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대충 멸망했는데 메르헨 남매가 예전에 그토록 진부하던 월드오더가 끝났으니 정원을 꾸며보아요 하면서 요정처럼 구니까 사람들은 쟤네 단단히 미쳤군 취급하는데 어디선가 목탄차를 끌고 오고 친구라면서 최신형 안드로이드를 데려오고 농사일을 하면서 가끔씩 적을 해치우느라 마법도 쓰고. 목탄가스는요, 이렇게 타는 땔감을 넣고서 밀폐하면 안에서 불 타는 가스랑 숯이 나오는 원리랍니다 하면서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가솔린차를 모는 두 소년소녀와 하이레그 차림의 최신예 안드로이드 녀석을 믿어도 될까. 왠지 이런 세상에서 화통 단 자동차를 갖고 있을 정도면 전투력쯤은 있을테다. 그리고 우리들 앞에 적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은회색 눈동자의 안드로이드를 믿었다. 그런데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왠지 이상한데 싶을..
1. 서로 포개어지는 크기의 각각 다른 길이를 가진 깡통 두 개를 준비합니다. 2. 작은 깡통의 바닥을 뚫고 격자를 놓습니다. 3. 큰 깡통의 밑둥에는 재를 덜어낼 구멍을, 윗둥에는 연기가 나갈 구멍을 뚫습니다. 4. 격자를 놓은 작은 깡통 반대쪽에 밀폐가 가능한 뚜껑을 답니다. 5. 큰 깡통의 밑둥에 뚫은 재를 덜어낼 구멍에 밀폐가 가능한 뚜껑을 답니다. 6. 작은 통과 큰 통을 포개고 서로의 틈을 철판으로 때웁니다. 7. 포갠 통을 보았을 때, 재를 덜어낼 구멍에서 조금 위로 떨어진 곳에 불을 댕길 구멍을 뚫고 관을 집어넣습니다. 8. 연기가 나가는 구멍에 관을 집어넣습니다. 9. 끼워맞추기가 모두 끝났으면 서로 붙도록 땜질합니다. 10. 적당한 크기의 땔감을 위로 넣고 불을 댕깁니다. 11. 연기가..
고속도로 휴게소. 이게 웬 연기냐고 하는 소리에 일단 바이패스 관 쪽으로 열린 밸브를 엔진 쪽으로 돌린다. 그리고 귀찮으니 블로어를 공기구멍에 꽂고 초크를 살살 넣으면서 시동을 걸어본다. 부다다다다닥. 다시 밸브를 바이패스 쪽으로, 그리고 불을 댕겨보니 바로 꺼진다. 그러니까 화통이 내 노력을 배신하고 있는 셈이다. 일이 생겨서 잠시 남동쪽으로 내려갔다가 상록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낭패를 봤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달리다 지쳐서 잠시 쉬러 온 사람들에게 연기를 뿜는 자동차라는 진귀한 것만 보여주고 일단 다시 바이패스 관에 불을 댕겨본다. 오렌지빛 불꽃이 피어오른다. 이제 밸브를 엔진 쪽으로 넣고 초크를 조금 당겨서 시동을 건다. 고속도로 본선으로 들어가 다음 출구에서 나가야 한다. 상록숲으로 들어오는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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