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글을 길게 쓰고 싶었지요. 역시 도시에서는 글을 못 쓰겠어요 하면서 물가가 있는 촉촉한 숲으로 가려고 해요. 하지만 내가 사는 근처에는 그런 곳이 없어 그저 꿈 속에 그런 곳을 만드려다 머리만 아프고 그런 곳을 만들지도 못 하고 꿈은 암흑으로 가득할 뿐.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해서 답답함이 생기면 기적이 일어날까요? 내 몸은 하늘로 둥실 떠올라서 내가 바라던 곳으로 나를 데려다 주지요. 물가가 있는 촉촉한 숲 속. 고요하고 사랑스러운 숲 속으로 날아가는 그런 상상을 오늘도 생생히 하지요.
모두가 검게 변해갈 때, 나는 더 새까매지거나 혹은 회색이 돼요. 왜일까요. 그런데 왠지 아름다워요.
꿈 속에 갇히면 어떤 느낌일까. 그냥 나와 완전히 같지만 왠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년 하나가 온실 속에서 오랫만에 온 손님을 맞듯이 반갑게 뛰어와서는 자기랑 같이 티타임하자고 조르겠지. 티타임을 하면 이 아이는 누구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돼.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나와 같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점점 꿈이라는 것을 잊게 돼. 그리고 참 귀여운 아이와 숲을 걷거나 정원과 온실을 돌보거나 하면서 그저 현실을 잊는거지. 그럴수록 나는 하얀 아이가 있는 여기가 진짜인 줄로 알게 돼. 그 아이를 어루만져 주면 살포시 눈을 감는게 귀여워.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인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지. 하얀 인형이라 그러면 왠지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가볍게 째려보지만 그게 전부야. 하지만 그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아이는 없었기..
섬은 아름답다. 다만 그것 뿐이라서 슬플 뿐이다. 오늘도 정원을 가꾸고 온실을 돌보고 숲을 산책하며 열매를 모으고 물가에서 마실 물을 길어왔다. 그리고 아이와 요정, 동물들과 함께 폭신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불을 지펴놓은 채로 내리는 바람에 철길을 따라 혼자서 내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붙잡아서 차고까지 몰고가며 철길 위로 놓인 전깃줄이 아직 팽팽한가 살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섬은 빛났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계속 그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차고에 도착했을 즈음에 나는 피곤해져서 잠시 근처 풀밭에 누웠어. 그리고 예전 기억이 한데 뒤섞인 악몽을 꾸었다. 이 섬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사람들이 하유라는 섬나라로 갈 때, 나도 그 안에 있었지만 의외로 사람들과 같이 살기 싫었던 나머지, 나만 통나무 배를 타고..
나를 저며서 드릴게요. 맛있게 드세요. 또 드릴까요? 나는 쓸모없어요. 그러니 요리되면 더 나을까요. 어떤 향이 좋을까요. 타임 로즈메리 라벤더 민트 용기 나를 기억해요 침묵 다시 한 번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내 안식이 되지 못해요. 그나저나 내가 나를 저미고 있군요. 나를 승계하는 자동인형인가요. 하지만 나는 지금 차악해서 무서워. 그런 경우여도 나는 죽은 원래의 나를 저며요. 환상을 보며 나는 요리되었어요. 무슨 환상이었을까; 어울리면서 처형당하는 그런 환상; 사람들에게 끝도 없이 배신당하는 환상; 친절했던 사람이 나에게 등을 돌리는 환상. 맞아요. 현실은 환상, 환상이 현실. 나에게는 적어도 아무것도 없으니.
- Total
- Today
- Yesterday