥고 눈보라치는 곳에서 오래 조난당했다가 아주 상냥한 산지기에게 구조되어 정신을 차리자마자 마시는 뜨겁고 달콤한 코코아같다. 그런 행복함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졌기에 가끔 마음을 깃들인 인형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그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서로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며 심지어는 싸우기까지도 하는 아주 보통의 일상을 지냈다. 너무 폭신한 케이크같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가와 그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걸어서 지나는 마을의 사람들과 마을을 한바퀴 반 도는, 사람으로 가득찬 전차가 지나가는 사랑스러움이 유리벽 바깥으로 보였다. 오늘은 따뜻한 수프를 마시고 잠에 들 시간이다. 오늘따라 밤하늘의 별이 참 상냥하다. 그 상냥한 별들의 이름은 다 알 수 없더라도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아.
그렇게 다음 날이 밝아오면 더더욱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이 섬마을에 호기심 많고 소심한 아이들이 냇가에 가재나 작은 물고기를 보러 걸어가는 그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아이들이구나 하면서 그 아이들이 구체관절인형이라는 것을 애써 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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