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실패다. 이런 실력으로는 언덕길 근처에 가기도 힘들다. 하필이면 수동변속기가 달린 자동차를 모는 바람에 이렇게 된다. 또한 여기 사는 모두가 자동차를 별로 안 좋게 본다는 것도 한몫한다. 오르막길 연습을 하고 있노라면 차라리 걸어다니라는 듯이 힐끗 쳐다보고 가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고. 사이드브레이크는 걸지 않은 채로 움직이려니 자꾸만 시동 꺼지고 뒤로 밀려서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떻게 하면 이놈의 자동차를 가만히 둘까 생각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포기는 쉽다. 그리고 재빠르게 반클러치 잡고 브레이크 밟던 발을 액셀로 옮겨본다. 조금 밀렸다가 앞으로 간다.
빵빵. 경적을 울린다. 여름에도 웬만해서는 23도까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외따르고 작은 섬나라 하유에도 여름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이 왔다. 나는 경적을 울린 이유만큼 왼쪽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중앙선 넘어 유턴한다. 꽤나 쉬운 작업이지만 폭염이 잡아먹는 마음 속 여유가 나를 점점 건조한 사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럴 이유가 단 하나, 폭염으로 인해 돌아버릴 것 같은 지금 상황과 공방제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안 달려 나온다는 것이 그러하다. 유턴을 끝내니 전부 경적을 울리며 내 뒷쪽의 흐름도 유턴하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 나는 중앙에서 남서로 가려던 중에 상록으로 유턴했다. 적어도 숲 속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차량운행제한 표지와 여기서부터 상록구라고..
마치 꿈 속처럼 귀여운, 마치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장소에 은발회안을 가진 마치 왕자님같이 귀여운 심약한 인형이 하나. 자신이 자동인형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채로 자기 혼자만 아름다운 곳에 있는 것 같다고 오늘도 숲 속 물가에서 자기를 실컷 싫어해. 그러다가 그 아이는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누군가의 소중한 자동인형으로 사랑받는 귀엽고 애틋한 꿈. 감정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상냥한 주인님의 시중을 들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생각하지. 그리고 또 다른 꿈. 현실 속, 모두가 그저 지나가는 번화가에서 그저 멀뚱히 서있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상처입는 꿈. 너무 많이 부딪히고 넘어져서 기계장치가 드러나 보일 정도가 되어도 혼자 일어나야 하는 일개 기계인형이 되어버린 꿈. 그리고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
일단은 너무 촉촉하고 포근한 느낌에 가만히 잠들어버리면 나는 자동인형. 그러니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고 일단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요. 귀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귀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죠. 실망이 크면 이토록 전부 미워지던가요. 깊은 숲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물방울 소리가 아름다워서 그만 멎어버릴 것 같았고 그저 토끼가 폭신폭신. 귀여운 토끼가 하나 둘 늘어나서 그만 나를 덮어버리면 따뜻해. 토끼들이 다 떠나고 덩굴이 나를 감고 올라가요. 조이지 않고 부드럽게 타고 올라서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동인형을 감싸죠. 참 아름다워요.
…오랜만이에요. 이제 밀물이 들어와요. 누에섬에 들어와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가라는 사이렌. 서둘러 나가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어요. 탄도항 쪽으로 가면 나는 싫어요. 왜냐하면 여기 그대로 몇 시간이고 있고 싶어요. 사람은 두렵고 도로는 좁아요. 화성 쪽으로 나가면 오히려 더 무서워요. 이제 그만 나를 붙잡고 쥐어흔들래요? 참 귀찮군요. 이제 다시 썰물이 되어서 나는 탄도항 쪽으로. 모두 떠나버린 이 조그마한 어항에는 아무도 없이 그저 작전 해안이라는 것으로 군인들에게 총 안 맞게만 숨어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지요. 자동차 시동을 켜고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바닷둑을 건너가겠죠.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내가 뭘 할 수 있나. 한낱 소시민이라 더위에 지고 돈에 지면서 돈 생겼다고 듕귁제 휴대전화를 지르는 돈지랄을 해대고 비싼 것을 샀다며 불 속에서 석고대죄 하는 한낱 소인배인 것을. 신문에 투고하면서 밥 벌어먹는 멍청한 인생을 살지 말자. 공사판에서 힘도 안 되는 온실 속 화초가 철근 나르다 죽어서 집에 오는 미련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 외국어 뻥긋거리는 것 하나로 내 나라 모르는 외국인에게 내 나라는 지상낙원이라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는 되지 말자. 자, 이제 뭐가 남나. 나에게 그것들을 빼고 남는 것은 없다. 허나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서 나는 요령껏 없앨 수 있는 내 면허증의 조건 A를 경멸하고 있다. 하지만 클러치를 조질 줄 알고 속도에 맞춰 스스로 변속할 수 있어도 내가 소시민에 쫄보라는 사실은 ..
모두가 검게 변해갈 때, 나는 더 새까매지거나 혹은 회색이 돼요. 왜일까요. 그런데 왠지 아름다워요.
Mili의 "Cerebrite", 화성 8155번 버스와 수원 7770번 버스, 과천 방면의 사당역 버스 정류장, 포천 3100번 버스와 남양주 8002번 버스, 잠실역 환승센터, 포천의 닭장트럭, 700번 시외버스와 안산 3102번 버스, 강남역우리은행 버스정류장. 원래 수원 7770번 버스를 타야 할 사람이 인파에 밀려 화성 8155번 버스를 탄 바람에 향남으로 가는 버스 차창을 보고 발작한다던지 꽉 찬 포천 3100번 버스가 포천시 경계 표지판을 지나니 닭장트럭으로 변한다던가 남양주 8002번 승객들의 한이 쌓여서 롯데월드타워가 샤우론 타워로 각성한다던가. 강남역우리은행 버스 정류장에서 700번 시외버스나 안산 3102번 기다리는데 꼭 자기가 기다리는 버스마다 그냥 지나치거나 안 오거나 해서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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